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내가 이 프로 안한다.”
‘맛보다는 멋’이라는 원테이블 사장들의 고집스런 철학에 사람 좋기로 정평이 난 백종원마저 인내를 발휘하지 못했다. 진지하지 않은 태도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엉뚱한 고집에 백종원마저 폭발할 정도였다.
그간 요식업계 사장님들의 ‘장사 철학’을 존중했던 백종원에게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원테이블 식당이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방송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도와줘서만은 안된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일까.
백종원 대표는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시당’를 통해 이태원 해방촌 인근의 서울 용산 신흥시장 골목 개선에 들어갔다. 카레집, 횟집, 볶음밥집 등 사장님들에게 아낌 없는 노하우를 선사하며 작은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메뉴 선정부터 손님의 시선에서 바라 본 서빙법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식당 운영에 관한 세심한 노하우가 더해지며 ‘역시 백종원’이란 찬사를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해방촌 신흥시장 골목에는 문제아는 있었다. 바로 동창생이 함께 운영하는 원테이블 식당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쏟아지는 혹평에도 ‘맛보다는 멋’ ‘인스타그램용 음식’이라는 철학을 고수하며 백종원 대표와 패널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진지한 조언에도, 상황에 맞지 않는 과한 리액션과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수 차례 이어진 미션에도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결국 백종원 대표마저 폭발했다. 백 대표는 지난주 방송에서 “이 길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외식업은 치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중요한 건 맛이 있으면서 예뻐야 한다. 하지만 일단 맛이 없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주일 내내 잠 안 자고 음식에 대해 고민해봤냐. 일주일 내내 고민한 결과가 이거라면 하지 말아라. 둘이 음식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내가 볼 때 두 사람 일 안 했다. 준비 안 하고, 방송 나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한 거 같은데 이건 방송에 못 나간다“며 “정말 노력하는 사람들한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거지 두 사람처럼 쉽게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방송해선 안 된다. 이러면 내가 이 프로 안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원테이블 두 사장은 백종원의 혹평에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백종원 대표는 “진짜 제대로 된 요식업계 사장님으로 거듭나려면 더욱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예고편에서는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잘 생각해야 한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진짜 미련한 짓이야”라는 백종원 대표의 말에 “폐업?”이라고 답하는 두 여사장의 모습이 담겼다. 실제로 원테이블 식당은 일시적으로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백종원의 조언에도, 결국 요리 보다는 ‘보는 맛’ ‘휴식’을 강조했다. 거듭되는 논란에도 이들은 장식용 사진 업데이트를 멈추지 않았다. 요리의 맛과 연구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원테이블과 관련한 사진을 올리며 홍보를 이어갔다.
특히 원테이블 식당 인스타그램에 “‘놀이 공간 개념’으로 식당을 재정립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고객님까지 괴롭히지 말아주세요’라는 태그를 달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우리 뿐만 아니라 고객들까지 괴롭히고 있다’는 의미로 쓰일 수 있는 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골목식당’이 원테이블 식당을 더 이상 케어해줘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운영 마인드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통해 ‘인지도’만 높아진다면 ‘골목식당’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더욱이 밤낮없이 배우고, 또 ‘백종원의 노하우’를 원하는 타 요식업계 사장들에게도 상실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골목식당’ 이태원 해방촌 신흥식당 편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백종원과 제작진이 이들을 어떻게 품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