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이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시트콤 장르에 신인 배우 일색의 청춘 월화극…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향한 평가는 냉정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름난 톱스타 한 명 없는데다, 동시간대 경쟁작 역시 맞붙기에도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반전의 서막이 열렸다. 쟁쟁한 경쟁자 가운데서도 2%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대체 어떤 매력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걸까.
지난 26일 방송된 ‘으라차차 와이키키’ 13회에서는 강동구(김정현)의 감시를 피해 비밀 연애를 하는 강서진(고원희), 이준기(이이경) 커플의 아슬아슬한 밀당과 사랑을 위해 꾀병을 부리는 강동구의 모습이 담겼다.
공원에서 키스를 하다 친오빠인 강동구에게 발각돼 남자 친구인 이준기 대신, 다른 남자친구를 데려오는 강서진의 고군분투는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다른 남자는 다 돼도 저 인간(이준기)만은 안된다”며 눈에 불을 켜고 동생을 감시하는 강동구의 모습과 두려움에 떠는 이준기의 모습이 엇갈렸다.
“만약 둘이 사귄다면 병풍 뒤에서 향내 맡을 준비를 하라”는 강동구의 대사와 그럼에도 공원에서 키스를 하는 강서진-이준기 커플의 기행은 웃음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날 방송은 1.65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주보다 0.45% 포인트 하락한 수치이지만, 반응만큼은 뜨거웠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오늘도 레전드였다’ ‘시청률 가즈아~’
‘도대체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너무 재미있는 드라마가 탄생했다’ ‘하이킥 그 이상이다’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이같은 반전에는 먼저 신인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가 밑바탕이 됐다. 사실 ‘와이키키’는 코믹 청춘극이란 특성 탓에 극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엉뚱한 대사와 B급 유머 코드를 이해시키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이경과 김정현, 고원희 등 신인급에 가까운 연기자들의 믿기 어려운 열연이 더해지며 반전의 발판을 놨다. 연기력에서만큼은 단 한 곳의 구멍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 다음은 극본과 연출력의 몫이었다.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B급 유머 코드와 엉뚱한 설정은 탄력을 받았고, 그 가운데에서 이뤄지는 청춘들의 고민과 사랑이 잔잔하게 녹아들며 반전을 이뤄냈다.
이는 최근 이어진 시트콤의 부진과 함께 ‘시트콤 시대는 끝났다’는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 이룬 결실이다. 특히 톱 배우 하나 없이 신인급 배우들의 열정과 작품성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제2의 하이킥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종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와이키키’가 막판 대역전극을 통해 더 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