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복무도 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토론에 나설 자격이 되나요?”, “토론을 하자는 건지, 싸우자는 건지.” “이준석 군대 갔다 왔냐?”
이른바 ‘군 복무 단축’ 주제를 두고 토론에 나선 이준석을 두고 쏟아진 말들이다. 방송 후 그를 향한 날선 비난은 실시간 온라인 검색어를 장악할 정도였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은 토론 내용이 아닌 이준석이란 인물에 맞춰져 있었다. 실질적 토론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구병 당협위원은 지난 13일 방송된 tvN ‘토론대첩-도장깨기'(이하 도장깨기)에 출연해 군복무기간 단축, 통일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20대 대학생들과 토론을 벌였다. 그는 이날위원장은 군복무기간 단축 문제를 놓고 학생들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이하 이준석과 대학생들의 토론 문답
“제한된 인건비 내에서 사병들의 월급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군 복무 단축은 필요하다“ (양병권 도전자)
“제한된 인건비라니 누가 제한했느냐.”(이준석)
“정치인들이 생각하지 않겠습니까.”(양병권 도전자)
“최근 병력은 5% 정도 감축됐다. 그런데 사병 월급은 20% 올랐다. 제한된 게 아닌 거 같은데 어떤 전제를 바탕으로 제한됐다고 하는 것이냐“(이준석)
“최대한 세금을 아끼려고 하는 거죠.”(양병권 도전자)
“사병 월급은 20% 올랐죠. 근데 병력은 5%도 안 줄었어요. 계산이 안 되세요? 병력 감축에 따르는 장비 추가 구매까지 따지면 국방비 오히려 늘어났어요. 비용이 제한 돼 있다? 이건 아니라고 봐요”(이준석)
“그렇게 극단적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이재은 도전자)
“전투력이 떨어지는 말에 공감을 못 하는 부분이 뭐냐면 부사관이 늘어서 더 중요한 역할은 부사관들이 합니다. 그렇게 바뀌는 추세인 거죠.”(오석종 도전자)
“부사관을 늘린다는 건 아까는 비용이 제한돼 있다면서요. 또 돌고 돌잖아요.”(이준석)
“아니 사병 인건비를 말씀드린 겁니다.”(양병권 도전자)
“병사를 부사관으로 바꾸면 인건비가 더 효율적으로 써지는 겁니까?”(이준석)
“부사관이 돈을 더 많이 받으니 더 열심히 하겠죠.”(양병권 도전자)
“뭐야 그게. 하나만 물어볼게요. 다시 군대 가라고 한다면 얼마 주면 간다고 할거에요.”(이준석)
“저는 안 가죠.”(양병권 도전자)
“그런데 뭘 자꾸 모병제를 하재요.”(이준석)
“저희 모병제 하자고 말한 적 없습니다.”(이재은 도전자)
“그럼 부사관을 징병해요? 모병제와 부사관 뽑자는 얘기는 똑같은 얘기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자고요. 진짜.”(이준석)
방송 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토론 내용상으로는 의견이 갈렸지만, 비난의 화살은 한 사람에게 쏟아졌다. 토론 당사자가 이준석이라는 점과 그의 군 복무 때문이다.
그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했다. 산업기능요원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병역의무가 있는 사람 중 일부를 선발해 현역으로 복무하는 대신,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 대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역 복무는 아니지만 국방의 의무는 치른 셈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을 통해 군 복무에 관한 비난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군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군 복무 단축’ 토론에 나설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더욱이 토론을 지켜본 판정단들은 ‘16대4’라는 압도적 차이로 이준석에게 손을 들어줬다. 토론 자체만으로는 압승이라는 의미다.
다수가 공감하는 의견이라도 ‘현역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건 정당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현역 복무’가 핵심이라면 비난의 화살은 그를 초청해 ‘군 복무 단축’이라는 문제를 토론하게 한 제작진에게 돌려야 한다.
‘싸우러 왔느냐’는 일각의 비난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주장하는 말하기.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하여 각각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를 가리킨다. 토론 참여는 논리로 싸우는 전장에 나간 셈이다. 애초에 싸움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토론 내용은 그에 대한 평가를 떠나 토론 자체에 더욱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