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스미스의 ‘희화화’에 대한 ‘회화적’ 풍경으로 ‘언홀리’하다.

by Idol Univ

불경(不敬)과 신성(神聖), 즉 언홀리(Unholy)와 홀리(Holy)는 한 끗 차이다.

영국 팝스타 샘 스미스가 그걸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 2018년 10월9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3 샘 스미스’와 1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연 두 번째 내한공연 ‘글로리아 더 투어 2023(GLORIA the tour 2023)가 대조군이다.

스미스의 첫 내한공연은 거룩이라는 단어를 100여분 동안 음악에 구속시킨 듯 성스러웠다. 코러스가 가득한 가스펠적 사운드로 가득했던 공연은 일찌감치 커밍아웃한 스미스가 사랑한 사람과 이별 후의 심정, 동성애자로서 고민 등을 녹여낸 음악 메시지를 무대 어법적으로 승화한 명공연이었다.

그런데 내한공연 이듬해인 2019년 스미스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더 솔직하게 털어놨다. “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니며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면서 ‘논바이너리(non-binery)'”라고 했다. 해당 개념을 알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논바이너리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자신들을 ‘그’나 ‘그녀’ 대신 ‘그들'(they)로 지칭한다.

이후 스미스의 서사는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으로 소비됐다. ‘글로리아 투어’는 그것에 대한 스미스의 성대·몸짓적인 자연스러운 ‘음악 저항’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마치 황금빛 거대한 석상이 엎드려 있는 듯한 무대를 배경으로 중성적인 옷을 연이어 입고 등장한 스미스는 공연 초반에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 ‘아임 낫 디 온리 원(I’m Not the Only One)’ 등 발라드 히트곡을 쏟아냈다. 직전 일본 공연 한 차례를 건강 문제로 취소했던 터라 그의 컨디션에 대해 일부 관객이 걱정했으나 스미스의 몸 상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이아몬드’ 무대에서 스탠딩 마이크를 사용해 관능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1부 ‘러브’의 마지막곡이자 1만여 관객이 모두 일어나 자유롭게 춤을 ‘댄싱 위드 어 스트레인저’까지 내한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장면이 이어졌다.

그런데 스미스의 이번 콘서트 서사는 세개의 선을 갖고 있다. 1부 ‘러브’는 헤테로(이성애자)에 가까운 사랑을 노래했다면, 스미스가 은빛 드레스를 입고 부른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OST ‘키싱 유(Kissing you)’로 시작된 2부 ‘뷰티’에선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랑의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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