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수만發 K팝 격변④]하이브, 유니버설·소니·워너 대항마?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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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하이브·SM 만남, K팝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원투 펀치'”

작년엔 SM 이성수 탁영준·빅히트(하이브) 신영재, 빌보드 ‘인디 파워’

한편에선 몰개성 우려…”SM 유산·개성 존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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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 사옥. 2023.02.10. (사진 = 하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HYBE)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창업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가운데, 과거 세계 음반산업 메이저 회사들의 인수합병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15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현재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워너 뮤직 그룹 등 미국 기반의 대형 음반사들이 세계 3대 대형 음반사로 통한다. 각각 수많은 레이블들을 거느리면서 전 세계 음악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86년 독일의 베르텔스만이 미국 RCA를 사들이면서 세계 음반회사들의 인수합병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1980년대엔 당시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일본이 음악 산업에서도 강자였다. 소니가 미국 CBS를 사들였고 역시 일본의 마쓰시타(현 파나소닉)은 미국 게펜 레코드를 인수했다. 이와 별개로 1992년엔 영국 EMI가 영국 버진 뮤직(VMG)을 사들였다. 그렇게 1990년대 초반은 소니, 마쓰시타, EMI, 베르텔스만, 네덜란드 폴리그램(PolyGram), 미국 타임 워너 등 6개 메이저 음반사가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했다. 

그런데 점차 독과점이 된다. 이내 1990년대 중후반엔 워너, 소니, EMI, 폴리그램, 독일 비엠지(BMG) 등 5대 메이저 음반사로 재편됐다. 또 2000년대엔 유니버설뮤직, 소니 BMG, EMI, 워너뮤직이 세계 4대 음반사가 된다. 당시 세계 3위 음반 업체인 EMI와 4위인 워너뮤직이 서로 인수하겠다며 M&A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다 또 인수 합병을 거쳐 현재 유니버설, 소니 뮤직, 워너로 재편된 것이다.

이들 세 음반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 빌보드가 이들을 제외하고 세계 음악시장에서 독자적 성과를 낸 레이블과 유통사 리더를 선정하는 타이틀이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다. 세계적 기준의 규모를 놓고 볼 때 세 글로벌 음반사를 제외하면 모두 인디 취급을 받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발표한 ‘2022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 명단에 엑소·NCT·에스파 소속사인 SM의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와 방탄소년단(BTS)·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 소속사 빅히트뮤직 신영재 대표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K팝과 한국 대중음악을 해외에 유통하고 홍보하는 전문기업 DFSB 콜렉티브(DFSB Kollective)를 이끄는 버니 조(Bernie Cho·조수광) 대표는 하이브와 SM의 만남을 “원투 펀치”라고 표현했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게 되면 “K팝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원투 파워 펀치’일 것 같다”는 판단이다. 버니 조 대표는 2011년부터 ‘서울소닉’이라는 타이틀로 국내 유망한 인디 밴드들의 합동 북미 투어 프로젝트를 계획해왔다. 그는 매년 봄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음악산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와 긴밀히 연계돼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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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왼쪽), 방시혁 하이브 의장. 2023.02.10. (사진 = SM, 하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 버니 조 대표는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하이브가 ‘빅(Big) 3’ 글로벌 메이저 음반사들인 유니버설, 소니, 워너와 같은 리그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음악계에서 드문 이들의 대항마가 한국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 하이브는 K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을 시행해왔다. 최근엔 하이브의 미국 본사인 하이브 아메리카가 미국 유력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QC Media Holdings)’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QC 미디어 홀딩스는 힙합 분야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레이블로 릴 베이비(Lil Baby)와 릴 야티(Lil Yachty), 미고스(Migos), 시티 걸스(City Girls) 등이 인기 뮤지션들이 함께 하고 있다.

KB증권 이선화 애널리스트는 CNN에 “QC 인수는 하이브가 미국 음악 시장에서 더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CNN은 그녀가 보고서에 “하이브의 더 큰 야망은 K팝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장르에 걸쳐 새로운 글로벌 아티스트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작성한 것을 특기했다.

실제 하이브는 지난 2021년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데미 로바토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했다. 이타카 홀딩스를 이끈 스쿠터 브라운은 현재 하이브 아메리카 CEO다. 또 하이브 아메리카는 미국 인기 장르인 컨트리 음악으로 유명한 ‘빅 머신 레이블 그룹’도 산하에 두고 있다. 하이브가 K팝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들인 힙합, 컨트리 레이블들을 모두 보유하게 된 셈이다.

버니 조는 “하이브는 더 이상 ‘케이팝의 거물’이 아니다. (K팝의 수식어인) ‘K’는 이제 사라졌다. 대중음악(pop music)의 거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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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피에르 ‘P’ 토마스 QC 미디어 홀딩스 CEO, 케빈 ‘코치 K’ 리 QC미디어 홀딩스 COO,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 2023.02.09. (사진 = 하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역사적인 흐름을 볼 때, 음악 산업이 커지면 그에 따른 인수합병도 활발해진다. 작년 3월에 국제음반산업협회(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IFPI)가 2021년 작년 한 해 전 세계 음반 산업의 동향을 조사해 발표한 ‘글로벌 음악 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음반 산업은 2020년 대비 18.5% 성장했다. 259억 달러(한화 약 31조8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한 해 음반 매출 톱 10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대한민국,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순이다. 한국은 2021년 6위에 비해 한 계단 하락했으나 1990년대 20위권 밖에 머물렀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K팝에 앞서 아시아 국가의 음악 중에선 1970년대~1980년대엔 일본의 J팝, 1980년대와 1990년대엔 홍콩의 ‘칸토팝'(광둥어 가사 노래)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내 몰개성과 함께 스타를 추가로 배출하지 못해 시들해졌다. 칸토팝의 경우 홍콩 반환 같은 국제 정세의 이유도 있었으나, 산업적으로 좀 더 규모를 키우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을 시발점으로 K팝이 마이너한 장르에서 메이저 장르로 올라서려는 이 때 덩치를 키우면, 버니 조 대표의 전망처럼 미국 대형 레이블과 싸움에서도 버틸 수 있다는 장밋빛 예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성공을 벤치마킹, 민관합작펀드 등을 만들어 ‘쿨재팬(Cool Japan)’ 정책을 10년 전부터 추진해왔으나 실적 부진으로 해당 정책을 없앨 위기에 처했다. 한번 뒤쳐진 문화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보기 중 하나다. 

다만 국내 음악계는 그렇지 않아도 K팝에 쏠린 음악 생태계가 더욱 일부에만 쏠리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이브를 ‘황소개구리’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종가 기준 하이브의 시가 총액은 8조3534억이고 SM의 시가총액은 2조7807억이다. 엔터계 1, 2위인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1조원에 달하는데 엔터계 3위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시가 총액 2조5984억원에 4배에 달하는 규모다. 4위인 YG엔터테인먼트의 시가 총액은 9757억원 수준이다.

아울러 SM은 대형 K팝 기획사임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며 가장 개성 강한 레이블로도 통했다. 하이브의 인수 시도로 이런 SM의 레거시(유산·遺産)가 사라질까 SM 직원들은 물론 K팝 팬들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자 하이브 박지원 CEO는 지난 13일 사내 설명회를 열고,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라며 SM을 뒤흔들어서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다. SM과 하이브가 힘을 합치면 K팝 산업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판단해 인수에 나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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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혁 에디터 =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몽골 경제인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02.14. jhope@1.234.219.163

아울러 하이브 레이블즈의 프로듀서들인 방시혁 의장,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한성수 대표,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쏘스뮤직의 소성진 대표 등이 각자 스케줄로 바빠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을 할 수 없다면서 SM의 레거시를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희진 대표는 SM 이사 출신으로 그가 SM 새 이사진에 합류가 유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는데, 민 대표가 전 회사에서 느낄 부담 등을 고려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을 사들이는 하이브는 그의 차후 SM 경영 관여에도 재차 선을 그었다. 인수와 관련해 SM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거다. 이 전 총괄이 SM의 로열티를 더 이상 받지 않고 프로듀싱 참여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한 이 전 총괄은 최근 SM 경영권 분쟁과 관련 에디터들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편 이 전 총괄에 반기를 든 이성수·탁영준 현 SM 공동대표 등 현 SM 이사 임기는 내달 27일에 만료된다. 이·탁 공동대표는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이 전 총괄을 몰아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하고 이사회에 얼라인 측 추천을 거친 사외이사 3인도 새로 선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각에선 하이브의 인수 추진으로 궁지에 몰린 카카오가 SM 인수전에 CJ그룹을 끌어들이기 위해 의사를 타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 CJ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오아미 코리아 realpaper7@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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