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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데뷔 5년8개월 만에 발매한 첫 정규 ‘라운드 앤드 라운드’ 호평
[*] 김수영. 2023.02.28. (사진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마음의 상처가 세상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릿속을 맴돌 때, 싱어송라이터 김수영(27)의 노래가 된다. 그건 시간의 지층에서 들리는 소리이기도 하다. 노래의 지문은 기억이라는 걸 음표로 보여준다.
그래서 김수영이 데뷔 5년8개월 만에 발표한 첫 정규 음반 타이틀이 ‘라운드 앤드 라운드(Round and Round)’다. 삶의 기습에 걸려 넘어져 감정의 굴레 속에서 ‘비틀비틀’거려도, ‘돌고 돌아’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고야 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건 김수영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팬데믹을 벗어나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네 삶의 순환과도 맞물린다. 이렇게 좋은 음반, 노래는 어떤 삶이든 은유한다.
특히 총 10개 트랙이 실린 이 음반은 완벽한 희망은 아니더라도, 뭉근한 희망을 품게 만들며 숨통을 틔워준다. 무엇보다 레퍼런스가 없는 김수영의 보컬이 ‘위로의 고유성’을 담보한다. 김수영의 ‘애교 볼살’이 노래주머니 같다며 팬들이 별칭으로 붙여준 ‘싱어볼라이터’의 위력이기도 하다. 김수영이 전곡 작사·작곡을 했고 치즈와 ‘실리카겔’ 김춘추가 편곡에 힘을 보탰다.
최근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만난 김수영은 “오래 오래 기억되는 뮤지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2017년 6월 첫 EP ‘비하인드(Behind)’를 내고 이후 또 하나의 EP와 여러 싱글을 발매하셨는데 정규 앨범을 내는 건 데뷔 5년8개월 만입니다.
“사실 정규를 내는 게 힘들잖아요. 아티스트에게 의미가 있는 앨범이죠. 벅차고 감동적인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밌었어요. 들어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실 지도 궁금하고요. 여러 감정이 드는 앨범입니다. 원래 작년 11월에 발매하려고 했는데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멋있게 내고 싶어서 좀 늦어졌어요. 겨울 안에는 내고 싶었어요. 제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주로 가을·겨울에 많이 좋아해주셔서요.”
-앨범 제목은 왜 ‘라운드 앤드 라운드’인가요?
“수록곡 중에 ‘돌고 돌아’라는 곡이 있어요. 어찌 보면 저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에요. 갖은 후회 속에서 우울해하거자 자책하고 살지만 ‘우리는 돌고 돌아 되돌아와서 이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지금의 저를 가장 잘 담은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수록곡도 저의 경험, 감정이 바탕이 됐고요. 그렇게 ‘돌고 돌아서 김수영이다’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앨범 수록곡 대부분 지난해 쓴 곡으로 아는데, 만들어진 지 가장 오래된 곡은 무엇인가요?
“‘영원은 없다’요. 2015년 스물 한 살에 처음 썼던 곡이에요. 묵혀놓았다가 드디어 발매하게 됐네요. 나머지 곡들은 다 작년에 쓴 곡입니다. (스물 한 살에 ‘영원은 없다’고 노래했으면 꽤 ‘조숙했다’고 묻자) 대학교 1학년 때 자취를 했어요. 밤에 혼자 있는데 ‘영원은 없고 삶도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엔 우울했나 봐요. (지금도 영원은 없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있었으면 좋겠어요. 희망을 가지고 싶어요.”
-예전보다 밝아진 느낌이 듭니다.
“옛날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어요. 상처를 받으면 그게 또 오래 갔죠.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보고, 여러가지 감정을 겪어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람이 유해지더라고요. 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게 됐고 긍정적으로 됐어요. 예전에 ‘비워내려고 합니다’를 부를 땐, ‘도대체 김수영은 어떤 사랑을 했길래 매번 아프고 헤어지고 비워내려고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그렇게 계속 가다보면 ‘진지하게 아픈 사람’으로만 기억될 거 같았어요. 이번 음반엔 사랑스러운 노래도 있고 적당히 밝은 곡도 있어요.”
[*] 김수영 정규 1집 ‘라운드 앤드 라운드(Round and Round)’ 아트워크. 2023.02.28. (사진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첫 트랙 ‘위스퍼(Whisper)’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제가 ‘좋아한다’는 표현을 잘 못해요. 그래서 상대방이 잠을 자고 있을 때 그 사람 모르게 ‘너를 많이 좋아한다’고 표현한 곡이에요. ‘조금 취한 마음이 나쁘지 않아서 / 사랑하는 너에게 안겨있을래’라는 가사가 있는데 제목 그대로 ‘너에게만 속삭여 주는 환상적인 말이야’라는 뜻을 품고 있어요. 편곡도 그런 분위기를 내려고 했죠.”
-‘로맨틱(Romantic)’은 말 그대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노래’입니다.
“제게 이렇게 로맨틱한 곡이 없어요. 사랑스러운 곡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또 많은 분들이 제게 왈츠가 잘 어울린다고 말씀 하셔서 가사를 생각하면서 작업하기 보다 ‘왈츠를 써볼까’라는 마음으로 임한 곡이에요. ‘얘가 밝아졌구나’ ‘사랑스러워졌구나’라고 느끼실 곡이에요.”
-‘돈트 크라이(Don’t Cry)’는 가장 김수영다운, 가장 김수영 느낌이 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타 인트로를 포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의 곡이기도 해요. 제가 좋아하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의 느낌이 있고, (영국 뮤지션) 제이콥 콜리어 ‘올 나이트 롱(All Night Long)’의 원곡자인 라이오넬 리치의 곡을 편곡 레퍼런스로 잡았어요. 제 자신에게 ‘너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노래예요. 그걸 슬프게 이야기하지 않는 느낌으로 편곡을 하고 싶었어요.”
-‘비틀 비틀’이 타이틀곡이 된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배우 이청아 씨가 출연했는데요. 평소 교류가 있었다면서요. 그리고 청아 씨의 뮤직비디오 출연은 무려 8년 만이더라고요.
“주변에서 ‘네가 이런 멜로디도 쓰냐. 랩 하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음절이 많아서 그런 거 같은데 저도 후렴이 귀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타이틀곡이 됐어요. 청아 님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제 노래를 여러 번 올려주셨어요. 원래 아는 사이가 아니었어요.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리다가 교류를 하게 됐죠. ‘비틀비틀’을 편곡하면서 ‘풀하우스'(2004)나 ‘내 이름은 김삼순'(2005) 같은 2000년대 초반 드라마에서 나오는 음악의 느낌을 레퍼런스로 썼거든요. 물론 지금도 대세 배우지만 그 시절 대세 배우이던 이청아 배우님이 나오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흔쾌히 출연해주셔서 좋아해주셔 너무 감사했고, 덕분에 뮤직비디오가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됐어요.”
-‘하나 둘’은 참 슬픈 노래입니다. 작년 2월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금동이’를 생각하면서 쓴 곡이라고요.
“어머니가 동물구조협회에 관심이 많으세요. 유기견 봉사도 많이 하시고요. 그렇게 ‘오복이’, ‘금동이’라는 강아지를 입양하게 됐죠. 금동이는 말티즈 개농장에 버려진 친구였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죠. 사랑스러운 노래들은 오복이, 금동이를 생각하면서 많이 썼어요. 사실 ‘위스퍼’도 두 친구 보면서 간지러운 마음을 쓴 곡이기도 해요. ‘난 이렇게 좋은데, 너희들은 알고 있니’ 그런 마음이요.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존재들입니다.”
-‘내가 없어도’는 제목이 참 슬퍼요.
[*] 김수영 ‘비틀비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이청아. 2023.02.21. (사진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마 ‘서른, 아홉'(2022)을 참 감명 깊게 봤어요. 드라마 속에서 나이(39세)가 얼마 되지 않은 찬영(전미도 분)이가 암 판정을 받잖아요. 그럼에도 친구들이랑 시간을 잘 즐기는 걸 담은 드라마인데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그런 날이 올 수 있으니까 그 때 안정시켜 주는 매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쓰게 된 곡이에요. 너무 슬픈 느낌은 아니고 너희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을 담았죠.”
-예전보다 수영 씨가 밝아진 데는 음악도 역할을 했나요?
“그럼요. 예전에 곡을 쓸 땐 제가 우울하면 그 우울함을 100% 내비쳤어요. 그런데 이제 제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노래를 듣고 마냥 우울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해요. 회사에서도 밝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죠.”
-마지막 트랙 ‘비포 더 레인(Before the Rain)’은 담담하게 음반을 마무리해주는 곡입니다.
“이별에 아파하고 깊게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별 후에 자책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별은 이별이고 네 생각을 해라’라는 이야기를 따듯하면서도 냉철하게 하고 싶었어요. 여름이 엄청 뜨거운데 비가 오면 그 열기가 없어지잖아요. ‘비포 더 레인’이라는 제목에 그 분위기를 담고 싶었어요.”
-수영 씨 음색은 원래 좋은데, 이번 음반에선 더 깔끔해진 거 같아요.
“제가 들어도 첫 EP 때랑 지금이랑 목소리가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그땐 녹음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고, 어떤 목소리를 내야 예쁜 지 잘 몰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성을 알 수 있게 됐죠.”
-음악은 맨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중학생 때부터 ‘음부심’이 있었어요. 유명 아이돌 음악보다 남들이 잘 안 든는 ‘인디 음악’을 들었거든요. 허밍 어반 스테레오, 요조 선배님의 노래요. 그렇게 노래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마가 ‘악기를 배워라’고 제안해주셨고 중학생 때 기타를 치면서 흥미가 생겼죠. 근데 기타는 저의 길이 아닌 거 같았어요. 재수를 하는 동안 기타치면서 노래를 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입시 때도 기성 곡을 커버해서 부르지 않고 제 곡을 불렀는데 교수님들이 더 좋아하셨어요. 사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스물두 살 때부터 홍대 클럽들을 찾아다니면서 ‘저 김수영이라는 사람인데 공연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죠. 홍대 앞에 어쿠스틱홀릭이라는 작은 공연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처음 공연했어요. 관객은 커플인 두 분이었죠. 그분들이 ‘너무 좋았다’고 말씀 해주셨고 그게 저의 시작이 됐어요. 이후 클럽들을 뚫어나가기 시작했죠. ‘에반스 라운지’는 제가 가장 서고 싶었던 무대인데 첫 EP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그곳에서 열었어요. 관객분들로 꽉 차서 놀라웠죠. 스팅 ‘잉글리시맨 인 뉴욕(Englishman In New York)’ 커버 영상 등을 올리던 때이기도 했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수영은 오는 10일 홍대 앞 공연장 클럽온에어에서 정규 1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다. 4월 7~9일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선 콘서트도 연다. 김수영이 3일 연속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운드 앤드 라운드’는 제 20대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 앨범이라 의미가 더 커요. 한번 반짝이고 없어지는 게 아닌 오래 오래 기억되는 뮤지션이 되기를 바라요. 이적, 이소라 선배님처럼요. 우울할 때나 기쁠 때나 언제든 듣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수영의 이름 수영의 각각 한자는 빼어날 수(秀)와 빛날 영(煐)을 쓴다. 그 뜻이 그녀의 바람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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