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요헤이, 레코드소개 ‘글쓰기 독창성’ 미학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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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TOKYO) 레코드 100’ 출간…70~80년대 日 시티팝 정수

韓 레코드숍 김밥레코즈와 협업…레이블 첫 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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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아 에디터 = 일본 DJ 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22일 서울 마포구 소규모 음반 판매점 ‘김밥 레코즈(GIMBAB RECORDS)’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3.22. bluesoda@1.234.219.163

[*]이재훈 에디터 = 사람의 고유성은 그가 듣고 소개하는 음악에서도 생겨난다.

하세가와 요헤이(52·長谷川陽平)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양평(陽平)(요헤이의 한국어 발음)이 형으로도 불리는 그는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바이닐 DJ 등 음악 관련 다양한 일을 해왔는데 한결같이 ‘좋은 음악’이 곁에 있었다.

1995년 일본 첫 한국 록 전문 밴드 ‘곱창전골’ 결성을 시작으로 홍대 앞 여러 클럽에서 신중현·산울림·송골매 등을 연주했다. 황신혜밴드·뜨거운감자·강산에밴드·김창완밴드·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거쳤다.

몇년 전부터는 바이닐 레코드(Vinyl Record) 마니아로 음악 팬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 특히 그는 음악이 좋다고 강권하지 않으면서 음악에 스며들게 하고, 음악을 통한 무조건적 희망을 담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뭉근한 희망을 본다.

 

이런 하세가와의 탁월한 현실 감각은 실용성에 바탕을 둔 것이기도 하다. 하세가와가 최근 펴낸 ‘하세가와 요헤이 도쿄(TOKYO) 레코드 100’엔 그의 스타일 장점이 집약돼 있다.

레코드판이 듣는 게 아닌, 골동품처럼 ‘수집 대상’이 된 시대에 그 경직성을 기분 좋게 깨트린다. 누구나 손 쉽게 듣는 음악을 통해 가치를 조명하는 태도야 말로 그답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열풍을 일으킨 1970~80년대 일본 시티팝 정수들이 담겼다. 카마야츠 히로시 ‘워크 어게인’, 고쿠부 유리에 ‘릴리프 세븐티투 아워스(Relief 72 Hours)’ 등이 예다.

이미 하세가와는 1960~70년대 한국 록음악이 현재와 어떻게 접점을 이루는지 겸손하게 톺아본 전작 ‘고고! 대한 록 탐방기’에서 쉬운 글쓰기의 필력을 자랑했다. 특히 그의 ‘글쓰기 독창성’은 전문가의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성의와 애정의 문제에 더 가깝다는 걸 증명한다.

이와사와 형제 듀오 ‘브레드 앤드 버터(Bread & Butter)’의 ‘레이트 레이트 서머(Late Late Summer)’에 대해 “쇼난에서 태어나 태평양을 바라보며 자란 이 형제는 그 배경처럼 태양 빛의 여유가 넘치는 그루브를 선보인다. (…) 잘 만든 알로하 셔츠처럼 탄탄하다. 도시의 네온이나 떠들썩함만이 시티팝의 재료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표현한 것이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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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세가와 요헤이 도쿄(TOKYO) 레코드 100’. 2023.03.28. (사진 = 김밥레코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밖에도 ‘도쿄 레코드 100’은 여러모로 특기할 지점이 많다. 국내를 대표하는 레코드 숍인 ‘김밥레코즈’가 레이블 이름으로 처음 펴내는 책이다. 국내 개인 레코드 숍이 책을 펴내는 건 이례적이다. 레코드 숍이 단순히 음반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레코드 문화를 소개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실험한다. 평소 이곳을 자주 찾던 하세가와와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가 평소 음악 이야기를 주고 받다 자연스레 이번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제시유(DJ Jesse You)로 활약 중인 DJ이자 책의 편집을 맡은 유지성 에디터(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는 일본 레코드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본어 등이 담긴 이 책의 실용성을 높게 평가했다. 음악을 소개하는 책에 만약 꿈이 있다면 작품만 남기고 자신은 사라지는 것일 텐데, 요란함을 기꺼이 배제한 ‘도쿄 레코드 100’ 기획·편집은 음악 찾아 듣기의 궁극을 보여준다. 다음은 최근 김밥레코즈에서 만난 하세가와와 나눈 일문일답.

-일본에선 음반점이 책 출간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한국에서 이런 식의 협업 작업물이 나오는 건 드문 일입니다.

“‘고고! 대한 록 탐방기’도 일본 중고·수입 음반 가게인 ‘디스크 유니온’의 DU 북스 책 섹션을 통해 펴낸 거예요. 이런 일이 한국에선 흔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의미가 더 있고 더더욱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엇보다 영혁 대표님이 음악에 대한 애정이 커서 그 믿음으로 썼습니다.”

-글로 음악을 소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건 무엇입니까?

“일단은 어렵게 쓰면 안 된다는 것이요. 전문가끼리 아는 내용을 쓰기보다 되도록 많은 분들이 이 영역으로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와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어요. 또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평론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음악 만들기에 대한 고생을 알아 존중하는 마음이 먼저였어요. 창작자에게 모든 작품은 다 의미가 있어요. 노이즈만 내는 음악도요. 그것은 무엇을 ‘던진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그건 자신이 ‘이렇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함부로 평가할 수 없죠.”

-일각에서 집중한 비싼 레코드 판이 아닌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레코드판에 집중한 것도 좋았습니다.

“어느 시대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판이 있어요. 많은 양이 팔렸기 때문에 언제든 구할 수 있는 판이고 인기가 있어 지금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판이죠. 국내에서도 신해철 씨, 이승철 씨 노래처럼 인기를 끈 음반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잖아요. 70~80년대 일본에서 어떤 걸 즐겨 들었는지 소개하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그 판들을 찾게 하고 싶었어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니라, 제가 조금 앞을 걷고 있을 뿐 뒤에서 조금 떨어져 걷고 있는 분들에게 비슷한 눈높이에서 ‘이게 좋더라’고 알려준다는 마음이었죠.”

-말씀하신 것처럼 음반을 소개해주실 때 ‘지식 자랑’이 아닌 ‘감성 공유’ 측면이 느껴졌어요. ‘같이 즐에디터’는 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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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아 에디터 = 일본 DJ 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22일 서울 마포구 소규모 음반 판매점 ‘김밥 레코즈(GIMBAB RECORDS)’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3.22. bluesoda@1.234.219.163

“감성적으로 듣는 분에게 맡기는 거죠. ‘이 음반은 이래서 좋은 좋은 거야’가 아니고 최소한의 정보만 드려 ‘언제든 접할 수 있으니까 들어보세요’라고 권하는 겁니다.”

-좋은 음악이 너무 많은데 100장을 추려낸 기준이 있었나요?

“70장 정도는 바로 생각이 났어요. 나머지 30장은 고민을 했는데 비교적 조금 구하기 힘들더라도 꼭 아셨으면 하는 음반과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데 한국 내에서 잘 소개가 안 된 음반들을 추가했습니다. 사실 이번 주제로 시리즈를 더 만들 수 있어요. ‘왜 이 음반을 넣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레코드가 벌써 생겼어요. 이노우에 요스이 ‘9.5 캐럿(カラット)’, 안전지대 음반이 그렇죠.”

-최근 시티팝뿐만 아니라 일부 레코드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았어요. 꼭 비싼 음반이 좋은 음반이 아닐 텐데, 좋은 음반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우선 판을 골동품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식으로 음반을 취급하는 가게보다는 음악을 좋아해서 추천해주는 가게를 찾는 게 우선이죠. 음반 가격이 100엔(약 1000원)부터 시작하는 가게도 많아요. 100만원짜리 음반을 듣고 느끼는 감정보다 1만원짜리 음반에서 나오는 충격이나 배울 점도 많고요. 실제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판들이죠. 저 역시 모셔놓기 보다 자주 들을 수 있는 판을 고르려고 했습니다. 저도 가치를 매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건 오히려 레코드에서 멀어지게 하는 거 같아요.”

-지겹게 들은 질문이겠지만 음악 듣기가 지극히 쉬워진 시대에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레코드판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악과 일대일로 확실한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다른 매체들은 틀어 놓고 설거지, 빨래 등 다른 일을 계속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레코드는 틀어 놓으면 판을 뒤집어줘야 하니 늘 신경 쓰게 만들어요. 음반을 틀어 놓은 뒤 가볍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거죠. 그건 결국 음악에 더 귀 기울이게 만드는 거예요.”

-일본엔 크고 작은 레코드 가게가 많은 걸로 아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역시 변화가 좀 생겼죠?

“개인 가게 중에서 닫은 곳이 많아요. 코로나 영향이 컸죠. 제가 자주 가던 단골집도 몇 개 사라졌어요.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전환했더니 인건비랑 월세가 줄어들어 계속 온라인으로만 하는 곳도 있고요. 그리고 연세가 많은 분들이 운영하는 가게 중에서도 더 이상 운영할 여건이 안 돼 닫는 곳도 있어요. 색깔 있는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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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아 에디터 = 일본 DJ 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22일 서울 마포구 소규모 음반 판매점 ‘김밥 레코즈(GIMBAB RECORDS)’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3.22. bluesoda@1.234.219.163

-책으로 한국 음악과 일본 음악을 소개해주셨는데 영국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잖아요. 책으로 한일영 3부작을 내면 어떻겠냐는 독자 반응도 나와요.

“영국 음악은 언제 어디든 돌아갈 수 있는 집 같아요. 제 음악 듣기의 시작이 비틀스였거든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비틀스를 많이 들어요. 창작의 고민이 찾아올 때 ‘리볼버’ 등 비틀스 음반을 들으면 해결이 됩니다. 그런 종류의 음악이 꽤 있는데 영국 밴드는 아니지만, 독일 밴드 ‘캔(Can)'(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린 크라우트록의 대표 팀)이 그런 경우예요. 리듬에 대한 고민이 생길 때 듣는 밴드인데 특이한 리듬이 많아요. 옛날 음악은 저희에게 이렇게 힌트를 주죠. 초심도 찾게 해주고 추억 여행도 하게 해줘요. 제 개인적인 감상은 독자분이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될 수 있어 그걸 조심하면서 다루기는 하는데, 이번 책에선 야마시타 타츠로의 ‘포 유’가 그런 예예요. 지금까지도 이 음반의 첫 트랙으로 공연을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내가 진짜 야마시타 타츠로를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원시원하면서도 인상적인 기타 코드를 듣는 순간 소름이 쫙 올라와요.”

-코로나 팬데믹은 모두를 다 힘들게 했지만 특히 인디 신이 힘들었죠. 하세가와 씨가 보시기에 홍대 앞 인디 신의 현재 환경은 어떤 거 같아요?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가 1995년이에요. 그런데 96~97년부터 인디 붐이 불기 시작했죠. 평일에도 공연을 했으니까,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정도였죠. 그 때 많던 작은 클럽들이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어요. 큰 곳에서 공연하기 위해선 작은 곳에서 먼저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그 프로세스가 없어진 거죠. 또 코로나를 거치면서 밴드들이 합주도 많이 안 하게 됐어요. 다 같이 모여서 편곡을 하는 게 힘들어진 거죠.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 파트를 듣고 와서 공연하는 건데, 집에서 만드는 걸 발표하는 느낌이 되는 거예요. 공연이라는 건 합주를 통해 우연히 생기는 해프닝들을 보완하는 건데 그저 각자 연습해온 걸 재현하는 경우가 많아진 거죠. 근데 이제 팬데믹을 벗어나면서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록 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밴드들이 합주를 하게 될 거고 이렇게 모여서 연주하는 록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이처럼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희망은 결코 놓지 않는 따듯한 기조가 하세가와 씨의 장점이에요. 음악엔 국경이 없다는 것도 보여주고 계신데요. 하세가와 씨는 음악의 힘을 언제 가장 느낍니까?

“사실 음악이라는 게 공통 언어이기는 한데 음악만으로는 결국 벽을 넘을 수 없어요. 결국은 그 나라의 언어를 해야 해요. 무책임하게 ‘음악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쉽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음악으로 경계에 어느 정도까지 갈 수는 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그곳 뮤지션들과 같이 작업을 하길 원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진정 만들어내기 위해선 언어를 해야 합니다. 처음엔 타국 뮤지션은 손님인데 그 손님을 넘어설 땐 그 이상의 조건을 해내야 해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뭔가에 정말 빠져야 한다는 거예요. 자신이 동시에 네다섯 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이것저것 하기보다 하나를 쭉 하다 보면 두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저 같은 경우도 음악만 계속 보니까 말을 하게 됐어요. 이것저것하다가는 오히려 토끼에 쫓기는 경우가 생기죠. 일본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에게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한 가지 세계를 디깅(digging)하다 보면 언제가 일본어를 하게 될 거예요. 제가 그렇게 와서 한국말을 배우게 됐잖아요.”

-이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음악 관련 다른 책을 쓰고 있는 중이에요. 나머지는 잘 몰라요. 사실 계획적으로 한국에 와서 음악을 한 것도 아니에요. 전 제 인생에 작전을 세운 적이 없어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계획하지 않는 게 계획’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고 하자) 앞으로도 그거예요!”

◎지오아미 코리아 realpaper7@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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