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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여름 성수기 지나 코미디 영화 대세
기대치 낮았던 ‘육사오’ 200만 육박
코믹액션 ‘공조2’ 연달아 흥행 성공
코로나 피로감 진지한 영화 거리 둬
10월에도 한국 코미디영화 2편 개봉
[*] 손정빈 에디터 =
‘코미디에 이은 코미디, 그리고 코미디 대 코미디.’
최근 한국영화 트렌드는 한 마디로 정리된다. 코미디. 지난 여름 성수기 ‘한국영화 대작 4파전’이 끝난 뒤 최근 극장가엔 코미디 바람이 불고 있다. 시종일관 무겁기만 했던 여름 대작이 물러난 자리를 정반대로 아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차지해 차례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10월에도 한국 코미디 영화 두 편이 맞붙는다. 당연히 이 맞대결 승패 역시 완성도보다는 웃음 타율로 결정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 가족·연인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화계 코미디 대세를 이끈 건 ‘육사오’였다. 고경표·박세완·이이경·음문석·곽동연 등 젊은 배우가 주축이 된 이 작품은 한국영화계에서 멸종되다시피 한 정통 코미디 장르를 밀어붙여 성공한 흔치 않은 케이스이다. 말년 병장이 우연히 얻게 된 1등 로또 종이가 바람에 날려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개봉 초기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 했으나 서서히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덧 190만 관객을 넘겼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에 나왔던 스타일의 영화가 2022년에 나오니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다”고 했다.
‘육사오’의 기운을 이어받은 작품이 ‘공조2:인터내셔날'(‘공조2’)이다. 현빈·유해진·다니엘 헤니가 주연한 이 작품은 첩보액션을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방점은 코미디에 찍혀 있다. ‘공조2’가 560만 관객을 넘길 수 있었던 데는 스타 배우 3인방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국내 대표 배우가 총출동하고도 흥행에 실패한 사례는 이번 여름에만 수 차례 있었다. 업계는 ‘공조2’ 흥행 이유를 스타 파워를 넘어서는 코믹함에서 찾는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 영화는 유해진만 웃긴 게 아니라 현빈도, 헤니도 웃긴다”며 “최근 관객 취향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공조2’에 이어 28일 나란히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정직한 후보2’ 역시 코미디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염정아와 류승룡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다. 주인공이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로 극이 전개된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음악과 춤이 중요한데, 류승룡 특유의 코미디 연기 역시 이에 못지 않게 비중이 높은 요소이기도 하다. ‘정직한 후보2’는 라미란을 앞세워 관객을 작정하고 웃기려는 영화다. 전작에 이어 정치인 ‘주상숙’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동시에 주상숙의 비서실장까지 거짓말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웃음을 노린다.
업계는 코미디 영화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는 현재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약 3년 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 피로감을 ‘웃긴 영화’로 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관객은 ‘탑건:매버릭’처럼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한 작품이 아니라면 차라리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 흐름을 배급사들 역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은 밝고 경쾌한 영화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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