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버릭’은 어떻게 71일을 버틸 수 있었나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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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탑건:매버릭’ 개봉 71일만에 800만명

팬데믹 이후 외국영화 유일한 기록 써

美서도 개봉 후 3달 지났는데 5위권에

영화적 체험 극대화한 연출 입소문 타

첫 주말보다 개봉 3주차 주말 관객 많아

올드 팬 향수 자극…뉴트로 트렌드 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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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빈 에디터 = 영화 ‘탑건:매버릭’이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800만명 이상 본 영화는 ‘범죄도시2′(1269만명)와 ‘탑건:매버릭’ 2편이다. 외국영화로는 ‘탑건:매버릭’이 유일하다.

‘탑건:매버릭’이 800만 관객 고지를 밟는 데 걸린 시간은 71일이었다. 이 기간 ‘탑건:매버릭’은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 5위권 밖으로 한 번도 밀려나지 않았다. 800만 관객 기록은 놀라운 성과다. 다만 단순 흥행 성적을 떠나서 개봉 첫 번째 주말에 흥행 성패가 판가름 나는 최근 영화계 경향을 볼 때 ‘탑건:매버릭’의 장기 흥행은 그것 자체로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팬데믹으로 유례 없는 위기에 빠진 영화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탑건:매버릭’이 알려줬다는 것이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은 영화관에서 더 명확한 영화적 체험을 원한다는 걸 ‘탑건:매버릭’이 알려줬다”고 했다. ‘탑건:매버릭’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도 개봉 95일 차에도 박스오피스 3위를 달리고 있다.

◇800만 관객까지 71일 버텼다

‘탑건:매버릭’의 개봉 첫 날 관객수는 약 18만명이었다. 153만명이 보는 데 그친 ‘외계+인 1부’의 첫 날 성적인 15만명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개봉 전 배우 톰 크루즈가 한국에 와 이틀 간 대대적인 행사를 열며 팬 서비스를 한 걸 생각하면 오히려 부진에 가까운 수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탑건:매버릭’은 국내에서만큼은 높은 화제성에 비해 성적은 따라주지 않는 영화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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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관객수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탑건:메버릭’은 개봉 1주차 주말 관객수(112만명)보다 2주차 주말 관객수(114만명)가 더 많았고, 2주차 주말 관객수보다 3주차 주말 관객수(118만명)가 많았다. 첫 번째 주말에 관객수가 가장 많고,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대부분의 영화와는 정반대였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탑건’을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탑건:매버릭’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이후 실관람평이 호평 일색이자 뒤늦게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체불가능한 스펙터클

‘탑건:매버릭’이 장기 흥행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이 명백히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였다는 점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영화적 체험, 영화적 경험, 영화적 스펙터클이 극대화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탑건:매버릭’은 컴퓨터그래픽이미지(CGI) 등 각종 특수효과를 최소화하고 웬만한 장면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톰 크루즈는 물론이고 출연 배우 전원이 직접 전투기를 몰면서 촬영했고, 전투기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 역시 실제로 비행기를 상공에 띄워 찍었다. 이 덕분에 관람평 중에는 마치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과 함께 전투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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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관계자는 “이런 경험은 휴대폰 화면이나 TV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다.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에서 볼 때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탑건:매버릭’이 오래 살아남은 건 이 영화가 주는 영화적 체험을 다른 어떤 영화도 대체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GV에 따르면, ‘탑건:매버릭’의 특수 상영관 관객 비중은 전체 관객의 39%였다. 20% 중반대였던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나 ‘스피이더맨:노 웨이 홈’보다 월등히 높았다.

◇향수와 뉴트로, 클리셰가 아닌 클래식으로

‘탑건:매버릭’이 오랜 기간 상영된 또 다른 이유는 모든 연령층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먼저 올드 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영화는 1986년에 나온 ‘탑건’의 후속작으로, 전설의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 피트 미첼 대령이 파일럿 교육 기관인 탑건의 교관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톰 크루즈가 27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출연하는데다가 극중 매버릭의 라이벌로 나왔던 ‘아이스맨’ 역의 발 킬머도 다시 한 번 출연한다. 이와 함께 ‘탑건’의 많은 장면이 재연돼 담겨 있기도 하다. 이런 요소들이 ‘탑건’을 기억하는 나이 지긋한 관객을 집 밖으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영화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는 중장년층 관객이 많이 보였다”며 “이 영화가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게 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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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동시에 ‘탑건:매버릭’은 최근 젊은 세대가 지지하는 뉴트로(New-tro)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탑건:메버릭’은 의도적으로 1980년대 할리우드 특유의 영웅 서사 연출 방식을 차용해 재해석했다. 물론 이는 뉴트로를 겨냥했다기보다는 ‘탑건’의 연출자인 토니 스콧 감독을 향한 오마주 성격에 가까웠다. 다만 이 방식이 최근 1980~90년대 문화에 열광하는 경향을 보이는 2030세대 감성과 우연히 일치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2010년대 후반에 나왔다면 다소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한 연출이 지금은 오히려 쿨한 게 됐다는 얘기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클리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클래식이 될 수도 있었던 연출 방식이었다”며 “‘탑건:매버릭’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클래식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고 했다.

◎지오아미 코리아 jb@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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