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어린 용의자, 그리고 비밀 계약’이라는 부제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 2013년 8월 대구에 사는 주부 한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것은 남동생, 그는 자신의 딸이자 한 씨의 조카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그는 가족력으로 갑자기 딸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이에 한 씨는 의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사망한 8살 소원이의 사인은 지병이 아닌 학대에 의한 것이었고 학대를 한 것은 다름 아닌 소원이의 친언니 소리라는 것.
소리는 경찰에게 태연하게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말했다. 스스로 동생의 배를 때리고 발로 차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 이에 한 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소리는 상해치사 혐의로 소년 재판에 넘겨지고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리의 새엄마도 아이들에게 학대를 했음이 드러났다. 이에 소리는 판사에게 엄마의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소리의 고모 한 씨는 무언가 감춰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소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소리는 고모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다. 소리는 고모가 무섭다며 피했고 어떤 말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모는 소리를 믿었다. 그리고 자료를 모아 아동 사건 전문인 이명숙 변호사에게 의뢰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소리와 소원이의 사건을 맡고 꿈속에서 8살 아이를 만났다. 꿈속의 아이는 새엄마가 자신을 밟아서 죽였다고 했고, 변호사는 진심으로 아이를 안아주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리고 이 변호사는 자료를 보고 이 사건의 범인이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전문가들 또한 소원이의 상처를 보고 절대 아이가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며 “어른이 힘껏 밟아야 가능한 상처”라고 분석했다.
또한 진술 당시 새엄마를 대하는 소리의 행동을 보고 “엄마 나 잘했지? 시키는 대로 잘했으니까 미워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며 소리와 새엄마 사이에 모종의 계약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고모 한 씨는 아이와 아빠를 분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씨는 소리의 심리 치료를 시작하며 친아빠와 아이를 분리시켰다. 그리고 그는 매일매일 소리를 찾아 그의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소리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고모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하는 정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요구도 다양했다. 이에 고모는 소리가 고모를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간을 가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리고 고모는 지치지 않고 소리가 시키는 대로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이에 결국 소리는 마음을 완전히 열었고 고모와 예전처럼 가까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소리는 고모에게 “고모 나 이제 엄마 안 만나는 거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고모는 “영원히 안 만날 수도 있어”라고 했고 이에 소리는 “아싸”라며 쾌재를 불렀다. 소원이를 잃은 지 7개월 만에 그렇게 소리는 그간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냥 일상을 이야기하듯 그동안 새엄마에게 학대받은 사실을 털어놓은 소리. 이에 고모는 변호사와 상담을 했고, 변호사는 곧바로 이를 녹취하라 일렀다. 그렇게 그날 녹음된 소리의 목소리가 공개됐다.
소리는 새엄마가 본인과 소원에게 한 일들을 멈추지 않고 폭로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 머리를 넣었다 뺐다 하거나, 아이들의 입을 억지로 벌리게 하고 청양고추 10개를 먹이고, 목을 조르거나 줄넘기 줄로 아이들을 계단에 묶기도 했다. 또한 계단에 아이를 엎드려뻗쳐하게 한 다음에 뜨거운 물을 등에 부었다. 그리고 계단에서 이이를 발로 차서 떨어뜨리기까지 상상 더도 할 수 없는 고문이나 다름없는 학대 행위가 1년 여간 벌어졌던 것.
아이들의 새엄마는 아이들을 드럼 세탁기에 집어넣고 전원 버튼을 눌러 세탁기를 회전시키는 일을 상습적으로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지금까지 침묵했나. 5년이란 시간 동안 친 자식처럼 자신들을 돌봐준 고모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의 새엄마는 아이들에게 “고모는 너희 엄청 싫어해. 고모가 너희를 버려서 여기 와있는 거야”라며 수시로 고모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며 가스 라이팅 했다. 또한 아이의 학교나 주변에까지 고모와 관련된 나쁜 소문을 퍼뜨렸고 그렇게 아이들은 고모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다.
그렇다면 다른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을까? 사실 소리는 새엄마와 살게 된 지 넉 달 째쯤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새엄마가 너무 때려서 힘들다고 SOS 메시지를 보낸 것. 하지만 경찰들은 삼자대면을 하며 새엄마에게 학대 사실을 추궁했고, 새엄마는 훈육이라 둘러댔다. 이에 경찰들은 새엄마의 말만 믿고 떠났고, 그날 소리는 코피가 날 때까지 맞았다.
이후에도 비슷했다. 몇 번이고 소리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엔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마다 새엄마에게 더욱 심한 학대를 당해야 했다. 이에 소리는 학습이 되어 버렸다. 말을 하면 더 맞고 그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 결국 소리는 그렇게 입을 닫았다.
어떤 노력을 해도 바뀌는 것은 없고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체념해갔다. 그리고 누구 하나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원이가 죽던 그날, 그날은 무슨 일이 있었나? 소리는 본인이 아닌 새엄마가 소원이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소리가 나서 보니 새엄마가 소원이를 세게 밀었고, 소원이가 넘어지니까 발로 밟았다는 것. 특히 새엄마는 발 뒤꿈치로 열 번 정도 소원이의 배를 세게 밟았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소리는 말리지 못했다. 말렸다가는 자신도 똑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새엄마에게 맞다가 배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소원이. 이에 새엄마는 소원이를 세워두고 주먹으로 배를 때렸다. 시끄럽다고 울지 말라고 호통을 쳤고 이에 소원이는 울음을 겨우 참았다. 울면 더 맞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맞고 밤새도록 벌을 선 소원이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누구도 소원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집에 있던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소리는 아빠에게는 왜 새엄마의 학대 사실을 말하지 못했을까? 이에 소리는 “아빠한테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가정을 깨기 싫어서 말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방관자이자 또 다른 가해자인 아빠는 왜 그 지경이 되도록 침묵했나. 이에 아이들의 고모는 자신의 동생인 아이들의 아빠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아내의 실형을 줄이기 위해 소리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촉법소년인 소리가 했다고 하면 별 거 아닌 일이 된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아내와 소리가 둘 다 불쌍하다고 했다. 이에 분노한 한 씨는 “죽은 네 딸은 안 불쌍하냐”라고 물었으나 그는 침묵했다.
그날의 내막은 이랬다. 소원이 장례식을 치른 후 소리를 따로 부른 새엄마. 그는 “너 소원이랑 싸운 적 많잖아. 그러니까 그날도 네가 소원이를 때렸다고 하자”라며 대본을 짜고 연습까지 시켰다. 그리고 아빠는 소리에게 “너 소원이 보고 싶지?”라며 소원이가 죽기 직전의 영상을 보여주며 무언이 협박을 가했다. 이에 소리는 죽지 않으려고, 소원이처럼 되지 않으려 부모들의 말을 따랐던 것이다.
소원이가 죽고 7개월 만에 열린 재판, 법원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지며 새엄마에 대한 살인죄를 요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전까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검찰은 상해치사죄로 새엄마를 기소했다. 그리고 소리는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새엄마와 아빠. 이들은 빨리 병원에 데려갔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날이 광복절 휴일이라 응급실에 가면 병원비가 많이 나와서 데려가지 않았다”라는 충격적인 답을 했다.
1심 판결, 새엄마 징역 10년형 아빠 3년형. 이에 양 측은 즉각 항소했다. 2심에서는 소리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까지 추가되었고 이에 각각 15년형과 4년형을 받았고 이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과 동일했다.
소원이에게 미안한 소리. 그는 “다시 태어나면 언니랑 잘 살아보자고 말하고 싶다. 내 딸로 태어나라고”라며 먼저 떠나보낸 동생을 그리워했다.
아동학대 피해자는 본인들을 생존자라 칭한다. 학대 속에서 살아남아 부모 없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생존자들. 생존자 소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소리는 다행히도 한 가정에 입양되어 새로운 엄마와 살아가고 있었다. 소리의 새로운 엄마는 바로 예전에는 아이들의 고모였던 한 씨였다.
한 씨는 지키지 못한 소원이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너희 언니 내가 잘 키울게. 내가 너한테는 엄마가 못 돼줬지만 소리한테는 엄마가 돼줄게”라고 진심을 전했다. 입양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살지 못할 거 같았다는 한 씨는 소리와 자신이 사람 인 자처럼 서로를 세워주는 사이가 된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 소리는 미술 치료사가 꿈이다. 자신처럼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 그런 소리는 꼬꼬무 앞으로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소리는 동생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모습은 또렷이 기억이 나는데 동생의 모습은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에게 반드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부디 자신들이 마지막이길 빌었다.
하지만 소리의 바람과는 달리 학대받는 아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한 해 아동학대 사건은 3만 건이 넘고 한 해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동학대 관련 법률은 아이들의 희생 끝에 조금씩 성장했다.
이에 방송은 우리 모두가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없는지 살피고 외면하지 않는 “선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이들의 피가 아닌 모두의 관심으로 법률이 자라나기를 간절히 빌어 눈길을 끌었다.
(연예뉴스 정은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