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 시리즈 맹주공 감독 신작
남미 선공개…’HBO 맥스 TV쇼’ 세계 5위
히어로 고정관념 깨 “약점있고 인간적”
베트맨·슈퍼맨 오마주…아이돌 캐릭터도
시즌3까지 작업·게임 출시 준비 중
“스튜디오 지브리처럼 브랜드로 자리잡길”
히어로 인사이드
[*] 최지윤 기자 = 왠지 애니메이션 속 영웅은 멋있고 힘이 세야 할 것만 같다. 세계 팬들이 디즈니·픽사 히어로물에 열광한 이유도 이 때문이지만, 맹주공(50) 감독은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반대로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친근함을 심어줬다. 바로 ‘히어로 인사이드’다. 지난달 라틴아메리카에서 먼저 공개, 세계 ‘HBO 맥스 TV쇼’ 부문 5위에 오르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국내에선 투니버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으로 내보냈는데 “요즘 마블보다 재미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맹 감독의 ‘라바’ 시리즈(2011~2014)에 이어 세계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 히어로물과 가장 큰 차별점은 ‘이상한 히어로’라는 점이다. 뭔가 좀 정감 가고 약점 있는, 인간적인 히어로를 만들고 싶었다. 시즌2에서 히어로 캐릭터 중 ’25센트’가 나온다. 상반신이 동전이고, 하반신에 레슬링 다리를 붙여서 웃기다. 보통 히어로는 멋있으려고 하지 않느냐. 그런 멋스러움을 보고 인간이 경외심을 가져야 하나 싶더라. 그래서 ‘책만 있으면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코믹북 작가 ‘스캇’이 히어로 100명을 주인공으로 그린 책 100권이 출판되지 않고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곳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열세 살 소년 ‘마이크’는 우연히 만화책 속 ‘크라잉맨’을 갖는다. 맹 감독이 2018년 12월 밀리언볼트 설립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CJ ENM과 함께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은 반응이 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지만, 히어로 인사이드는 공개 초반부터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과 다르다. 퀄리티가 좋다”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덕분에 “OCN 편성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맹 감독 스스로도 “도전적인 작품”이라며 “갈아 넣었다”고 할 정도로 애정이 크다. 시즌1 11회·시즌2 9회, 총 제작비 200억원으로 다른 작품 대비 큰 규모는 아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외국 시장에서 주목하지 않아 스토리를 우선 시 했다. 글로벌 채널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보다 퀄리티를 높이는 게 목표였다”고 짚었다. ‘파워퍼프컬’ 제이크 골드먼 작가와 협업한 계기라며 “초반에는 한국에서 제작할 파트너를 구하고 싶었지만, 이 정도 퀄리티를 만들 업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맹주공 감독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이야기다. 맹 감독은 “돈 벌려고 만들었다”면서도 “세계 시상에 도전할 소재를 찾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히어로물이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았느냐. 오히려 결이 다른 히어로물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라바가 뉴욕을 주 무대로 했다면 , 히어로 인사이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했다. “애니메이션은 태생이 글로벌 아니냐”면서 “일단 한국 애니메이션은 K팝, K드라마처럼 파워가 있지 않다. 굳이 ‘한국꺼야’라고 티를 내서 득이 될게 없다”고 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인 줄 몰랐으면 했다. 내가 한국 사람이니 한국적인 건 자연스럽게 녹아들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게 전면에 드러나면 폭이 좁아 드니까.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고, 이를 소비하는 층이 따로 있다. 미국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이 있고, 결국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처음엔 몰랐다가 ‘한국에서 했다고?’라는 반응이 나오길 기대했다.”
회당 13분 남짓이다. 요즘 시청 트렌드를 반영, ’15분이 넘으면 몰입해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회당 분량이 짧지만 기승전결이 분명해 스킵하면서 보지 않도록 했다”며 “20분이 넘어가면 일단 말이 많아지는데, 떼우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싫더라. 러닝타임 내내 하이라이트”라고 강조했다. 히어로 인사이드는 타깃 시청층도 넓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도록 해 “러닝타임과 수위를 맞추는 게 제일 힘들었다. 위·아래를 다 잡아야 하는데 너무 세게 하거나 순하게 하자니 고민됐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히어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눈물로 적을 공격하는 ‘크라잉맨’부터 배트맨을 오마주한 ‘블랙나이트’, 파라오 딸인 ‘머미걸’, 한국을 떠오르게 하는 ‘진생맨’까지 다양하다. 일상 속에서 히어로 캐릭터를 구상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한테 일상이란 게 없다. 이 작품 하다 너무 힘들면 다른 작품으로 도망 가는 게 일상이다. 그래도 즐겁게 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오마주한 캐릭터를 ‘대놓고 보여주자’고 마음 먹었다”며 “슈퍼맨 오마주한 히어로도 나오는데, 의도를 알아서 욕하지 않고 귀엽게 봐주더라”고 했다.
“가장 애착이 큰 캐릭터는 크라잉맨이다. 제일 처음 구상한 히어로이고, 내가 디자인에도 관여했다. 원래 디자이너한테 맡기는데, 크라잉맨은 제일 신경 썼다. 히어로 캐릭터를 100명까지 만들기 힘들지 않았냐고? 100명 이상 나올 것 같다. 시즌3에도 새로운 히어로가 많이 나오는데, 웬만하면 안 겹치려고 했다. 처음부터 빌드업 할 수 있도록 맞춰서 비슷하나 다르게 만들었다. 유튜브 댓글에서 ‘뭐가 떠오른다’ 등의 얘기가 나와서 오기가 생기더라. 새로운 히어로를 만들고 싶은데, 완전히 피해가기는 힘들다.”
히어로 인사이드는 연말부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선보인다. 내년 하반기 북미에서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시즌1은 밑밥을 뿌렸고, 시즌2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캇이 누구고 어떻게 히어로가 만들어졌는지 나오면서 스토리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한국인 캐릭터도 1명 나온다. ‘K팝이 잘 돼서 아이돌처럼 디자인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 음모론도 있고, 행동 대장 캐릭터도 나와서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띰했다.
시즌3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상태다. 내심 ‘라바 시리즈 인기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할 터다. “내 목표긴 하다. 라바에서 벗어나고 싶은 지 한참 됐다. 라바 시즌1~3까지 하고 다른 친구한테 넘겼다. 한 작품을 10년씩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과 북미시장이 제일 크지 않느냐. 그곳에서 인정 받아야 한다. 남미 시장은 교두보, 징검다리 같은 곳이다. 남미에서 잘 돼야 북미로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히어로 인사이드는 지적재산권(IP)를 활용, ‘원소스 멀티유즈’ 콘텐츠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넷마블에서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만화책부터 애니메이션 극장판, 실사 영화까지 확장성은 무한대다. “씨앗과 같다. 심어서 애니메이션이 자라 파생되는 게 참 많다. 히어로 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