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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빈 에디터 = 9월 4주차 개봉 영화 및 최근 개봉 영화 간단평을 정리했다.
◆늑대가 어딨나요…늑대사냥(★★)
작정하고 피칠갑을 해보겠다는 데 불만은 없다. 그런 장르도, 그런 영화도 있는 법이니까. 다만 피범벅 밖에 보여줄 게 없다면, 그리고 피를 흩뿌리는 그 방식이 창의적이지 않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늑대사냥’은 뻔한 난장판이다. 난장판이 뻔하다는 건 형용모순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신선한 구석은 거의 찾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전에 한국영화계에 없던 시도를 했다는 말은 요즘 같은 시대엔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늑대사냥’엔 늑대가 없다.
◆공산품의 맛…공조2:인터내셔날(★★★)
배우 유해진은 ‘공조2:인터내셔날'(‘공조2’)을 이렇게 설명했다. “보고 나오면서 친구한테 ‘근데 너무 웃기만하다가 나온 거 아니야, 남는 게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영화가 되면 좋겠어요.” 유해진의 말 그대로 ‘공조2’는 그런 영화다. 특별히 대단한 부분도 없고, 그렇다고 흠을 잡아 늘어질 대목도 없다. 이건 웃자고 만든 영화다. 이석훈 감독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 때도 그랬던 것처럼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관객이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안다. ‘공조2’는 마치 공식에 대입하듯 만든 영화인데, 이 공식이 주는 딱 떨어지는 맛이 나쁘지 않다. 제조업으로 비유하자면, ‘공조2’는 괜찮은 공산품 같다.
◆아, 나 이런 거 웃겨하네…육사오(★★☆)
맞다. 별점은 낮을 수밖에 없다. 완성도를 따지고 들자면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 ‘육사오’는 별점이 중요하지 않은 작품이다. 왜? 웃기니까. 아마도 당신은 극장에 앉아 다른 관객과 함께 웃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코미디영화의 계보는 2010년 초반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고, 올해 여름 영화들은 하나같이 진지하기만 했다. 이럴 때 나타난 ‘육사오’는 어쩐지 귀하다. 물론 유치하고 황당하다. 그래도 웃기다. 그저 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가학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고, 착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객을 웃긴다.
◆디테일 없는 큰 그림의 한계…헌트(★★★)
이정재는 밀어붙인다. 정우성은 퍼붓는다. 영화 ‘헌트’에는 이전에 나온 어떤 한국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강력한 총기 액션이 수차례 나온다. 총알 1만발을 쏟아부은 이 화력이 곧 이 영화의 목표다. 그건 마치 들끓는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하겠다는 의지다. 감독 이정재의 야심과 결기는 최근 수년 간 데뷔한 어떤 연출가도 보여주지 못한 태도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연출 데뷔는 성공적이다. 게다가 이정재와 정우성을 23년만에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영화같은 일이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만족감이 있다. 다만 ‘헌트’에는 이정재의 고투와 정우성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관객이 한국 현대사를 대체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세 가지, 전두환·광주민주화운동·남북관계에 관해 알아야 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단독으로 완결성을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결함은 영화 전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한편 극적 재미마저 반감시킨다. 감독 이정재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지는 못했다.
◎지오아미 코리아 jb@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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