“그 선생의 팬덤은 단맛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사건의 발단은 이달 초 맛 컬럼니스트 황교익이 자신의 SNS에 올린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와 SBS ‘골목식당’을 향한 비난 글이었다.
‘골목식당’ 방송 과정에서 나온 막걸리 테스트 오류를 지적하며 문제제기에 나섰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황교익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그는 좀처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엔 SNS를 넘어 교육방송인 EBS에서까지 다시 한 번 백종원을 저격했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지적과 비난에도 백종원을 응원하는 이들 늘고 있는 반면 황교익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왜일까.
황교익은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EBS1 ‘질문있는 특강쇼–빅뱅’에 출연해 ‘맛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과한 당 섭취는 몸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면서 “태어날 때부터 당에 절어서 몸에서는 당을 요구하는데 바깥에선 엄마든 텔레비전이든 모두가 ‘안 돼’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좀 뚱뚱한 아저씨가 나와 음식을 하는데 컵으로 설탕을 막 퍼 넣는다”고 했다. “괜찮아유~”라며 백종원의 말투를 흉내내기까지 했다.
또한 “많은 청소년들이 그 선생에 대해 팬덤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를 이것 말고 다른 것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며 “나는 이 일을 사회적 현상으로 읽는다”고 주장했다.
방송 후 ‘뚱뚱한 아저씨’라는 황교익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교육 방송에서 한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경솔한 발언이 편집 없이 나갔다는 점 때문에 황교익과 제작진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제작진은 다시보기에서 “뚱뚱한 아저씨가 나와서”라는 발언을 삭제하고 해당 영상을 다시 업로드했다. 황교익의 발언이 문제였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특히 백종원을 향한 황교익의 저격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실제로 그는 2011년을 시작으로 그는 줄곧 백종원의 활동과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16년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설탕 저격 사건이다. 당시 황교익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백종원을 디스하는 것이 아니다. 설탕 처발라서 팔든 먹든, 그건 자유다. 욕할 것도 없다. 문제는 방송이다. 아무 음식에나 설탕 처바르면서 괜찮다고 방송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따지는 것이다. 그놈의 시청률 잡는다고 언론의 공공성까지 내팽개치지는 마시라, 제발”이라는 글을 공개했다.
해당 발언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공익성이 담보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종원을 향한 황교익의 저격은 공익성으로 대표되는 ‘설탕 사건’만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2011년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백 대표의 새마을 식당을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혹할 만한 이상한 조합의 음식을 낸다. 그렇게 음식 맛있게 먹고 사는게 우리나라 소비자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이 밖에도 막걸리 테스트 오류, 뚱뚱한 아저씨라는 외모 비하 등 비난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설탕 사건’을 제외하고는 공익성과의 거리도 멀었다.
이처럼 특정 유명 인사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비난은 우리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잇따른 실명 비난에도 대중들의 비난의 화살은 백종원이 아닌 황교익을 향하고 있다.
이는 황교익의 지적과 주장이 대중들의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황교익은 “단 맛 말고는 그 선생의 팬덤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지만, 그간 백종원의 행보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현 시점에서 백종원의 팬덤이 연예인 이상의 수준이지만, 2~3년 전만 해도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상당히 컸다. 자신이 운영하는 프렌차이즈를 방송을 통해 홍보하고 이를 통해 골목 상권을 장악했다는 비난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백종원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보이콧에 나서자는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 백종원의 선택은 ‘내려놓기’였다.
‘골목식당’ 등의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자영업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 충분히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 많은 레시피를 스스럼없이 내놨다. 위생부터 조리, 손님들과의 소통법에 관한 노하우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거액의 출연료는 기부했고, 상인들이 필요한 물품도 아낌없이 내놨다.
백종원의 진심에 대중들의 마음도 열렸다. ‘거대 공룡’이라는 비판적 인식에서 ‘노력으로 자수성가 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노력으로 자신을 향한 인식을 바꿔놓은 셈이다. 황교익의 지적처럼 단 맛으로 이룬 팬덤이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다.
반면 황교익은 논란 이후 자신을 향해 쏟아진 비난을 매도하고, 무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중졸 수준’ ‘악플러’ ‘기레기’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구사하며 맞섰다.
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대응은 극명하게 엇갈린 셈이다. 한 사람은 비난과 지적에 스스로 몸을 낮추며 대중들에게 다가간 반면, 또 다른 한 사람은 격렬하게 반발하며 비난 대상자를 ‘악플러’로 매도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거나, 오류를 인정한 적이 없다. ‘나는 그렇게 알았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와 같은 위기 속에서 확연하게 엇갈린 대응 방식… 이는 결국 백종원과 황교익을 향한 여론의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인간이기에 그 어떤 전문가도 100% 옳은 말과 옳은 일만 할 수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누군가는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