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타의 생애 첫 내한…’
국내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세계적 스타지만, 그에게 교만함은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는 한국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배우 베니딕트 컴버배치의 내한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인사법 탓에 뜻하지 않은 논란이 불거졌다. ‘인종 차별적인 인사’라는 비난부터 ‘무지한 인사법’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연 이같은 비난과 지적은 정당한걸까.
컴버배치는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홍보차 11일 오후 인천공항 2터미널을 통해 내한했다. 입국장에 들어선 그는 두 손바닥을 맞대고 허리를 숙여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생애 첫 내한이라는 특수성과 세계적 스타의 방문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지만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불거졌다.
합장 인사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인사법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들은 ‘아시아 사람들은 모두가 합장하는 줄 아는 거냐’ ‘한국 올 때마다 합장하는 서양 배우들 불쾌하다’ ‘중국과 일본을 갈 때도 합장을 하는지 지켜보자’ 등과 같은 글을 올리는 등 비난을 이어갔다.
이같은 소수 네티즌들의 글이 기사화 되면서 뜨거운 관심이 일었다. 이는 이후 ‘인종차별’ ‘한국 문화 무지’ 등의 자극적인 키워드로 변환돼 그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어벤져스3’ 홍보사 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불교 문화에 관심이 있었다. 합장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 팬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하는 그의 표현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컴버배치는 불교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한 토크쇼에 출연해 “불교신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배경 지식만으로 ‘인종 차별’이라는 비난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교신자인 그가 불교식 인사를 ‘인종 차별’방편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는 자신이 믿는 종교를 모독하는 행위다. 어불성설(語不成說), 애초에 논리조차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는 지적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인사로 ‘Merry Christmas’를 주로 쓴다. 영국에서는 ‘Happy Christmas’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하지만 외국인이 영국에서 ‘Merry Christmas’를 쓰거나, 미국에서 ‘Happy Christmas’를 쓴다고 해서 자국의 문화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진 않는다.
합장 인사는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인사법은 아니지만, ‘정중한 인사’ 가운데 하나로 통용된다. 적어도 손만 흔드는 타 해외스타보다 훨씬 더 한국적 인사법에 가깝다.
특히나 이같은 합장식은 컴버배치 뿐만 아니라 국내의 많은 스타들도 시도하는 인사법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지드래곤이다. 그는 MBC ‘무한도전’ 출연 당시 멤버들과 함께 합장식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엔 그 누구도 ‘인종차별’ 혹은 ‘한국식 인사법에 대한 무지’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한국인에게만 면죄부가 주어지는 ‘인종차별’과 ‘문화에 대한 무지’는 애초에 존재하기 어렵다. 적어도 같은 행위에 대해선 같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컴버배치 인사법을 향한 비난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인 특유의 보수성과 자의적 해석을 통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 이를 바라보는 해외 스타들은 과연 한국에 대한 어떤 인상을 가지고 돌아갈까.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