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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
[*] 최지윤 에디터 = 배우 이서진(51)은 티빙 드라마 ‘내과 박원장’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할 때 딱 한 하나만 생각했다. 시트콤 장르인 만큼 ‘무조건 재미있으면 된다’는 주의였다. 극본을 보고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했다. 이서진 말대로 재미에만 초점을 맞춰 보면 이 드라마는 성공적일까. 대머리 분장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은 실패에 가까워 보였다.
“내과 박원장은 ‘무조건 재미있으면 된다. 웃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걸 이뤘는지는…시청자들이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연기) 변신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모습 중 하나를 끌어왔다. 극본을 보고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나도 젊은 나이가 아니고 감성이 다를 수 있는데, 주변에 젊은 친구들은 재미있다고 하더라. (원작인) 웹툰은 박원장 애환이 많이 나왔지만 드라마상에서 재미, 웃음으로 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는 초짜 개원의 ‘박원장'(이서진)의 적자 탈출기다. 박원장은 진정한 의사를 꿈꿨으나, 파리 날리는 진료실에서 의술과 상술 사이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1·2회를 공개한 직후부터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총 12부작으로 8회까지 공개한 상태인데 혹평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카메라 구도와 연출 방식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첫 회부터 카메라가 계속 흔들렸고, 극중 인물이 속마음을 터놓는 인터뷰 장면이 너무 많아 재미를 떨어뜨렸다. 이서진은 CF감독 출신인 서준범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해 “많이 의존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해외에서 이런 식의 연출을 많이 봐서 낯설지는 않았다”며 “감독이 의도를 미리 얘기했고,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이기에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시청자들이 당연히 낯설 수 있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촬영하면 재미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박원장만의 특징”이라며 “예능같은 느낌으로 중간에 인터뷰가 들어가고 카메라 렌즈를 보고 PPL을 했다. 하나의 재미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내과 박원장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과도한 간접광고(PPL)는 웃음만 방해할 뿐이었다. 이서진은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웃을 준비하고 보라”고 했지만, 전혀 웃음이 나지 않았다. “전에는 PPL이 아닌 것처럼 해야 했다. 티 난다고 욕도 많이 먹었다”며 “OTT라서 아예 카메라를 보면서 대놓고 광고해 웃겼다. 몇몇 장면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일부러 그렇게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30분 내내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3회는 노브랜드 커피믹스 ‘까페라떼’ 광고 그 자체였다. ‘출연진 중 누가 믹스커피를 가장 많이 마셨느냐’는 질문에 “아무도 안 마셨다”고 답했다. “다들 입이 고급이라서 믹스커피 마시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다들 자기 커피 가져와서 먹었다”고 했다.
내과 박원장 포스터 속 대머리 분장이 잘 어울려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예능물 ‘삼시세끼’ 등에서 호흡한 나영석 PD도 박장대소할 정도였다. 4회에서 이서진이 여장 분장을 했을 때는 탄식만 나왔다. “(대머리) 분장 때문에 초반에 주변 의사들도 반응이 완전 좋았다. ‘기대가 크다’며 ‘의사 애환 잘 표현해달라’고 했다”면서도 여장 분장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대머리 분장은 내가 제의했지만, 미처 (여장하는 부분) 극본을 못 본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대머리 분장은 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웃겨야 하는데 ‘너무 잘 어울려서 어떡하지?’ 싶었다. 여자 분장은 너무 안 어울렸다. 분장팀이 자꾸 욕심 내서 눈화장을 하더라. 아이섀도우로 (아이라인을) 그린다고 해 버럭했다. 나는 짜증났지만, 보는 분들 중에 만족해 하는 분도 있었다. 그 말도 짜증 나긴 했다.”
이서진 역시 50대가 돼 박원장을 연기하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내과 박원장은 의학 드라마라기 보다,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중년 남성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평소 의사를 존경했는데 “개원했을 때 힘듦과 아픔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비보험진료 늘리는 이유가 공감됐다”고 털어놨다.
나이가 들면서 병원 가는 횟수가 늘었다며 “난 머리숱이 많지만, 탈모 고민은 중년 남자 누구나 한다”고 귀띔했다. 평소 젠틀하고 깔끔한 이미지지만, 박원장처럼 “굉장히 절약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받았다”며 “전기 낭비하고 불 많이 키고, 음식 버리는 것도 싫어한다. 어쩌면 박원장보다 더 짠내날 수 있다”고 했다.
그 동안 이서진은 예능물에서 젠틀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데뷔 24년 차 이지만 작품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1999년 드라마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해 드라마는 20여 편, 영화는 5편 출연했다. 드라마 ‘다모'(2003) ‘불새'(2003) ‘연인'(2006) ‘이산’ 등 주로 사극과 멜로 장르에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 MBC TV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인기를 끌면서 이산도 재조명됐는데 “내가 한 이산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언급되는 것도 창피하다”며 “이산은 이준호, 나는 박원장”이라며 웃었다.
아직 미혼이지만 멜로 연기는 내키지 않는 듯 보였다. “박원장처럼 약간 B급 감성 코미디를 좋아한다. 재미있는 코미디 작품은 얼마든지 하고 싶다”면서도 “이번에 쎈 특수분장을 해서 다음에 어떤 걸 해도 크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멜로는 그다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가슴에 뭔가 뜨거운 게 있어야 하는데, 너무 식어서 다시 불씨를 살리기 힘들 것 같다. 배우로서 충분히 감사할 정도로 성취해 이제는 작품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더 많이 생겼다. 이 작품이 잘될 것 같아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배우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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