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300]전락을 위한 절정의 연기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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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빈 에디터 = 2월 4주차 개봉 영화 및 최신 개봉작 간단평을 정리했다.

전락을 위한 절정의 연기…TAR 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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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 타르’는 뛰어난 영화이지만, 도저히 케이트 블란쳇에 관해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블란쳇은 이 영화에서 베를린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이자 세계 최고의 지휘자 ‘리디아 타르’를 맡았고, 그의 연기는 천의무봉(天衣無縫)에 가깝다. 블란쳇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말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연기에 관해 어떤 식으로라도 언급하지 않는 건 분명 직무유기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화에 앞서 존재하는 연기라는 건 없겠지만, ‘TAR 타르’에서 블란쳇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떤 연기는 영화를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많은 이들이 블란쳇 최고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블루 재스민’을 꼽을 것이다. 아마도 이 평가는 ‘TAR 타르’를 보고 나면 바뀌어야 한다.

착하고 순진해…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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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 판정으로 진 선수가 아니라 이긴 선수가 주인공이라는 건 분명 흥미로운 설정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줄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종목이 영화라는 장르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 스포츠인 복싱이라는 것도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가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일 것이다. 야심이 없는 영화 ‘카운트’가 선택한 건 스포츠 코미디다. 이 작품은 분명 무해하다. 착한데다가 귀여운 구석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영화와 딱 맞아떨어진다. 다만 이 순진한 영화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요즘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무 멀리 가버린 마블…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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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객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마블 영화를 계속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 페이즈5의 첫 번째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는 고(go)와 스톱(stop)의 기로에 선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25년에 나올 예정인 ‘어벤져스’ 시리즈 5번째 영화 ‘어벤져스:캉 다이너스티’로 가는 길을 연다. 멀티버스·시간·공간·과거·현재·미래·우주 그리고 슈퍼 빌런 ‘캉’까지…이른바 MCU의 ‘멀티버스 사가(saga)’의 키워드가 모두 등장한다. 이 모든 게 대략적으로라도 이해가 되는 관객은 고를 하면 되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스톱하면 된다. 그리고 더 이상은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를 찾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그들의 시대는 끝났고, 마블은 그때로 돌아갈 마음도 전혀 없어 보인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윤리…다음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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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영화 따위가 무얼 할 수 있겠느냐고 이죽거리는 비관론자들에게 영화 ‘다음 소희’는 영화의 역할에 관해 반박하는 대신 오히려 한 가지 질문을 건네는 것 같다. 그 물음은 어쩌면 영화와 무관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어떤 곳이 되길 바랍니까.’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 같은 건 이 말에 없다. 최소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태도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역할을 ‘다음 소희’는 영화로서 다하려 한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기어코 만드는 건 영화감독으로서 정주리의 책임감으로 보인다.

이런 난장판엔 주님이 계시지 않아…성스러운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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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면, 개탄 속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절망하게 될 것이다. ‘성스러운 거미’는 이란 사회에 뿌리 내린 저 너절한 여성 혐오를 직격한다. 신의 뜻을 참칭하며 여성을 살해하는 한 남성의 행태는 얼마나 시시한 것인가. 그리고 이 남자를 영웅이라 칭하는 이들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려는 그 세계는 얼마나 소름끼치는 곳인가. 그리고 이 성지(聖地)에서 진짜 신성모독을 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란 말인가. 알리 아바시 감독은 전작 ‘경계선'(2019)과 정반대 화법으로 이란 사회를 뒤집어 놓는다. 이 문제는 매우 시급하기에 에둘러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오아미 코리아 jb@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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