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깜짝 이벤트와 눈물의 세리머니까지…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부의 모습이다. 하지만 늘 아름답고, 언제나 행복한 연예인 부부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곱지 만은 않다.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나도 큰 생활 탓이다.
하지만 이같은 ‘연출’과 ‘이상적 부부’라는 수식어가 통하지 않는 현실 부부가 있다. 서로를 향한 막말과 고성이 오가지만, 이들 부부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이른바 무사 커플로 불리는 노사연-이무송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이들 부부가 추자현-우블리 커플에 이은 제2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이유는 대체 뭘까.
노사연-이무송 부부는 지난 2일 방송부터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 합류했다. 첫 방송이었지만 존재감은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무사 커플은 등장부터가 달랐다. “이혼 소리만 2만 번 했다”는 노사연과 “그런 말을 2만 번, 3만 번 듣고, 심지어 악력까지 써도 버틴 사람이 나”라는 이무송의 말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우리 부부는 아직도 잘 안 맞는 부부. 로또” “우리는 전우애를 넘어 요양원 동료다” “식성이 맞다. 그것 때문에 산다” “수영복? 라지 말고 X라지를 입어라” “결혼 20주년 때 아내만 혼자 여행을 보내려고 했다” 등 현실 부부의 거침없는 발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서로를 향해 발끈하는 모습과 함께 “그만해라. 나 이제 욱할 것 같다” 등의 짜증 섞인 실제 표정도 가감 없이 브라운관에 담겼다.
이는 그간 아름다움과 행복함이 주를 이루던 타 부부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연예인 부부가 동반 출연하는 예능에는 ‘해외 여행’ ‘아내 몰래 준비한 화려한 이벤트’ ‘아내의 말이라면 모든 다 듣는 남편’ 등의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이는 ‘동상이몽2’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반인들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연출한 티가 난다’ ‘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노사연-이무송 부부의 모습은 달랐다. 아내를 위한 깜짝 이벤트도 서로를 향한 달콤한 말도 없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날 방송 평균 시청률이 1부 10.6%, 2부 12.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이지만, 노사연-이무송 부부의 분당 최고 시청률은 13.6%까지 치솟았다.
이들 부부의 인기 비결은 바로 ‘현실’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쁜 일상을 사는 평범한 부부들에게 ‘해외 여행에서 이뤄지는 깜짝 이벤트’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매일 서로를 향해 달콤하고 따듯한 말만 주고 받는 부부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물론 ‘지옥 같은 현실’을 예능에서까지 보길 원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 과도하게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다. 그 틈을 노사연-이무송 부부가 파고 들었다는 평가다.
또한 무사 커플은 짜증과 막말 이라는 현실 뿐만 아니라 서로를 향한 애틋한 진심도 함께 녹아 있었다. 이들 부부가 25년을 단 한 번의 스캔들 없이 살 수 있었던 이유다.
‘연출’도 ‘과도한 이상’도 없는 이들 현실 부부가 향후 관찰 예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이들의 현실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