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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과 교수 서면 인터뷰
‘K팝 댄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 저자
K팝 댄스 독립 선언에 이론적 근거 마련 평
“2020년대 K팝, ‘올드 클래식’이 될 것”
[*]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과 교수. 2022.09.14. (사진 = 오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K팝 댄스의 핵심에 도달하기 위한 이론의 뼈대와 근육이 단단하고 튼튼하다.
오주연(38)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과 교수가 최근 펴낸 ‘K팝 댄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K-pop Dance: Fandoming Yourself on Social Media)은 현장의 몸짓과 책상의 텍스트가 어깨동무하는 활력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트와이스’ 등 K팝이 세계를 휩쓴 뒤 음악이 아닌 댄스에 방점을 찍은 이론서가 나온 건 이례적이다. K팝 댄스의 독립 선언에 이론적 근간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
사실 K팝에서 댄스를 빼놓을 수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인 ‘한국대중음악상'(KMA)도 올해 K팝 노래·음반 부문을 신설하면서 “아이돌 시스템을 기반 삼아 퍼포먼스에 방점을 둔 댄스 팝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K팝 댄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은 이처럼 K팝 특성을 톺아보면서 소셜 미디어와의 연계성, K팝 댄스 팬덤의 계층별 특성 등을 다룬다. 이런 점이 호응을 얻으면서, 미국 아마존 대중춤·커뮤니케이션 분야 신간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화여대 학부와 석사에서 현대 무용을 전공했고 어릴 때부터 K팝 근간인 된 방송 댄스에도 관심이 많았던 오 교수의 경험치가 대중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다음은 오 교수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K팝은 거칠게 요약하면, 기획사 제작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돌 퍼포먼스에 방점을 둔 댄스 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댄스인데요. 혹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K팝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K팝 댄스는 힙합, 탱고, 살사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일컫는 같은 단어가 사용됩니다. 즉 K팝 음악의 특징이 상당부분 K팝 댄스에 녹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K팝 댄스는 이 음악적 정체성을 시각화하고, 신체적으로 확장했다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K팝이라는 것이 독자적인 장르로서 구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미학적인 독자성이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인정하는 모양새입니다. 교수님 역시 K팝을 독자적인 장르로 인정하시는데요. 그 기준은 무엇입니까? 아울러 특히 댄스 영역에 독자성을 부여해주셨는데요. 가장 중심이 됐던 근거는 무엇인가요?
“전 세계 규모의 팬덤입니다. K팝 댄스가 독립적인 장르가 아니면 전 세계 K팝 댄스를 따라하는 팬들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답변할 수 없습니다. 춤의 정의는 소수의 엘리트많이 아니라 그 춤을 따라하는 다수의 대중에 의해 정의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대중춤 장르처럼 K팝 댄스는 후자의 예라 볼 수 있습니다.”
[*] ‘K팝 댄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 2022.09.14. (사진 = 오주연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무용을 전공하셨는데요, 현대무용과 K팝의 접점이 현재 얼마만큼 있다고 보시나요. 실제 이제 더 이상 K팝과 멀지않은 거 같아요.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예술고등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죠. 위너 김진우는 국립현대무용단 작품 ‘어린왕자’, 걸그룹 ‘베리굿’ 출신 조현은 김남식&댄스투룹-다(Da)의 ‘호모 모빌리쿠스’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방탄소년단 ‘블랙스완’은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 마사 그레이엄 명언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었고, 이 곡의 아트필름은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인 ‘엠엔 댄스 컴퍼니(MN Dance Company)’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리고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단순히 방송 댄스 영역에서 벗어나 현대무용 전공자들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역사가들이 논의해온 바와 같이 현대무용은 장르를 확장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움직임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조에 더해 책에서도 자세히 분석한 안무에 따르면, K팝 댄스에는 현대무용에서 사용하는 기법들이 다양히 사용됩니다. 이는 오늘날 예술가, 안무가, 댄서의 경력 및 직업 선택이 다양한 장르를 오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다시말해 움직임에 순수한 가치가 정해져있다라기보다, 누가 어떤 안무를 어떤 무대에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 장르가 바뀌기도 합니다.”
-현대무용 전공자가 보시기에 K팝 댄스 스타일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K팝 댄스 스타일은 우선 K팝 아이돌 (댄서) 들이 K팝 음악에 맞추어 춥니다. 다시 말해 현대무용 동작도 K팝 댄서들이 하면 K팝 댄스가 될 수 있고, 그 반대 역시 가능합니다.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스처형 포인트 안무'(gestural point choreography)가 2020년대 K팝 댄스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짚어주신 K팝의 ‘상체 중심 댄스’는 틱톡 챌린지에 특화된 춤이기도 하죠. 이런 모방 혹은 재생산 등이 아이돌과 팬덤의 감정 교류를 긴밀히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 음악과 다르게 춤은 직접 따라할 수 있는 확률이 크고, 따라할 때 보다 긴밀한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K팝 댄스 팬덤의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K팝의 위상이 남달랐지만, 방송댄스로 시작한 한국 대중음악에서의 춤은 여전히 다른 장르의 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눈초리를 받고 있기도 해요. 최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만 봐도 전문 영역을 갖고 있는 댄서들과 방송댄스를 기반 삼아 다양한 스타일의 춤을 안무하는 코레오그래피의 위계가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있거든요. 스트리트 댄스와 코레오가 결합하고 K팝의 영향으로 그 위상을 높게 평가하기도 하지만 방탄소년단처럼 세계적으로 레벨이 다른 그룹을 제외하고는 인기에 비해 사회적으로는 아직 위상을 완전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K-댄스로 통칭되며 그저 K-한류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죠. 교수님 덕에 전문성을 톺아보는 계기가 됐지만, 위상을 좀 더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한 장르를 우선적으로 마스터 한 댄서(예컨대 힙합)에 비하면 방송댄스는 분야 특유의 기술성이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장르를 두루 마스터하고, 어떤 곡에든 맞추어 춤출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능력 또한 하나의 기술입니다. 이는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대중춤 안무가들을 통해 증명됩니다. 이들은 다양한 춤을 모두 소화하며 특정 장르에 자신을 국한시키지 않습니다. 또한 책에서 설명하듯 K팝 댄스는 기존의 방송댄스와 다르게 K팝 댄스만의 특징으로 80년대 이후 크게 진화해 왔습니다.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어 다양한 스타일의 댄서들이 동등히 존중받는 문화는 모두에게 더 큰 즐거움과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버클리 음대가 CJ ENM과 손 잡고 K팝 창작안무 교육과정을 개설했고, 케이콘에서 수료생들이 공연을 펼치기도했죠. K팝의 학문화, 전문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더 힘이 실리려면 우리가 어떤 노력들을 더 해야 할까요? 교수님이 이미 그 기반을 잘 닦아주시고 있지만요.
[*]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과 교수. 2022.09.14. (사진 = Arts Alive, San Diego State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 혹은 한국 기업의 후원으로 북미 혹은 외국에 공식적인 교육 기관 및 프로그램의 설립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미에서 아시안 스터디 전공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국과 일본 위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 나라의 인지도는 곧 국제 교육 시장 및 학계에서의 인지도와 상응하는 점이 많습니다. 한 학생이 한국학 수업을 들은 후 (혹은 전공/부전공) 졸업 후 평생동안 사회에 끼칠 영향은 무궁무진 합니다. 콘서트나 오락 프로그램의 기획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동시에 전문적인 인재와 지식인을 양성하는 것 역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병행돼야 합니다.”
-K팝 보이그룹들의 강렬한 안무에 주목하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면서, 기획사나 멤버들 역시 갈수록 역동적인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몸이 혹사될까봐 일부에선 걱정도 하는데요. 현명하게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아울러 잘 닦여진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대한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운동이나 무용이건 신체의 기교가 올라갈 수록 부상의 위험은 커집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차후 K팝 에이전시에서 전문 무용수 혹은 운동선수들을 관리 하듯 신체 건강 관리 프로그램, 의료 시설들을 확장하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또한 소위 말하는 춤의 ‘기본기'(기본 체력, 리듬감, 유연성, 훈련 등)를 어린 시절부터 닦으면 부상을 보다 잘 예방할 수 있겠습니다.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어떤 대중문화 산업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특히 춤은 역사적으로 성적 대상화의 문제를 꾸준히 가져 왔습니다. 무대 위 성적 대상화를 논할때 무대 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지 역시 논의돼야 합니다. 안무 및 창작 과정을 보다 투명히 하고, 다양한 인재(성별, 인종, 나이, 훈련 배경)를 유입시키고, 열린 대화의 과정들이 병행된다면 더 나은 결과물 역시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문 무용수들은 서른 중반부터는 다른 길을 생각해야 하죠. 아이돌이 배우나 예능 쪽에 꾸준히 관심 갖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댄스 디렉터 등의 길이 있지만 한정돼 있고요. K팝이 더욱 학문화, 전문화되면 물론 관련 분야 직업도 많이 생길 거 같긴 해요. 이런 흐름에서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직업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춤은 역사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얻는 직업은 아니였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안티에이징 및 신체에 대한 관심의 증가, 늘어난 기대 수명, 서비스 (즐기는 것)에 대한 증가한 소비 등을 고려할때 K팝 댄스를 몸에 관련된 사업으로 접근하면 다양한 직업군이 더 창출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방탄소년단이 무용뿐 아니라 미술, 책 등 여러 순수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런 혼재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팝은 클래식이 될 수 있을까요?
“K팝은 이미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춤이 됐습니다. 모든 클래식은 한때 유행하던 장르였습니다. K팝 댄스는 탄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듯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지금 K팝을 들으며 자라는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40대가 됐을 때 문득 맥주펍에서 2020년대의 케이팝을 듣게 된다면 ‘올드 클래식(old classic)’이라 환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오아미 코리아 realpaper7@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