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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성수 대표, 이수만 전 총괄 개인회사 CTP 관련 명확한 해명 필요 지적
“아티스트들 IP로 보기보다 그들의 심리 돌아보는 게 우선”
[*]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로고. 2023.02.20. (사진 = SM·하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HYBE) 간 경영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SM아티스트들과 직원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K팝 업계에 따르면, SM 소속 가수들과 직원들은 최근 SM 사태 속에서도 묵묵히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어수선한 분위기까지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는 상황이긴 하다.
SM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고 데뷔 16년차인 그룹 샤이키 멤버 키도 최근 솔로 정규 2집 리패키지 ‘킬러’ 관련 온라인 라이브 방송에서 “(앙코르 콘서트) 저도 하고 싶은데 어디에 누구한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가 뒤숭숭해서”라고 말했다.
이미 SM 가수들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역외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개인 회사 CT 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CTP)와 관련해서다. 이 전 총괄이 지난 2019년 홍콩에 설립한 곳이다. 라이크기획은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로 SM의 수익을 과도하게 가져가 문제가 됐다.
SM은 웨이션브이, 슈퍼엠, 에스파의 글로벌 음반·음원 유통과 관련 각각 중국의 애사애몽, 미국의 캐피톨 레코즈, 워너 레코즈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CTP는 SM과 해외 레이블이 정산을 하기 전에 수익의 6%를 선취했다고 이 전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SM 대표가 폭로했다. 이 대표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결국 100% 온전하지 못한 액수에서 SM과 아티스트가 최종 정산을 하게 돼 SM이나 아티스트에게 돌아갈 금액은 줄어든 것이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이런 계약 구조를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최근 SM사태와 관련 발표한 2차 성명문에서 “대표이사라는 직책에 따르는 권한이 주어졌음에도 이수만 선생님의 탐욕과 독재를 제가 막지 못했다”고 밝힌 것처럼 극소수 경영진만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이성수 SM 대표. 2023.02.17. (사진 =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다만 SM 측에서 후속 조치를 통해 CTP와 관련 명확한 책임 소재를 더 가릴 필요는 있어 보인다. SM 아티스트와 내부 직원에게 자세한 설명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크기획처럼 CTP의 수익 선취는 회사 매출에도 악영향을 줘 결국 주주에게도 피해가 가는 일”이라면서 “내부 치부를 폭로하는 일이라 이성수 대표도 큰 결심을 했겠지만 관련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고 뒷탈이 없게 하기 위해선 잘잘못을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그건 회사에 대한 아티스트들과 직원들의 믿음을 유지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가 지난해 3월 유튜브 경제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이수만을 영입하기 위해 매출의 6%를 지급해야 한다? 나는 그런 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사들여 SM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하이브 역시 이 대표의 주장처럼 CPT와 관련 문제가 확인된다면, 이를 승인한 SM 내의 주체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이 CTP를 두고 SM과 하이브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로부터 CTP에 대해 전달 받지 못했다면서도, 이 전 총괄과 SM 간의 거래 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양자간 계약이 존재할 경우 이를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 하이브 사옥. 2023.02.10. (사진 = 하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M은 해외 레이블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CTP는 SM과 거래관계가 없으므로 하이브가 계약 종결로 해소시켜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이브는 CTP를 통해 SM 수익의 역외 탈세가 이뤄지는 비윤리적 운영 방식 또한 지분 인수 계약으로 인해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재반박했다. 하이브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지점이 있다. SM 내부에서 해소했어야 할 문제에 얽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수 대표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되는 M&A을 실사 한 번 없이 처리한 하이브 경영진이 주주, 관계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께 설명할 부분”이라고 떠넘기는 모양새다.
또 SM은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게 되면 SM 아티스트들이 음반 발매 등 활동에 후순위가 돼 아티스트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하이브는 이미 레이블 체제를 갖춰 아티스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는 잘 마련돼 있다. 다만 레이블별로도 업무가 과중돼 있어 SM을 인수한다고 해도 SM 인력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으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이브는 SM의 레거시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SM 아티스트들 역시 최근 일련의 사태 속에서도 SM 직원들과 스태프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팝계 동료 선후배인 SM과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이 서로 서먹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양 사가 할 일이다. SM 소속 그룹 NCT 멤버 재현은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인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세븐틴 멤버 민규와 97년생 동갑내기로 절친한 사이다. 이외에도 친분을 나눠온 아티스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기획사 관계자는 “K팝이 국내외에서 산업화되면서 아티스트들도 IP화돼 일련의 사태에서 그들의 심리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사태가 어떡해 봉합되든 아티스트들과 직원들이 인간적으로 더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SM사태와 관련 이번 주는 분수령 중 하나다. SM과 하이브가 이미 기업발표회로 여론전에 나섰다. 이날 서울동부지법은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카카오의 신주·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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