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300]공산품의 맛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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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빈 에디터 = 9월 2주차 개봉 영화 및 최근 개봉 영화 간단평을 정리했다.

◆공산품의 맛…공조2: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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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은 ‘공조2:인터내셔날'(‘공조2’)을 이렇게 설명했다. “보고 나오면서 친구한테 ‘근데 너무 웃기만하다가 나온 거 아니야, 남는 게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영화가 되면 좋겠어요.” 유해진의 말 그대로 ‘공조2’는 그런 영화다. 특별히 대단한 부분도 없고, 그렇다고 흠을 잡아 늘어질 대목도 없다. 이건 웃자고 만든 영화다. 이석훈 감독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 때도 그랬던 것처럼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관객이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안다. ‘공조2’는 마치 공식에 대입하듯 만든 영화인데, 이 공식이 주는 딱 떨어지는 맛이 나쁘지 않다. 제조업으로 비유하자면, ‘공조2’는 괜찮은 공산품 같다.

◆아, 나 이런 거 웃겨하네…육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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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별점은 낮을 수밖에 없다. 완성도를 따지고 들자면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 ‘육사오’는 별점이 중요하지 않은 작품이다. 왜? 웃기니까. 아마도 당신은 극장에 앉아 다른 관객과 함께 웃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코미디영화의 계보는 2010년 초반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고, 올해 여름 영화들은 하나같이 진지하기만 했다. 이럴 때 나타난 ‘육사오’는 어쩐지 귀하다. 물론 유치하고 황당하다. 그래도 웃기다. 그저 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가학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고, 착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객을 웃긴다.

◆촌스러워지셨네요…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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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필 감독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하고 본 적 없는 이미지를 만들 줄 안다. 장르의 경계를 능숙하게 넘나들기도 한다. 이를 통해 미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풍자하고 비판해내기도 한다. ‘겟 아웃'(2017)과 ‘어스'(2019)가 그랬던 것처럼 새 영화 ‘놉’도 그렇다. 여기에 호이트 반 호이테마의 촬영이 더해지면 ‘놉’은 재미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가 된다. 필 감독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 사회에서 배제돼 온 소수에 관해 얘기하고,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관해 말하기도 한다. 꼭 이게 아니더라도 온갖 레퍼런스와 상징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어떤 식으로든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놉’은 억지로 해석해야하고 해석돼야 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그건 쿨하지 않고 촌스럽다.

◆진짜 무서운 건 이런 것…풀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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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해야 하고 동시에 혼자서 아이 둘을 키워야 하는 삶은 고달프다. 그런데 통장 잔고는 비어가고 직장에선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고 아이를 봐줄 사람조차 없다면 그 삶은 고달픈 게 아니라 지옥이 된다. ‘풀타임’에는 그 지옥에 한 발을 걸친 여자의 일상이 있다. 당연하게도 그 일상은 공포 그 자체다. 이 영화는 현실만 보여준다. 과장은 없다. 매일이 생존 싸움이 이 삶은 그때 스릴러가 된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이 위기의 여자가 버티고 있는 삶을 90분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영화가 된다.

◆디테일 없는 큰 그림의 한계…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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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밀어붙인다. 정우성은 퍼붓는다. 영화 ‘헌트’에는 이전에 나온 어떤 한국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강력한 총기 액션이 수차례 나온다. 총알 1만발을 쏟아부은 이 화력이 곧 이 영화의 목표다. 그건 마치 들끓는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하겠다는 의지다. 감독 이정재의 야심과 결기는 최근 수년 간 데뷔한 어떤 연출가도 보여주지 못한 태도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연출 데뷔는 성공적이다. 게다가 이정재와 정우성을 23년만에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영화같은 일이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만족감이 있다. 다만 ‘헌트’에는 이정재의 고투와 정우성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관객이 한국 현대사를 대체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세 가지, 전두환·광주민주화운동·남북관계에 관해 알아야 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단독으로 완결성을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결함은 영화 전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한편 극적 재미마저 반감시킨다. 감독 이정재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지는 못했다.

◆모두가 지지하는 국뽕의 위력…’한산:용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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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한산:용의 출현’은 국뽕 영화다. 다만 이 국뽕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있는데다가 심지어 웬만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찬양해마지 않는 국뽕이다. 이 영화는 기묘하다. 캐릭터가 빈약하고 이야기는 허술하다. 그런데 어떤 관객도 그런 걸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람은 이순신과 임진왜란에 관해 어려서부터 반복해 공부했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로 상징되는 이순신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이해한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로 대표되는 임진왜란 서사를 이미 꿰고 있다. 그래서 ‘한산:용의 출현’에는 캐릭터나 스토리 같은 건 없어도 된다. 이미 다 아는 걸 반복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왜군을 수장(水葬)하는 승리의 쾌감만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한산:용의 출현’은 이 한정된 역할만큼은 꽤 성공적으로 해낸다.

◆전설이 된 영화 신화가 된 배우…탑건:매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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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아 있지만, 아마 올해 ‘탑건:매버릭’보다 관객을 더 미치게 하는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탑건:매버릭’은 속도로, 규모로, 힘으로 미치게 한다. 짜릿해서 쿨해서 낭만적이어서 미친다. 그들의 사랑도, 우정도, 열정도 미친 것 같다. 물론 ‘탑건:매버릭’을 완전무결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탑건:매버릭’은 영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만큼은 완전무결하게 해낸다. 관객을 스크린 깊숙이 빠트려 그 가상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게 하는 것. ‘탑건:매버릭’은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그 임무를 완수하며 전설이 된다. 이 전설의 시작과 함께 떠오른 24살의 할리우드 신성 톰 크루즈는 이제는 환갑의 슈퍼스타가 돼 이 전설을 마무리하며 신화가 된다.

◎지오아미 코리아 jb@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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