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수만發 K팝 격변③]멀티레이블 만날 ‘SMP·SMCU’ 방향성은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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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SM 팬덤 ‘슴덕’·’핑크 블러드’, 이수만 프로듀서에게 실망감 토로

SMP 창시자 유영진 이사 등 이탈 예고

레이블 체제에서 기존 세계관 어떻게 운용할 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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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더 비트’. 2023.01.16.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최근 SM엔터테인먼트 팬들 사이에선 어벤저스 걸그룹 ‘갓 더 비트’의 첫 미니앨범 ‘스탬프 온 잇(Stamp On It)’을 두고 갑론을박이 따랐다.

갓더비트는 SM 소속 여성 아티스트들이 테마별로 새로운 조합의 유닛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걸스 온 톱(Girls On Top·GOT)’의 첫 유닛이다. 작년 1월 선보인 첫 싱글 ‘스텝 백(Step Back)’으로 화제가 됐다. ‘한류 개척자’ 보아를 비롯 소녀시대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 슬기와 웬디, 에스파 카리나와 윈터 등 SM뿐 아니라 K팝 신을 대표하는 여성 아이돌이 뭉쳐 파괴력이 컸다.

그런데 이번 음반 ‘스탬프 온 잇’은 화제성이 크지 않았다. 팬덤이 큰 멤버들을 모아놓고도 멜론 ‘톱100’에 잠깐 진입했을 뿐 금방 벗어났다. 해외 차트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과 유영진 이사의 뮤직 & 슈퍼 바이저가 빚어낸 ‘SMP 무용론’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힘 떨어진 SM의 음악상징 ‘SMP’


SM의 뮤직 퍼포먼스, 즉 ‘SMP'(SM Music Performance)는 SM 음악 철학의 결과물이다. SMP는 SM 소속 뮤지션들의 노래·안무를 최적으로 혼합한 스타일을 일컫는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유도하는 현란한 댄스음악, 여기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노랫말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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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파. 2023.01.20.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난해하지만 사운드·메시지가 덩어리로 무대 위에 펼쳐져 폭발력을 냈다. 광야(KWANGYA·SM 가수들이 모여 있는 세계관)를 추종하는 ‘슴덕'(‘SM’을 ‘슴’으로 읽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SM 마니아를 지칭함) 혹은 ‘핑크 블러드'(SM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응원하는 팬덤)가 양산됐다. K팝 기획사 중 가수뿐 아니라 회사 자체로 팬덤을 거느린 곳은 1996년 ‘H.O.T’를 시작으로 역사를 쌓아온 SM이 유일하다.

H.O.T.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엑소’, ‘NCT’, ‘에스파’ 등이 SMP 계보를 잇는다. SM 보이그룹 멤버들의 연합체인 ‘슈퍼엠’과 갓더비트가 이 SMP의 봉우리에 있다. 하지만 갓더비트 ‘스탬프 온 잇’의 타이틀곡 ‘스탬프 온 잇’에 대해 비판이 잇따랐다. R&B 힙합 기반의 사운드는 귀에 덜 감기고, “거칠게 破(파) / Mona Lisa smile (Lisa smile) / 사랑스런 눈빛으로 / 너의 궤도 따위 망가뜨려” 같은 노랫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충성심이 강한 슴덕과 핑크 블러드 사이에서도 터져나왔다.

SMP의 최신판인 에스파의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K팝 4세대 걸그룹 선두주자로 통한 에스파 미니 2집 ‘걸스’는 K팝 걸그룹 처음으로 초동 100만장을 넘기고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음반 자체에 대한 평가는 전작들보다 박했다.

특히 SM 이사 출신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제작한 ‘뉴진스’가 SM 초창기 걸그룹 일부(S.E.S.·밀크)를 떠올리게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에스파 팬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 윈터·카리나 같은 매력적인 멤버들이 에스파에 속해 있음에도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강한 SMP 콘셉트만 내세워, 가진 잠재력보다 팀이 덜 주목 받는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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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윈터 에스엠타운 : SMCU 팰리스’ 티저 2022.12.26.(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팝이 국내 내수용이 아닌 해외 수출용이 되면서 우선 듣기 좋고 공감하기 쉬운 메시지에 비중을 싣게 됐다. 예전처럼 마니아를 겨냥하는 음악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초창기 세계관에 공감한 마니아들 위주로 팬덤을 무섭게 불렸지만, 결국 이들을 전 세계적인 그룹 반열에 올린 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원하는 음악적 방향성이 아니었다는 건 차치하고)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같은 팝 댄스 곡이었다. 

그런데 경쟁사의 그룹이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와중에 4대 대형 기획사 중 SM만 홀로 미국 음악시장 풀뿌리 인기를 반영하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한 곡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일흔이 넘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감각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SM 내부와 팬덤 사이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 NCT 드림의 ‘캔디’ 등을 제외하고 몇년 동안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곡도 없었다. 더구나 ‘넥스트 레벨’과 ‘캔디’는 각가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 OST와 H.O.T의 곡을 리메이크한 노래였다.

그럼에도 슴덕과 핑크 블러드는 SM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다. 하이브에 인수될 경우 그 개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하이브에게 지분을 넘긴 것에 대해 크게 실망감을 토로하는 이유다. 특히 자신들이 지지한 SM의 유산을 단숨에 다른 곳으로 넘긴 것에 대해 SM 팬들은 크게 당황해하고 있다. SM의 오랜 팬이라는 30대 회사원은 “이 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에 종종 실망을 해도 지지를 보낸 건 발굴한 아티스트와 SM의 브랜드를 끝까지 책임져줄 ‘대부’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전 프로듀서는 그 믿음을 배신했다”고 토로했다.

SM·카카오와 틀어진 뒤 하이브와 손잡은 이 전 프로듀서는 하이브가 SM을 인수해도 계약 조건상 3년 동안 국내 프로듀싱은 할 수 없다. 3년 뒤면 이 전 프로듀서의 나이는 만 74세. 사실상 이번 일련의 사태로 프로듀싱에서 은퇴하게 됐다. 유영진 이사도 이 전 프로듀서 없는 SM은 SM이 아니라며 SM 프로듀싱 시스템에서 이탈을 예고했다. SM A&R(Artists and Repertorie) 팀은 이 전 프로듀서·유 이사 라인과 SM 현 경영진 라인으로 나눠지는 등 내분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이 좋은 곡을 수집하기 위해 매년 열어온 송캠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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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왼쪽), 방시혁 하이브 의장. 2023.02.10. (사진 = SM, 하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멀티 레이블은 SMCU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 SM 경영권을 두고 대전이 예상되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든 SM은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하게 된다. 그간 SM은 이 전 프로듀서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오랜기간 이어져왔다. 이런 방향성은 다양한 그룹이 속한 회사 색깔에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팀의 음반이 발매돼 팀마다 활동 공백 기간이 비교적 길다. 그룹의 음반 발매와 활동이 수익과 바로 직결돼 바로 바로 음반을 내는 최근 K팝 기획사의 흐름과 어긋나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 경영진에게 이 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하라고 요구한 건 이 전 프로듀서에게 과도한 로열티가 지급된 점이 가장 컸지만, 그에게 집중되는 비효율적인 프로듀싱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이유도 포함돼 있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을 가장 잘 운영하고 시너지를 낸 회사다. 회사의 베이스 캠프 격인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를 기반으로 삼고,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여자친구의 쏘스뮤직(현재 르세라핌 소속), 지코의 코즈(KOZ)엔터테인먼트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레이블이자 ‘뉴진스’가 속한 어도어를 신규 레이블로 세우면서 ‘하이브 레이블즈’ 브랜드를 공고히 했다. CJ ENM과 합작 레이블 ‘빌리 프랩’엔 엔하이픈이 소속됐다. 이들 레이블 시너지가 최근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음원차트 상위권은 정상을 독식하고 있는 뉴진스를 비롯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그룹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대표적이다. 시차가 다소 존재하는 SM 소속 그룹들과 달리 하이브 레이블즈는 동시다발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발매하면서 차트 순위에 빈틈을 만들지 않고 있다.

하이브가 SM를 인수하게 되면 이런 레이블의 다각화는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성향상 각 팀마다 어느 정도 프로듀싱을 신경쓰려 하겠지만 어도어처럼 일단 SM은 독자적인 레이블로 두고 큰 그림만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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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인수해도 멀티 레이블은 강화된다. 이미 SM 현 경영진은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면서 ‘이수만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SM 3.0’을 선언했다. 소속 아티스트를 5+1개 제작센터로 구분한다고 했는데 이는 멀티 레이블 체제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아이유가 속한 이담 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아이브가 속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더보이즈 등이 속한 IST엔터테인먼트 등의 레이블 체제다. 이밖에 영상 콘텐츠·배우 소속사 등의 레이블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미 K팝 업계에서 레이블 체제는 하이브 외에도 효율성이 증명됐다. 지난 2018년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JYP 2.0’도 그 보기 중 하나다. 박진영은 당시 “회사 안에 4개의 작은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며 4개의 레이블이 결합된 하나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JYP 내엔 트와이스, 엔믹스 등 각 팀별로 전담팀이 따로 있다.

다만 SM은 팀별로 유기적인 관계가 있는 특수한 상황이다. 마블을 연상시키는 SM컬처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의 세계관이 있다. SMCU는 다양한 영웅을 내세운 디즈니의 마블 스튜디오처럼, SM에 속한 각 그룹이 광야 공간에서 각자 쌓아온 서사를 펼치거나 서로 교차시키는 걸 가리킨다. 마블의 어벤저스처럼 SM 소속 보이그룹 멤버들과 걸그룹 멤버들이 각각 뭉친 슈퍼엠과 갓 더 비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다. 카카오가 이번에 하이브와 대전에서 만약 승기를 잡는다면, 카카오는 슈퍼 K팝 IP가 당장 필요한 만큼 이 세계관을 유지해나갈 공산이 크다.

하이브가 승기를 잡을 경우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 다만 이미 하이브도 네이버웹툰과 손잡고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르세라핌의 세계관을 만들고 있어 SM을 인수하게 되면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당장 앞날을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없어 SM 내 SMCU 등 팀은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은 상반기 안에 에스파를 그리고 올해 안에 회사의 상징인 엑소, 슈퍼엠 등의 새 앨범 발매를 예정하고 있다. NCT도쿄 등 신인그룹 세 팀도 데뷔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회사별로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건강한 K팝 생태계를 위해선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팝에 앞서 1970년대~1980년대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엔 각각 일본의 ‘J팝’, 홍콩의 ‘칸토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몰개성과 함께 스타를 추가로 배출하지 못해 일시적인 열풍에 그친 선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 가운데 태생이 불안정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인수합병은 대세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각 회사의 유산과 개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해야 K팝의 생명력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오아미 코리아 realpaper7@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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