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이브’ 김세헌, 韓 글램 메탈 선구자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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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풍미한 글램 로커

원조 역주행곡 ‘너 그럴때면…’ 등 히트곡 쏟아내

2000년대 이후부터 언더 그라운드서 꾸준히 공연

28일 마포아트센터 ‘어떤가요 4’로 3년 만에 무대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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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헌. 2023.03.28.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화이트 스네이크·본 조비·건스 앤 로지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영미권을 강타한 ‘글램 메탈’을 국내에서 재현한 선구자는 밴드 ‘걸'(GIRL) ‘이브(EVE)’ 출신 김세헌(52)이다. 1990년대 중후반 진한 화장에 치렁치렁 긴 머리카락을 흔들며 소녀팬들을 마음을 뒤흔든 그는 국내 대중음악에서 기념비적인 일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1995년 데뷔한 걸의 팀 이름은 소녀를 뜻하는 영단어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겟 인투 더 로큰롤 레전드(Get Into The Rock’n Roll Legend)’의 약자다. 1996년 데뷔한 K팝 아이돌 그룹의 원조 ‘H.O.T’ 이전에 의미를 담은 약자로 팀명을 표기한 것이다. 이 팀은 로큰롤 풍의 데뷔곡 ‘아스피린’으로 당시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1990년대 활약한 록밴드로서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이런 제길”이라는 당시엔 다소 과격한 노랫말도 포함돼 더 이례적이었다.

또 1998년 이브의 데뷔곡 ‘너 그럴때면…’은 원조 역주행 곡이다. 그해 초 발매됐을 당시엔 반향을 얻지 못했으나 가을부터 인기를 얻어 김세헌을 비롯한 멤버들이 반년 만에 1집 관련 음악방송 활동을 하기도 했다. 글램 록에 클래식을 접목한 웅장한 곡들을 들려준 이브는 이밖에 ‘돈트 세이 굿바이(Don’t say good bye)’, ‘아가페’, ‘러버(Lover)’, ‘아윌 비 데어(I’ll be there)’ 등 히트곡을 쏟아내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김세헌은 자신의 뿌리인 언더그라운드로 돌아가 꾸준히 공연을 해왔다. 김세헌은 걸이 메이저로 데뷔하기 전 ‘엑스터시’라는 이름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했을 때부터 이 신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특히 1980~1990년대 헤비메탈의 성지였던 송설 라이브 등에서 공연했다. 그때부터 약 30년간 단 한번도 공연을 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김세헌에게 큰 타격을 줬다. ‘6개월이면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3년이 흘렀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형이 운영 중인 부동산 관련 영상을 편집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일을 했다. 작년 여름부터 ‘음악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김세헌이 마포문화재단이 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대극장에서 펼치는 M 레트로 시리즈 ‘어떤가요 4’를 통해서 무대에 복귀한다. 이 재단이 90년대 주목 받았던 이들을 ’90년대 꽃미남 4인방’으로 묶어 기획한 ‘테리우스 스페셜’ 합동공연이다. ‘오직 하나뿐인 그대’의 심신(56), ‘내가 아는 한가지’의 이덕진(56), ‘갈채’의 최용준(55) 등 김세헌이 “지금도 여전한 멋있는 형님들”이라고 부르는 가수들과 함께 한다.

최근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 만난 김세헌은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고 예고했다. 이브 멤버들과도 다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두 달 만에 체중 13㎏를 감량했다는 그는 전성기 시절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무대엔 얼마 만에 서시는 거예요? 목소리가 여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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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헌. 2023.03.28.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년 가까이 된 거 같아요. ‘잠에 취해'(2020년 2월)라는 곡을 발매하고 롤링홀에서 공연했는데 바로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이후에 3, 4개월 마다 음원을 내고 꾸준히 활동하려고 했는데 다 무산됐죠. 3년 쉬다 보니까 밴드 멤버들도 다 자기 일을 하게 됐어요. 전 부동산 유튜브 채널 영상을 편집하는 게 일처럼 됐죠. 음악은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온전한 형태가 아니라 기다렸죠. 그런데 시간이 어느덧 흘러 이제 쉰이 넘었네요. 저희처럼 나이 먹은 가수들에게 회복이 힘든 시간이에요. 벌써 50대가 됐으니까 신체적인 변화도 찾아오잖아요.”

-영상 편집 기술은 원래 가지고 있었나요?

“생전 그런 거 몰랐던 사람이에요. 다만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자르고 붙이는 건 익숙해 어렵진 않았어요. 공부하면서 제 활동 영역을 넓힌 거죠. 그러는 와중에 음악을 다시 시작하려고 작년부터 준비를 했어요. 다시 나왔을 때 뭔가 확 달라진 느낌을 보여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이번 무대가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사실 살도 쪘고 몸이 감당도 안 됐거든요. 그나마 남아 있던 팬들도 다 떠날 거 같아서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계속 운동만 해서 두 달 동안 체중 13㎏를 뺐어요. (전성기 시절 모습 그대로라고 하자) 두 달 전엔 이러지 않았어요. 하하.”

-작년 여름에 왜 음악을 다시는 못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가요?

“‘코로나 블루’가 왔다 갔기도 했고요. (2002년) 소속사였던 월드뮤직이 부도가 나고 이후 홍대 소규모 클럽에서 공연하며 언더그라운드로 돌아왔죠. 이후 많게는 일주일에 두세 번 공연하며 쉰 적이 없어요. 지난 3년은 30년 만에 처음 쉰 거예요. 과거 히트곡 음원도 저희가 한참 활동할 때엔 계약 체계가 잘 안 잡혀 있어서 이 곡으로 활동해도 수익과는 연계가 안 되죠. 이런 것들 보면서 허무했어요.”

-걸은 어떻게 데뷔를 하게 된 건가요?

“원래 고등학교 밴드 활동 멤버들이 언더그라운드로 같이 왔고 송설라이브라는 클럽에서 활동을 하면서 엑스터시라는 이름을 내세웠죠. 글램 메탈(LA 메탈). 로큰롤 등의 음악을 좋아하는 팀이었죠. 멤버들이 군대를 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클럽에서 저희를 인상 깊게 본 분이 제작자에게 소개해줬어요. 근데 당시 제작자분이 엑스 재팬을 좋아해 키 크고 멋있는 멤버들이 포함된 밴드를 찾고 있었거든요. 근데 저희는 저희만의 개성이 있었고 인디 신에서 거의 6년 동안 활동해서 쉽게 제작자가 의도한 것과 타협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저희 음악이 너무 세니까 가벼운 분위기로 녹음을 하고 한곡만 다른 작곡가에게 받아 활동하자고 타협을 본 거죠. 그게 최병훈 형님이 만드신 ‘아스피린’이었는데 비틀스 노래 같은 거예요. 좋더라고요. 콘트라 베이스를 넣어서 ‘로커 빌리’ 타입으로 연주를 했죠. 저희가 좋아한 로큰롤 범주에 있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엑스터시는 어떻게 결성이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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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헌. 2023.03.28.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저희 때는 헤비메탈이 유행 음악이었어요. 화이트 스네이크, 건스 앤 로지스, 본조비 같은 팀들이 빌보드차트 안에 들어 있을 때죠. 그 음악이 주류 음악이었던 거예요. 헤미메탈이 너무 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때 베이스로 밴드 활동을 시작했어요. 당시엔 앞에 나서는 게 싫었어요. 무대 뒤에서 받쳐주는 게 좋았죠. 멤버들이 다 잘 생겼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하게 됐죠. 카메라 울렁증, 무대 공포증이 있었는데 ‘내가 최고야’라는 자신감과 패기로 살았어요. 언더에서 잔뼈가 굵었으니 용기를 낸 거죠.”

-베이스로 시작을 하셨네요.

“접근이 제일 쉬운 거 같아 시작을 했는데 베이스가 너무 좋았어요. 당시 유명 밴드의 베이스가 다 멋있었어요. 두란두란의 존 테일러, 건스 앤 로지스의 더프 맥케이건 등이요. 베이스에 환상을 갖게 됐던 거죠.”

-‘아스피린’이 드라마 주제가로 삽입됐고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도 차지했습니다. 1990년대는 가요계 진정한 황금기였죠?

“정말 좋았던 때에요. 그 때 형님들하고 이번에 함께 공연을 할 수 있어 더 좋아요. 저희가 처음 방송 나갈 때만 해도 트로트부터 댄스, 힙합, 록 등 장르가 다 있었어요. 진정한 버라이어티었죠. 그런데 저희도 아이돌 취급 받았어요. 소녀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저희가 언더 시절에 나갔던 락월드 등 클럽 신에선 변절자라고 했죠.”

-이브의 화려한 글램 비주얼도 화제였습니다.

“저는 89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부터 그런 복장이었어요. 글램 메탈 유행이 유행하던 때라 머리카락을 띄우고 화장 진하게 하고 그랬죠. 한편에선 엑스 재팬을 좋아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냐고 말씀 하시는데 엑스 재팬은 너무 헤비메탈 쪽이고 저는 약간 로큰롤, LA메탈 쪽에 가까웠어요. 블루지한 맛이 있으면서 하드록하고 펑크 느낌이 나는 게 딱 글램이었죠. 데이비드 보위, 게리 클리터에서 시작된 글램 록을 너무 좋아해 영화 ‘벨벳 골드마인’처럼 깃털 달고 빨간 가죽바지 입고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그런 비주얼로 나와야 음악이 표현된다고 생각했어요. (무대 아래에서 다소 수줍음도 많아 보인다고 하자) 그런 의상들이 자신감을 심어준 거죠.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를 치장하고 말도 안 되는 옷을 입으면 성격이 바뀌는 거예요. 심현보 작곡가, 손무현 형님, 오석준 작곡가랑 친한데 술자리에서 보면 ‘너가 (이브 같은 팀을 하는 게) 되냐’라고 농담도 하곤 해요. 하하. 저희보고 비주얼 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일본을 통해서 알려진 비주얼 록과는 차이가 있거든요. 근데 계속 ‘한국 비주얼 록 선구자’라는 수식을 저희에게 붙였어요. ‘선구자’라고 하니까 일단 받아들이자가 된 거죠. 다만 아쉬운 건 ‘엑스 조선’ 같은 표현이에요. 대단한 팀과 비교해주시니 고맙고 영광이기는 한데 한국의 문화가 있잖아요. 일본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왔는데 국내 소속사가 얽혀 있어 진출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이기는 해요.”

-이브는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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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헌. 2023.03.28.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걸에서 나온 뒤 사실 (이브 소속사인) 월드 뮤직엔 솔로로 들어갔어요. 당시엔 큰 음반사라 신인 작곡가들의 데모 테이프가 많았는데 (이브의 히트곡들을 대거 작곡한) G.고릴라(고현기) 테이프도 있었어요. 당시 G.고릴라가 015B 9집 객원 보컬로 활동하던 때이기도 했죠. G.고릴라의 곡이 좋았어요. 가요 같기는 한데 음악이 독특해서 오리지널티가 있었죠. 기타로 편곡을 하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G.고릴라가 처음엔 멤버가 아니었는데 이후 정식 멤버로 합류해 트윈 보컬이 된 거죠. 1집 처음엔 제가 앞에서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고 박웅 씨가 기타를 치면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썰렁했어요. ‘망했다’는 생각을 하고 인디로 가야겠다고 준비했는데 약 반년이 지나 ‘너 그럴때면…’이 차트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요즘 말하는 ‘역주행’이었죠. 왜 역주행을 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6개월 간 놀다가 방송이 잡히기 시작했고 그 때 데뷔를 하게 된 팀처럼 됐죠. 근데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빨강 머리를 했다가 방송국에서 제재를 받기도 했죠.”

-이번 무대에 대해 팬들의 기대감이 크더라고요.

“팬분들 나이대가 있어 금전력도 있거든요. 플래카드 등 많은 걸 해주시더라고요. 하하. 이번에 솔로로 하지만 함께 연주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밴드처럼 공연해요. ‘아스피린’ ‘러버’ ‘돈트 세이 굿 바이’ ‘너 그럴 때면…’ 등을 불러요. ‘돈트 세이 굿바이’는 하드록 성향의 편곡을 했고 ‘너 그럴 때면…’은 중후한 스타일로 바꿨어요.”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활동을 모색하시는 거죠?

“이브 멤버들을 만나서 공연 논의를 할 거예요. 여름 즈음에 공연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G.고릴라도 놀러 오기로 했거든요. 계약해 놓은 공연이 있어 아직 해야 할 게 있는데 그런 식으로라도 할 게 있어서 좋아요. 저랑 박웅 씨는 공연을 좋아하는데, G.고릴라는 방구석 스타일이라 자신을 내세우는 걸 싫어해요. 작곡가다 보니 안으로 들어가는 성향이 있는데 우선 설득만 하면 얼마든지 공연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 무대가 앞으로 활동에 어떤 계기가 될 거 같아요?

“우선 여전한 형님들과 함께 하는 것이 영광이고 그게 가장 중요해요. 이번에 연습하면서 보니까 ‘이 형들 장난 아닌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에 감동이 찾아 왔어요. ‘한가락 하셨던 분들은 역시는 역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해서 우리 가요계도 다시 다채로웠으면 좋겠어요.”

◎지오아미 코리아 realpaper7@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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