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이렇게 멀리 가버리면…'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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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빈 에디터 =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 얘기를 하기 전에 잠깐, 영화가 모두 끝난 뒤에 나오는 쿠키 영상에 대해 먼저 말해봐야 한다. 쿠키 영상이 2개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 짧은 영상 2개를 이해했느냐 못 했느냐가 앞으로 마블 영화를 보는 데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 될 거라는 얘기다. 만약 이해했다면, 당신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의 멀티버스 스토리를 매우 성실하게 따라오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이런 관객은 2025년에 나올 예정인 '어벤져스' 5번째 영화 '어벤져스:캉 다이너스티'까지 여정이 그리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그 영상들이 아리송하거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마블의 저 정신 없는 멀티버스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도 계속 마블 영화를 봐야겠다면 페이즈4의 영화·드라마를 복습하든지 아니면 MCU의 멀티버스에 관해 소개한 수많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이 영화들은 더 알아먹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블의 진입장벽에 관해 얘기하는 건 새삼스럽지만, 얘기하지 않을 순 없다.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에서 그 장벽이 더 높아졌다.

물론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는 킬링타임용 영화로 무난하다. 양자 영역이니, 멀티버스니,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했고 어벤져스를 수도 없이 죽였다는 저 슈퍼 빌런 '캉'이니 뭐니 해도 앤트맨과 와스프, 헨리와 재닛, 이젠 캐시까지 합류해 악당과 맞서는 이 슈퍼히어로무비는 흡사 어벤져스를 보는 듯하다. '아바타:물의 길'을 통해 시각효과를 보는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이라고 해도 현재 마블이 보여주고 있는 무한한 우주의 풍경은 여전히 놀라운 부분이 있다. 여지를 남겨두기는 하지만 앤트맨 가족의 양자영역 모험을 일단은 종결 짓는 스토리 라인이 깔끔하고, 몇 몇 액션 시퀀스는 쾌감을 선사한다. '앤트맨' 시리즈 특유의 부녀 관계를 활용한 감성은 뻔하긴 해도 질릴 정도는 아니고, 꽤나 유머러스 하며, 멀티버스와 시간에 관한 개념은 여전히 생소하지만 어떤 대목에선 흥미롭게 다가온다. 마블 영화 골수 팬이라면 캉의 등장만으로도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종종 마블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고 해도 돈과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가 다시 한 번 마블에 정을 붙이게 해주는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주 아주 작아진다는 것 외에)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도 모를 양자 영역에 들어가서 목숨을 건다는 개미인간이 아무리 딸을 사랑을 외쳐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배경 탓인지 인간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고 현재 인류보다 수십세기 앞선 기술을 손에 넣어 전 우주를 파괴할 힘을 갖게 됐다는 악당 캉은 이상할 정도로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 마블 마니아에겐 이 멀티버스 스토리가 앞으로 MCU와 다가올 '어벤져스' 시리즈를 향한 기대감을 높여줄지 몰라도 평범한 관객에게 멀티버스라는 건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보여줬던 스파이더맨 3인의 합동 작전 정도면 충분하다.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가 페이즈5를 열어젖히는 것은 물론 페이즈6로 나아가기 위한 시발점이 되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할수록 우리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캡틴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를 더 그리워하게 될 뿐이다. 어쩌면 마블의 새 영화는 아이언맨·캡틴·헐크·토르·블랙위도우·호크아이가 활약하던 그 시절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선언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지난해 나온 마블 영화 3편의 전 세계 매출액은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가 9억5500만 달러,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가 8억5500만 달러, '토르:러브 앤 썬더'가 7억6000만 달러였다. 국내에선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88만명이 봤지만, 나머지 두 편의 관객수는 각 210만명, 271만명에 그쳤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마블 영화는 특정 국가의 흥행 부진이 전체 매출에 영향을 주는 단계를 넘어서버렸다. 이들 영화는 대체로 혹평을 받았음에도 제작비의 3~4배는 넉넉하게 벌어들였다. 마블은 이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마블 영화는 타노스가 최강 빌런이던 그 낭만의 시절로 돌아갈 생각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세계관을 확장하고 또 확장할 뿐이다. 영화로 드라마 시리즈로, 그리고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우주로, 또 다른 우주로, 또 완전히 다른 우주로. 이제 관객은 결정해야 한다. 마블과 함께할 것이냐, 아니면 이쯤에서 마블을 포기할 것이냐.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는 이 갈림길에서 관객을 마중나온 작품이다.
◎지오아미 코리아 jb@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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