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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산문집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 출간
[*] 이소라 6집 ‘눈썹달’ 커버. 2022.09.14. (사진 = 세이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평론’이 아닌 ‘의견’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음악글에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최근 그가 펴낸 산문집으로, 자신의 삶을 톺아본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삶창)엔 그런 고민이 더욱 짙다. 하지만 화려한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닌, 따듯한 연대의 수사(搜査)의 정성이 배어 있다.
이를테면 ‘기억과 공동체’라는 꼭지의 글에서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된다”고 적은 대목이 그렇다. “기억을 나누고 기억으로 연대할 때, 우리는 잠시 공동체가 된다”고 부연했다.
서정민갑 의견가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발췌 가능하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의 음악 분과인 한국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 출신인 그에게 노래는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그 기억을 나누는 일이다.
또 음악 관련 글이 아닌 내용에서도 서정민갑 의견가는 운율을 담는다. ‘질투하는 사람’ 꼭지에서 “게으른 사람이 부지런하게 사는 게 힘들듯, 부지런한 사람이 게으르게 사는 것도 힘들다. 욕심 없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는 것이나, 욕심 많은 사람이 욕심을 버리는 일은 똑같이 힘들다”고 쓴 문장이 예다.
아무래도 음악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니 산문집에 음악 글도 포함되는 게 당연. 서정민갑 의견가를 가장 많이 울린 음반은 이소라의 정규 6집 ‘눈썹달'(2004)이라고 한다. 누군가와 헤어지면 그가 습관처럼 들은 음반이다.
“이럴 거라면 이렇게 될 거라면 / 처음부터 만나지 말걸 그랬네요” 같은 수록곡 ‘이제 그만’의 노랫말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최루액 같았다고 했다. 서정민갑 의견가는 자신의 연애가 음악만큼 간절하지 않았고, 이별이 자신의 탓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눈썹달’이라는 음반이 자신에게 아무런 충고도 지청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 안으로 도망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정민갑 의견가의 예술과 삶에 대한 태도와 안목은 김성우 응용언어학자가 ‘추천의 글’에서 잘 압축했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듣고 끈질기게 읽어내는 사람이자 음악과 삶, 글을 엮는 데 진심이 평론가였다”면서 “‘오늘 들은 음악’ 목록, 인문사회과학 공부 모임 공지, 꼼꼼한 아티스트 및 음반 리뷰가 그의 단단함을 증언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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