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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미니음반 ‘웨어 더즈 새스콰치 리브? 파트 투’ 호평
스타트업 ‘신드롬즈’ 대표…내년 초 AI 기반 패션 브랜드 론칭
“제 작은 장점은 관찰…논쟁 던져주는 재능도”
[*]이재훈 = 싱어송라이터 지올팍이 등장한 이후 국내 대중음악 신(scene)이 더 알록달록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이 기독교인이면서 ‘위선적 기독교인’에 대해 노래한 ‘크리스천(CHRISTIAN)’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독식한 그는 국내 뮤지션으로는 드물게 논쟁을 피하지 않는다. 팀 버튼,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특출난 영화감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을 그로테스크한 영상도 기괴하지만 다양한 은유를 머금고 있다.
지난달 발매한 새 미니음반 ‘웨어 더즈 새스콰치 리브? 파트 투(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2)’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오히려 답을 찾고자 한 시도다. 선공개한 ‘퀸(QUEEN)’을 비롯 더블 타이틀곡 ‘바이 바이 바이(BYE BYE BYE)(Feat. Sion)’와 ‘불릿(BULLET)’은 밝고 희망찬 꿈이 아닌 현실을 직시한 날 것의 꿈이라 더욱 공감대를 형성했다. MBC TV ‘놀면 뭐하니?’ 같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나 햄버거 CF에 나와도 지올팍이 여전히 주류보다 그 바깥 어딘가 위치해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무경계’ 지올팍의 독특한 행보는 음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타트업 플랫폼 ‘신드롬즈’ 대표인 그는 내년 초엔 인공지능(AI)이 기반인 커스텀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다. 지난달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2023’에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설명했다. 왜 AI를 ‘문화 코드’로 가져왔는지 노래만큼 유려한 언변으로 청중을 설득했다. 진보성이 자만이 아닌 자기 확신과 통찰로 이어지는 명민함을 보여줬다. 상당수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창의성을 침범할까 AI를 경계하는 가운데, 사람이 AI보다 데이터를 잘 수집할 수 없다며 긍정했다.
최근 소속사 서울 마포구 뷰티풀 노이즈에서 만난 지올팍은 “저 같은 (개성 있는) 캐릭터도 저보다 더 개성 있는 캐릭터가 나오면 바로 대체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조바심이 아닌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가까웠다.
-한국의 대표적인 ‘테크 셀레스터'(테크 투자자+셀레브리티 합성어)라는 수식은 어때요?
“당장 테크 관련된 걸 판매를 하고 있지 않아서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 맞죠. 내년 1월에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요.”
-지올팍 씨가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일도 결국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통로와 수단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거죠. 지올팍 씨가 믿고 있는 문화코드가 분명하니까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시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특정 아티스트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아티스트의 부가적인 상품도 좋아해 주시잖아요. ‘이 아티스트를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다라는 걸 드러내는 거죠. 결국 아티스트가 팬들에게는 사상인 거죠. 그런 식으로 어떤 사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방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쉽게, 1차원적으로 드러나는 게 패션인 거죠.”
-지올팍 씨 같은 아티스트가 지식재산권(IP)이 됐고 그걸 응원하거나 공유하는 분들이 ‘문화적 연대’를 이룬다는 얘기죠?
“네 그렇죠. 그렇게 커뮤니티가 생기는 거죠. 현 시대를 반영하는 이데올로기가 있어야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사업의 주요한 AI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낯선 거였는데 지금은 되게 친숙하잖아요. ‘현 시대상을 반영하는 가장 좋은 문화’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문화 코드’로 가져왔어요.”
-문화예술계 한편에서는 AI를 두려워합니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작가들은 AI 활용에 관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라고 제작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고요.
“전 AI 기술과 거기서 오는 이점들이 너무나 고맙고 ‘해방의 도구’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성대결절인 상황 속에서 만약 앨범 작업을 해야 된다면 성대를 한 번 더 갈아야 되잖아요. 인간의 몸은 소모품이니 한계가 당연히 있죠. 건강엔 항상 동반되는 제한점이 있는데 기술이 있다면 그 제한점이 없어지죠. 보컬 생성형 AI가 상용화가 된다면 제가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도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거죠.”
-한편에선 음악가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작곡가들이 대체가 되는 게 아니라 산업의 구조가 한 번 더 바뀌는 거예요. 작곡가분들이 지금까지는 남을 위해서 곡을 써주셨지만, 보컬 생성형 AI가 나오면, 자기가 노래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거죠. 모두가 감독이고 모두가 플레이어면서 모두가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 되는 겁니다. 그 세상이 너무 기다려져요. 혼란이나 문제는 인간이 법적인 것으로 해결할 거라 믿어요. 기술이 이렇게 의미가 있는데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죠.”
-진짜 진보적이네요.
“아티스트들이 ‘창작이라는 분야는 AI가 못 건드린다’라는 생각, 그리고 ‘우리의 영역이니 AI가 들어오는 걸 막아야 된다’라는 태도가 아쉬워요. 기술에 대해 너무 다들 방어적으로 대해요. 사실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이라는 것도 별 게 없고 기억 속에서 꺼내서 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빅데이터가 쌓였고 그 가운데서 새로운 조합의 형태가 나오면 그게 창의성의 결과물로 이어지는 거죠. 당연히 기계가 잘할 수 있는 분야죠. 근데 창의성에 대해 감탄이 나오려면 예외성이 있어야 하거든요. AI가 예외성을 보여주기엔 아직 부족하죠. 기술은 가속도가 항상 붙기 때문에 어느 순간 개발이 될 거라 생각해요. 저희 패션 브랜드 론칭을 내년 1월3일쯤 할 건데 그때 팝업 스토어가 열려요. 협업하는 회사 중에 휴멜로(음성 AI 기술 전문 기업)라고 목소리를 만드는 회사가 있어요. 제 목소리로 노래를 만들 수 있고, 언어를 학습시켜 중국어 버전, 일본어 버전으로도 내놓을 수 있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AI 시대가 진짜 별로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네요. 지올팍 씨 말씀을 들어보니, 음악과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다양한 것들의 조합이에요. 일례로 ‘웨어 더즈 새스콰치 리브? 파트 투’만 들어도 퀸, 미카, 데이비드 보위 느낌이 난다고 개인적으로 들었어요. 이질적일 수 있는 것들이 뭉쳐 있고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숨겨져 있죠. 근데 다 새롭게 느껴졌거든요. 기존 기억들,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누가 조합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는 방증입니다. 지올팍 씨는 아직 젊은데 그렇게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축적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스스로 생각하는 제 작은 장점은 관찰을 잘한다는 거예요. 사실 제 재능은 그거밖에 없어요. 제가 음악을 잘하거나 영상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닌데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좋은 관찰자이고 관찰을 통해 찾은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재능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그게 사업에도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