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쁘지만 행복한 아빠·엄마·동생…스무살 자폐청년 현준이네 이야기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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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준이네 가족. 2022.09.03. (사진 = KBS 1TV ‘동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윤세 에디터 = 자폐 스펙트럼을 다룬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을 일으킨 가운데 스무살 자폐청년 가족 이야기가 소개된다.

3일 오후 6시 KBS 1TV ‘동행’에서는 작은 행복을 그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자폐 청년 현준이네 가족 사연을 소개한다. 이른 아침마다 공공 화장실 청소 일을 하는 정홍기(55) 씨. 손과 발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홍기 씨의 눈은 늘 문밖을 향해 있다. 홍기 씨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늘 있는 큰아들 현준이. 스무 살이지만, 중증 자폐증과 지적장애가 있는 현준이는 특수학교 방학 막바지인 요즘 하루 24시간을 아빠와 함께한다.

 

현준이는 홍기 씨가 36세에 얻었던 소중한 큰아들이다. 홍기 씨는 현준이가 세 살이 될 무렵,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고 그 후로 20년간 늘 옆에서 아들을 지켜왔다. 몸은 건장한 청년으로 자랐지만, 포크질도 제대로 못 하고, 화장실도 함께 가줘야 하는 현준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아빠뿐이었다. 짬짬이 일하며 현준이 돌보는 것을 병행해야 하지만 고생스럽다는 생각보단 늘 애틋한 마음으로 아들을 돌본다. 다 큰 아들을 챙기느라 허리가 망가지고, 요즘엔 시력과 청력까지 안 좋아지고 있지만 현준이의 미소 한 번이면 고단함도 모두 녹아버린다.

현준이를 챙기느라 일반적인 직장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병원 갈 일이며 조퇴하는 날이 더 많은 현준이 때문에 홍기 씨는 늘 대기해야 했고, 정기적인 일을 할 수 없어 가정 형편은 더욱 기울었다. 홍기 씨 부부와 삼 남매는 수도 배관이 터져 물을 받았다 길어 써야 할 정도로 노후화된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적장애 3급인 아내 복심 (49) 씨 또한 생활비를 보태려 아파트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건강하게만 커달라 기도했던 둘째와 셋째는 어느덧 자라 열아홉, 열네 살이 됐다. 특히 올해 고3인 둘째 은경인 자폐증이 있는 오빠를 돌봐주고 공부도 잘하는 기특한 딸로 커 줬다. 은경이는 학교에서 서울로 대학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해서 돈을 버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은경인 더 먼 미래를 위해 간호사가 되려 한다.

어린 은경이에게 아빠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보내주겠다 약속했었다. 열심히 공부했던 은경이는 약속을 지켜 도시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았지만, 아빠는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도시에 있는 대학교 학비에 생활비, 책값까지 아빠가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아빠의 고민을 알고 은경이는 이번에도 목표를 바꿨다. 집 근처 국립대 간호학과에 진학해 아빠의 짐을 덜어주는 것.

 

은경이는 마음먹은 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대학교 원서 접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대학교 원서비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그런 은경이를 볼 때마다 늘 미안하다는 아빠. 집 근처의 국립대만큼은 꼭 보내고 싶어 현준이가 잠든 새벽 3시면 거리를 누비며 폐지를 줍지만, 가진 것 없는 아빠가 딸의 꿈도 이뤄주지 못할까 봐 늘 가슴이 졸인다.

◎지오아미 코리아 knaty@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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