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그녀…24년 만에 만에 연 콘서트서 증명
“꿈서 그리던 모습, 실현해준 템테이션에 정말 감사”
‘초대’·’배반의 장미’ 등 떼창 이어진 2시간 히트곡 퍼레이드
김완선·지누션 등 게스트…방시혁·송혜교 등 객석 응원
과거 시제 아닌 미래 완료 시제 가수
[*] 엄정화. (사진 = 심진화 인스타그램 캡처) 2023.12.09. photo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오늘을 기다렸어. 이런밤이 오기를…”
무려 24년 만이다.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단독 콘서트를 연 밤이. 엄정화가 9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펼친 콘서트 ‘초대’는 그간 그녀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불식시키기 충분했다.
엄정화는 ‘한국의 마돈나’가 아니었다. 엄정화의 노래와 무대 그리고 그녀 자체로 충분히 서사가 만들어졌다. ‘제1의 엄정화’인 셈이다. 엄정화 팬클럽 ‘템테이션’(temptation)’은 요즘 K팝 팬덤이 드는 응원봉이 아닌 예전처럼 분홍 풍선을 들고 ‘여왕의 귀환’을 환영했다. 엄정화의 대표곡 ‘초대’의 상징인 촛불을 형상화한 대형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얀 깃털을 단 옷을 입은 엄정화가 꼭 30년 전에 발표한 ‘눈동자’로 이날 무대를 열었다. 엄정화는 1989년 MBC 12기 합창단원, 단역 배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에 가야 한다’ 주연을 맡고 주제가 ‘눈동자’를 부르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신해철이 작사·작곡한 ‘눈동자’를 다시 수록한 정규 1집 ‘소로우풀 시크릿(Sorrowful Secret)’을 같은 해 내놓으면서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엄정화는 역시 히트곡이 넘쳐나는 가수였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콘서트에서 울려 퍼지는 모든 곡을 대다수 관객들이 떼창했다. 흡사 대형 노래방을 방불케 했다.
엄정화가 ‘슬픈 기대’를 부른 뒤 헤드폰을 쓴 채 등장한 것만으로 공연장엔 큰 환성이 가득했다. 최근 다시 유행 중인 ‘헤드폰 패션’의 대표적 상징적 노래인 ‘몰라’를 부를 순서였기 때문이다. “몰라 알 수가 없어 ♪♬”라는 우렁찬 떼창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이후 엄정화는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엄정화입니다. 반가워요.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 꿈만 같아요. 콘서트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게 24년 만인데 30년 전 데뷔곡으로 의미가 있는 ‘눈동자’로 무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 이재훈 기자 = 엄정화 콘서트장 앞에 붙은 현수막. 2023.12.09. photo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등을 통해 재조명된 엄정화는 이번 콘서트를 결정하고 실제 올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콘서트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설렜어요. 그러다 ‘안하다고 할 걸’하며 두려워하고. 하루에도 냉탕과 온탕을 계속 왔다갔다 했어요. 사실 직전까지 떨렸고요. 근데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콘서트 하기로 결정하길 잘한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꿈에서 그리던 모습을 실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콘서트에 오신 게 옳은 선택이었음을 행복하게 보여드릴게요.”
이후 엄정화는 2017년 발매한 앨범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의 두 타이틀곡 ‘와치 미 무브(Watch Me Move)’와 ‘드리머’를 부르며 몽환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과거에 갑상선암 투병을 한 엄정화는 “지금도 한쪽 성대는 안 움직여요. 무대에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용기와 도전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팬들과 지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올해 중반 tvN ‘댄스가수 유랑단’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을 나눈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1990년대로 ‘시간 여행’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숨은 그림 찾기’ ‘삼자대면’ ‘스칼렛’ 등을 엄정화가 부를 때 모두 좌석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따라불렀다.
2부 시작이 하이라이트였다. 이번 콘서트 타이틀인 ‘초대’, 엄정화의 대표곡인 ‘배반의 장미’로 이어지는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무대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엄정화 본인도 “제 아이덴티티를 살려서”라고 표현할 만큼 그녀의 정수가 담긴 무대였다. 이어진 ‘컴 투 미(Come 2 Me)’에서 보여준 의자 춤까지 50대 여성 가수가 어느 젊은 여성 가수보다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걸 증거했다. 무르익은 표정 연기까지 일품이었다. 군살 없는 몸은 ‘자기 관리’ 끝판왕의 면모를 보여줬다.
발라드 무대에서 엄정화는 또 눈시울을 붉혔다. 히트곡 중 하나인 ‘하늘만 허락한 사랑’을 관객들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켠 채 따라 부르자 먹먹해했다. 자산과 절친한 이효리가 출연한 tvN ‘서울 체크인’ OST ‘겨울부터 겨울까지’를 부를 때 팬들이 분홍 풍선 뒤로 스마트폰 플래시를 비춰 분홍빛을 연출하자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도 눈길을 끌었다. ‘댄스가수 유랑단’ 식구들인 화사와 김완선을 비롯해 ‘말해줘’를 함께 부른 지누션, 엄정화의 대표곡 ‘페스티벌’을 리메이크한 산다라박 등이 지원사격했다. 특히 엄정화와 동갑내기로 자신의 대표곡 ‘리듬 속의 그 춤을’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무대를 화려하게 꾸민 김완선은 엄정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 엄정화, 방시혁. (사진 = 방시혁 인스타그램 캡처) 2023.12.09. photo *재판매 및 DB 금지
‘댄스 가수 유랑단’을 통해 엄정화와 친해졌다는 김완선은 “정화 씨는 나이가 없는 사람이요. 그 시대의 아트, 음악의 아름다운 모든 걸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훌륭한 아티스트죠.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깊게 관찰을 잘 하고 거기에 맞는 표현들을 잘 해줘요. 항상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이 느껴져요. 나이를 멋지게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우리 자기(엄정화)에게 위로를 받은 것들을 마음 속에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번 콘서트는 솔로 여성 가수가 드문 시대에 연대의 장이 되기도 했다.
지누션의 션은 “엄정화라고 쓰고 ‘퀸’으로 읽는다”고 엄정화에 대한 존중심을 표했다. 특히 자신들의 대표곡 ‘말해줘’를 피처링한 엄정화 노래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 관련 “‘말해줘’는 우리 음반에 실린 곡인데 여기서 명백하게 밝혀요. 정화 씨 노래가 아닌 우리 노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객석에도 엄정화를 응원하기 위한 스타 지인들이 대거 자리했다. 엄정화는 객석에 앉아 있는 송혜교를 보고 “예쁜 사람은 여기서 봐도 예쁘구나”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관객들이 송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