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탐구생활]日 애니만 열풍?…韓 애니도 있었습니다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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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파닥파닥’·’쟈니 익스프레스’·’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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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닥파닥’ 포스터. 23.03.31. (사진=네이버 영화) *재판매 및 DB 금지

[*]문예빈 인턴 정진아 인턴 한유진 인턴 에디터 =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 개봉 이후 누적 관객수 32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최상단 자리를 유지 중이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극장판, ‘귀멸의 칼날:상현집결, 그리고 도공마을로’ 또한 지난 2일 개봉 직후 누적 관객 수 50만 돌파,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영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Z세대’ 인턴에디터들이 국내에서 제작한 토종 애니메이션 세 편을 소개한다.

파닥파닥


2012년 7월 25일 개봉한 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 ‘파닥파닥(감독 이대희)’은 횟집 수조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가족 단위를 타겟으로 제작된 기존의 물고기 애니메이션과 달리, ‘파닥파닥’은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생선들의 처절한 생존기와 비참함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일종의 물고기 애니메이션계의 ‘안티테제(반정립)’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주 ‘등장어물’ 횟감 물고기들이 갇혀있는 수조는 ‘보이지 않는 벽’이라 불린다. 우연한 사고로 횟감이 된 주인공 고등어 ‘파닥파닥’은 죽을 날을 기다리면서도 ‘죽은 척’을 하기 위해 몸을 뒤집는 양식장 출신 물고기들과 달리,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벽’에 몸을 박으며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바다를 불신하는 수조의 최장수 ‘관리자’, ‘올드 넙치’를 포함해 다른 물고기들은 그의 도전을 냉소한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 사방이 막힌 수조는 전경에는 바다가, 후경에는 횟집 내부가 보이는 구조다. 파닥파닥은 바다를 보며 고향을 꿈꾸고, 올드 넙치는 횟집을 보며 자신의 부인과 친구들이 도살당한 순간을 떠올린다. 두 물고기의 동상이몽이 두드러지는 배치인 것이다.

바다를 갈망하는 파닥파닥과 바다를 염오하는 올드 넙치는 모순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작품 후반부에서 올드 넙치는 횟감으로 수조에서 건져진다. 도마에 올라 도살되기 직전, 손님은 고등어로 메뉴를 변경하고 파닥파닥과 올드 넙치의 운명은 뒤바뀐다.

“친구를 아끼는 그 마음을 / 슬픔의 끝에 가서야 알았죠 / (…) / 우리의 영혼이 이어진 걸 느껴봐요 / 지평선의 태양이 당신의 두 눈에 있어요 / 그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요 / (…) / 운명이 짓궂은 장난을 치네요 바보처럼요 / 하지만 당신은 이미 해낼 수 있어요 / 뒤돌아 보지 말고 앞으로 나가요 / 내가 항상 같이 할 테니”)영화 ‘파닥파닥’ OST ‘용서해요’ 中)

올드 넙치와 파닥파닥의 ‘뒤늦은 연대’를 가사로 대변한 OST ‘용서해요’의 뮤지컬 2D 애니메이션 뒤, 다음 장면에는 회 떠진 파닥파닥의 입에 담배를 물리고 박장대소하는 손님의 모습이 이어진다. 올드 넙치는 다시금 수조에서 횟집 내부를 바라보고 이내 화면은 블랙아웃된다.

비록 주인공 파닥파닥은 ‘예견된 죽음’을 맞이하지만 이 영화는 마냥 비극적이지 않다. 파닥파닥의 죽음 이후 이어지는 결말에서 올드 넙치는 횟집 주인이 수조의 뚜껑을 열자 물을 잽싸게 튀겨 수조 밖으로 튀어오른 후, 바다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죽은 파닥파닥이 옆에서 개관하듯 응원하는 음성이 함께한다.

호흡할 물이 없는 탓에 올드 넙치는 잠시 환각 상태에 빠지는데, 이 틈을 타 횟집 주인이 그를 집어들자 올드 넙치는 정신을 차린 후 입 안에 숨겨놓은 칼날을 뱉어 인간의 손을 벗어난다. 놀란 횟집 주인은 손에서 올드 넙치를 놓치고 올드 넙치는 그대로 바다에 빠진다. 결론적으로 바다를 염오하던 올드 넙치가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양식장 출신의 올드 넙치가 바다를 헤엄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파닥파닥’의 최종 관객 수는 1만 3428명으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뒤늦게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아 수작으로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관객들은 작품성에 비해 영화의 성적이 저조했던 이유에 포스터와 본작 내용의 대비를 꼽기도 한다. 희망찬 분위기로 주인공 ‘파닥파닥’이 해맑게 웃고 있는 포스터와 달리 내용은 죽음이 목전에 놓인 생선들의 염세적 사유과 처절한 사투를 담고 있기 때문. 같은 이유로 안타까운 평을 받은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다르게 영화 ‘파닥파닥’은 ‘물고기가 등장하는 12세 이상 관람가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이유로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충격에 빠져 상영 도중 나가는 일도 있었다는 점을 견주어 보면 대중적 성과를 이루기엔 장벽이 높은 작품이라는 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 산업계에 비해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애니메이션계에서 오래도록 회자되는 작품이 탄생했다는 점, 그리고 저예산으로 제작된 데 비해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서사, 성우진의 연기력으로 작품의 의도가 저해되지 않는다는 점, 또 일상 속에서 희미해진 동물권을 재고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감상할 가치가 명백하다. (문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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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쟈니 익스프레스(Johnny Express)’ 2023.03.31 (사진= 알프레드 이미지웍스(Alfred Imageworks) 유튜브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이게 단편 영화 묘미 아니겠어요…’쟈니 익스프레스’


최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과 만화 ‘슬램덩크’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한 뒤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자랐다. 디즈니와 픽사는 긴 역사만큼 다양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우리들의 동심을 지켜주었다. ‘겨울왕국’, ‘토이스토리’ 등 애니메이션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삽입하는 경우가 있다. 5분~7분 내외의 분량으로 상당히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흡입력과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다.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팔 수 없다는 것도 매력이다. 그런 단편 애니메이션 중 한국에서 만들어진 ‘쟈니 익스프레스(Johnny Express)’를 소개한다.

모팩앤알프레드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쟈니 익스프레스'(감독 우경민)는 2014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공개 5일 만에 2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2014년 당시 유튜브가 이제서야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시기이고 유튜브 시장이 현재보다는 작았던 점을 감안하고 봤을 때도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이다.

내용은 간략하게 이러하다.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에 택배기사 쟈니가 우주선을 타고 도착한다. 택배도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다. 쟈니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택배의 주인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같은 시각, 행성은 거대 괴생명체가 건물을 부수고 동족을 죽이고 있으며 행성을 파괴하고 있다. 쟈니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이 행성에서는 곧 재앙인 것이다. 쟈니는 심지어 캔을 행성에 버린다. 평화롭던 행성이 초토화됐다. 택배 주인을 찾지 못한 쟈니, 행성을 떠나려 한다. 우주선이 불을 내뿜으며 행성을 떠난다. 행성은 그렇게 불에 타서 사라지고 만다.

내가 무심코 했던 행동이 엄청난 영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나 하나로 뭐 바뀌겠어’가 ‘나 때문에 바뀔 수도 있구나’라는 시각의 변화가 발생했다. 메시지는 꽤나 명확하고 재치있게 담겼다.

필자는 이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이걸 한국에서 만들었다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과 작화, 기술 등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발전했다는 사실은 청강대학교 졸업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다. 해당 영화는 픽사와 디즈니 본 영화 앞에 들어가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들어가도 손색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2014년이라는 시간을 염두에 두고 보지 않아도 ‘쟈니 익스프레스’는 그래픽, 캐릭터성, 스토리, 유머 코드,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는 영화다.

노래도 동영상도 점점 짧아지는 세상에 영화 러닝타임은 2시간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귀여우면서 메시지는 명확한 5분 단편 애니메이션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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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을 나온 암탉’ 2023.03.31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당을 나온 암탉'(2011년 7월 개봉)

암탉 잎싹은 양계장에서 알을 낳으며 살아가다 쓰러지게 되고 주인은 죽은 닭들과 함께 그녀를 구덩이에 버린다. 족제비가 그녀를 갑작스레 덮친다. 그런 그녀를 수컷 청둥오리가 구해주며, 잎싹은 그를 나그네라 부른다. 마당으로 돌아간 잎싹은 다시 쫓겨나게 되고, 마당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나그네와 수달 달수의 도움으로 자유를 만끽하던 잎싹은 주인 없이 버려진 오리알을 발견해 알을 품게 된다. 알에서 깨어난 아기 오리 초록은 잎싹을 ‘엄마’로 여긴다. 둘은 족제비의 위협으로부터 안전 곳으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원작을 안 보고 애니를 먼저 본 사람들은 비극적인 결말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필자 또한 어릴 적 영화를 보고 울면서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원작자 황선미 씨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 애니를 보고 전연령을 생각하자면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극장 개봉 한국 애니메이션 1위를 달성했다. 중국에 먼저 수출되었고 미국 및 영국을 비롯한 46개 나라에 수출계약을 맺는 성과도 거뒀다.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20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15일째는 누적 관객수 100만을 돌파했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국 영화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뜻깊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본작이 제작사의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작품의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이 강해서 나온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2011년 8월 국내 관객만으로 150만을 달성했으며,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가족영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가족’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이 어떻게 보면 뻔하고,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았다. 마지막 암탉이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강요하지 않고, 초록이의 부양도 거절한다. 자식이 떠나는 과정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모습이 마지막 종착점을 담아냈다. (한유진)

◎지오아미 코리아 myb@1.234.219.163, 305jina@1.234.219.163, jt3132@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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