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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메이트’서 하은 역 맡아 열연
두 여성이 주인공 “이런 영화 기다렸다”
김다미와 호흡 “큰 자극 받아 행복했다”
“내 연기 만족 못해 계속 연기하게 된다”
[*] 손정빈 에디터 = 영화 ‘소울메이트’는 흔히 볼 수 없는 작품이다. 남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가 유독 많은 한국영화계에서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데다가 이들의 결단과 내면이 전면에 드러나는 이른바 ‘여성 서사’는 1년에 한 편을 만나기 힘들었다. 이때 나온 나온 ‘소울메이트’는 긴 인연을 이어가는 두 친구 ‘미소’와 ‘하은’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만남과 이별로 러닝타임을 꽉 채웠다는 점에서 시도 자체로 귀하다.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건 배우 전소니(32)와 김다미(28) 두 젊은 배우다. 상반된 매력을 가진 이들은 관객 눈에 익숙한 남성 배우 한 명 나오지 않는 이 영화를 함께 책임지며 그들만으로도 충분한 ‘소울메이트’를 만들어냈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두고 전소니를 만났다. 그는 “관객이 이런 영화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여성 서사 영화라고 하면 ‘고양이를 부탁해'(2001)를 이야기하잖아요. 그만큼 이런 영화가 가뭄에 콩나듯 나온다는 얘기겠죠. 이젠 더 많은 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소니가 연기한 하은과 김다미가 맡은 미소는 제주도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자매나 다름 없는 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진우'(변우석)가 들어오고, 이어 하은과 미소 사이에 미묘한 감정 변화가 생기면서 평생 함께할 것 같았던 이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인연은 쉽게 끊어졌다가도 간절하게 이어붙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소울메이트’는 단순히 여성이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이들의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하은과 미소의 삶을 내보인다는 점에서 분명 ‘여성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그리고 촬영하면서 좋은 여성 서사를 만들어보자고 그 마음을 서로 확인했어요. 하은과 미소 사이를 흐르는 그 시간들이라든지, 둘의 사춘기랄지, 또는 관계의 흔들림, 그리고 이들이 행복해 하고 아파하는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관객도 이런 이야기를 기다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영화의 일부분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소울메이트’에는 원작이 있다. 중국 칭산 작가가 2000년에 내놓은 소설 ‘칠월과 안생’이 있고, 정궈샹 감독이 이 작품을 바탕으로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2만5000명(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이 보는 데 그쳤지만, 많은 팬을 만들어낼 정도로 본 사람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전소니 역시 원작 소설과 앞서 나온 영화를 모두 봤다고 했고, 그 역시 팬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작에 기대기보다는 각색돼 나온 ‘소울메이트’ 각본에 충실하게 연기했다고 했다.
“어차피 각색은 감독님의 몫이고, 배우는 대본에 쓰인대로 연기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원작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엔 원작과 다른 결정적인 대목이 하나있다. 바로 하은과 진우의 결혼식이다. 원작에서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진우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다소 수동적인 형태로 하은이 자기만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게 되지만, 이번 영화에선 하은이 결혼식 직전 사라져 자기 삶을 살기로 능동적으로 결정한다. 하은의 결심을 진우의 선택에 맡기지 않겠다는 게 민용근 감독의 생각이었고, 전소니 역시 이 결정에 동의했다. 전소니는 “요즘 관객은 하은의 이 선택에 더 공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두 주연 배우의 연기 호흡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두 배우 저우동위와 마쓰춘은 조화로운 연기 합을 보여주며 금마장 시상식에서 최초로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전소니와 김다미 역시 저우동위·마쓰춘 못지 않은 조화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전소니는 김다미와 함께한 연기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고, 김다미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다미는 직관적이에요. 예상치 못한 걸 보여주죠. 그럴 때면 전 그걸 되갚아주고 싶었어요. 다미와 제가 경쟁했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만큼 저도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게 있으면 저희가 함께 감독님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문하고 이의를 제기했죠. 참 큰 의지가 됐어요.”
다만 전소니는 아직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고 만족하지 못한다는 게 싫지 않다고 했다. “제 연기에 만족하지 못해야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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