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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여성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잇달아 개봉
잊혀진 여성 기억하고, 여성 고통 고발
극영화는 물론 다큐·애니메이션 다양
여성감독 영화 올해 오스카 최다 후보
[*] 손정빈 에디터 = 올해도 영화계 주요 키워드는 여성이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영화계가 잔뜩 움츠려든 상황에서도 여성 주인공이 여성에 관해 얘기하는 영화들이 속속 관객을 찾고 있다. 이들 영화는 잊혀질 뻔한 여성들을 끄집어내 기억하게 하고, 여성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당한 고통에 관해 논하기도 하며, 사회가 말하는 여자라는 기준에 맞춰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연대를 담아내기도 한다. 오는 27일 열리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싱식에선 여성 감독인 제인 캠피언의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작품상·감독상 등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곧 개봉 예정이거나 현재 상영되고 있는 영화, 앞서 관객을 만나 영화 중엔 여성에 관한 작품이 폭넓게 포진돼 있다. 지난 1월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을 시작으로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이달 개봉한 프랑스 영화 ‘레벤느망’, 최근 공개돼 일주일만에 5만 관객을 넘긴 ‘스펜서’, 다음 주 개봉 예정인 ‘사랑 후의 두 여자’ 등이다.
이들 작품이 담아 내고 있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최근 여성에 관한 영화의 주목도가 그만큼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1977년 9월9일 발생한 이른바 ‘청계피복노조 노동교실사수투쟁’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노동 운동 역사에서 지워지다시피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기록을 복원하는 시도를 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흥분하면 레서판다로 변하는 13세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내 안에 있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회가 정해놓은 ‘착한 여자, 착한 딸’이라는 기준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그린다.
‘레벤느망’은 낙태가 불법이었던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임신 중지를 원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임신 중지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겪는 고통을 사실적으로 보여줘 여성이 그들의 몸에 대한 소유권을 얼마나 침해당하고 있는지 짚어낸다. ‘스펜서’는 199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실화를 통해 사회적 시선에 속박된 여성의 아픔을 드러내고, ‘사랑 후의 두 여자’는 한 남자의 아내와 그의 숨겨둔 애인이 만나 연대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전부터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가장 티켓 파워가 높은 20~30대 여성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이런 영화들이 올해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여풍(女風)이 부는 건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는 뉴질랜드 출신 여성 감독 제인 캠피언이 만든 ‘파워 오브 도그’다. 이 영화는 1920년대 미국 서부 몬태나 카우보이 이야기를 통해 남성성의 종언을 고하는 작품이다. 캠피언 감독은 역대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부문 후보에 2차례 오른 여성 감독이기도 하다. 역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은 단 7명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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