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코니에서 돈희콘희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아이돌 전문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아이돌 멤버들을 다루는 방식부터 구성, 심지어 MC마저도 같았다. 단색의 스튜디에 줄임말로 표현하는 자막까지.. 경쟁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유사성을 넘어 표절 논란까지 번진 이유다.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과 JTBC ‘아이돌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치 쌍둥이와 같은 두 프로그램은 3개월 째 치열한 시청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초 ‘원조’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유사’로 불린 ‘아이돌룸’이 뒷심이 발휘하며 시청률 순위를 뒤집었다. 대체 ‘주간 아이돌’은 왜 ‘아이돌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준걸까.
최근 ‘아이돌룸’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6월 23일 방송된 7회 시청률이 0.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이후 상승에 상승을 거듭해 가장 최근 방송인 24일 12회 차가 0.829%까지 올랐다. 일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17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이다.
이는 ‘주간아이돌’의 시청률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6월 27일 ‘주간아이돌’의 시청률은 0.2%에 그쳤고, 가장 최근 시청률인 25일분 역시 0.3%를 밑돌았다.‘아이돌룸’과 비교하면 배 이상 차이 나는 결과다.
한때 1%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주간아이돌’ 입장에서는 초라한 성적이다. 이같은 시청률 부진은 ‘아이돌룸’의 탄생 시점과 맞물린다.
기존의 데프콘, 정형돈을 내보내고 김신영, 유세윤, 이상민 등을 투입했지만 시청률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두 프로그램의 격차는 왜 벌어지고 있는걸까. 먼저 프로그램 제작진의 역량부터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아이돌룸’ 제작사는 ‘주간아이돌’ 시즌1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작진들이 주축이 된 회사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부터 섭외 역량까지‘주간아이돌’에 상당히 앞선다. 이는 최근 아이돌 그룹 섭외 상황을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이돌룸’에서는 유니티를 시작으로 에이핑크 트와이스, 세븐틴, 승리 등을 연달아 투입시키며 시청률 상승을 이뤄낸 반면, ‘주간아이돌’은 크러쉬, 골든차일드, 세미나, 청하 등으로 상대적으로 약했다.
인기 그룹의 섭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돌 전문 프로그램의 특성상 ‘아이돌룸’의 우세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자막이나 세트 활용 MC진들의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아이돌룸’과 ‘주간아이돌’의 시청률 주도권 경쟁은 섭외나 제작진의 역량이 아닌 네티즌들 사이에서 퍼진 ‘명분’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는 ‘아이돌룸’ 탄생 배경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다. 외주제작사인 지니픽쳐스는 ‘주간아이돌’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모회사인 FNC애드컬쳐가 SM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이후 MBC 에브리원에서가 자체 제작으로 노선을 틀면서, 기존 제작진들은 사실상 실직 상태에 놓였다. 실직 사태를 맞이한 제작진들을 위해 정형돈, 데프콘이 의리를 지키기 위해 ‘주간아이돌’을 나와 ‘아이돌룸’을 론칭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대량 실직 사태를 만든 MBC ‘에브리원’을 향해 비난을 이어가는 한편 의리를 지킨 정형돈 X 데프콘을 지지한다는 옹호론이 나왔다. 이같은 여론은 아이돌 주요 타겟인 10~20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형성되면서 명분에서까지 ‘아이돌룸’이 앞서게 됐다.
일각에서는 ‘잘 나가는 유명 맛집(주간 아이돌 시즌1)을 건물주가 뺏은 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물론 이는 MBC 에브리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한 주장이다. MBC 에브리원은 외주 제작사에 자금을 대고 프로그램을 만든 원 제작사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권리는 MBC에브리원이 갖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상대적으로 희박한 국내 특성상 ‘아이돌룸’을 향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
결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은 의리라는 ‘명분’은 섭외 우위 등을 갖춘 제작진의 역량이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냈고, 이는 ‘아이돌룸’과 ‘주간아이돌’의 시청률 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주간아이돌’, ‘아이돌룸’ 캡쳐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