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살인범의 미토콘드리아-2006 냉동고 살인사건’이라는 부제로 지난 2006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지난 2006년 7월 23일, 서울 방배경찰서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집에 시신이 있다는 것.
충격적인 신고에 강력팀은 강남의 한 고급 빌라에 도착했다. 1층부터 3층이 모두 한 집인 이곳의 주인은 프랑스인 쿠르조. 그는 형사들을 다용도실로 데려갔고 거기서 믿기 어려운 현장을 공개했다.
다용도실 한편에 있던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나온 것. 다용도실 네 번째 칸과 다섯 번째 칸에 각각 아이들 시신 한 구가 있었고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던 담당 형사 천 형사는 시신으로 발견된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최초 신고자는 집주인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 그의 가족은 아내와 아들 둘 총 4명이고 현재 가족들은 모두 프랑스로 여름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쿠르조 역시 함께 프랑스로 갔지만 중요한 회사 일정으로 조기 귀국을 했고 그렇게 돌아온 집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 것이다.
이에 수사팀은 냉동고와 아기들을 국과수로 보냈고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아기들은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다 채운 것으로 추정되는 신생아였다. 시신을 녹이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려 진행된 검사에서 아기들은 둘 다 정상적으로 태어난 후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그밖에 사인이나 사망 시점은 오랜 시간 냉동 상태였기에 밝혀낼 수 없었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아기들은 병원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당시 한 아기를 감싸고 있던 수건과 똑같은 수건이 쿠르조의 집에서 발견됐고, 아기의 시신을 감싼 비닐 역시 이 집에 있던 것이 확인되어 아기들은 이 집에서 태어났음이 확실해졌다.
이에 경찰은 가장 먼저 쿠르조의 아내를 의심했다. 그러나 쿠르조는 3년 전 아내가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아 임신 불가능 상태라고 했고, 이는 사실이었다.
경찰들은 몇 가지 가설을 세워 혐의점이 있는 사람들이 없는지 조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인 쿠르조도 그가 보안카드를 공유한 그의 친구 피에르, 쿠르조 집의 가사 도우미 등 누구에서도 혐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두 아이의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고 쿠르조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형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쿠르조는 미리 예약한 일정에 따라 이미 한국을 떠난 것으로 밝혀져 수사는 답보 상태에 들어갔다.
경찰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쿠르조에게 조속한 귀국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명예훼손으로 대응하겠다며 자신은 절대 아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때 간호 장교 출신인 천 형사의 아내는 쿠르조의 아내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임신을 했으니 패혈증이 온 거다”라며 “병원이 아닌 데서 애를 낳다가 잘못돼서 자궁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라고 했다.
이에 천 형사는 쿠르조의 아네 베로니크의 자궁 수술은 3년 전에 진행된 것이라 말이 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아기들 사망 시점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냐”라며 범행 시점이 3년 전일 수 있지 않냐고 했다.
한 방을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된 천 형사는 3년 전 영아를 살해한 후 시신을 보관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추적했다. 이에 아기를 감싸고 있던 수건은 3년 전 구매된 것이며 욕실에 있던 것은 라벨이 다 헤졌지만 냉동고에 있던 것은 라벨이 깨끗한 것을 발견했다. 또한 아기를 감싸고 있던 비닐봉지에 적힌 가게를 추적하자 3년 전 폐업한 곳임이 드러나 가설에 대한 신빙성을 더해갔다.
베로니크가 3년 전 수술을 받은 병원을 찾은 천 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당시 그의 자궁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의사는 임신한 자궁이 맞다고 답했고 천 형사의 가설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동의했다.
이에 경찰은 베로니크와 아기들의 DNA 검사를 의뢰했다. 검체가 한국에 없어 경찰들은 집 안에서 검체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칫솔과 빗, 귀이개. 그리고 국과수는 미토콘드리아 검사를 통해 빗에 베로니크의 DNA가 검출된 것을 확인했고, 이를 가지고 아기들의 DNA와 대조했다. 그 결과 시신의 DNA와 베로니크 DNA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에 대해 베로니크와 쿠르조는 검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대로 된 검체로 검사를 한 것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이에 또다시 천 형사의 아내가 힌트를 주었다. 보통 수술을 할 때 조직 샘플을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3년 전 자궁 수술을 한 병원에서 조직 샘플이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것.
다행히 해당 병원은 베로니크의 조직 샘플을 보관 중이었고 이를 가지고 진행된 유전자 검사에서는 다시 시신과 베로니크의 DNA가 일치함이 확인되었다.
이에 프랑스에서 쿠르조 부부는 에디터회견을 자청했다. 이들은 “내 아내는 두 아이를 낳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 언론의 표적이 될 뿐이다. 우리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반응에 우리 국과수나 경찰들은 아랑곳 않았다. 얼마든지 부인해도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것.
이후 프랑스에서 DNA 검사를 받은 베로니크, 그 결과는 예상대로 시신의 DNA와 일치했다. 이에 프랑스 경찰은 베로니크를 체포했다. 그리고 베로니크는 혼자 아기를 낳고 죽였다고 자백했다.
살해당한 아이들은 1년 터울로 태어난 형제. 아이들은 현재의 서래 마을 집이 아닌 이 전의 집에서 태어났고, 베로니크가 배낭에 시신 2구를 넣고 현재의 집으로 온 것으로 드러났다.
4년 전 2002년 8월 임신 중이었던 베로니크는 아이를 혼자 낳고 그 자리에서 죽인 후 냉동실에 넣었다. 그리고 1년 후 똑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시신 발견 1년 전 서래 마을로 오게 된 것. 그리고 베로니크는 조사 과정에서 한국에 오기 전 아기 한 명을 더 몰래 낳고 죽인 후 벽난로에 넣어 태워 죽였다고 자백했다.
이에 프랑스 사회는 대충 격에 빠졌다. 그리고 한국의 수사를 얕잡아 본 것에 자신들의 오만을 사과했다.
수사 결과 놀랍게도 사건은 베로니크의 단독 범행이었다. 쿠르조는 많은 의심을 받았으나 수년이 걸친 수사 끝에 무죄임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베로니크는 아이들을 왜 죽인 것일까? 이에 베로니크는 “자기가 죽인 건 아기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 일부일 뿐”이라 말했다. 또한 그는 “임신 사실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기가 나와서 무서웠다”라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에 프랑스 수사 기관은 베로니크에 대한 정신 감정을 의뢰했고, 베로니크가 임신 거부증을 앓고 있음이 밝혀졌다. 임신 거부증을 앓으면 생리로 오해할 수 있는 출혈도 있을 수 있고 임신을 거부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 아이가 눈에 띄지 않으려고 태동도 않고 숨어 살아 보통의 임산부와 달리 무심코 보면 임신한 것을 알아채기 힘든 상태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임신 거부증에 대해는 일부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이것이 자칫하면 살인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어 우려를 표하는 입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들은 베로니크의 처벌에 관해서도 갈렸다. 중형에 처해야 한다는 쪽과 임신 거부증을 참작해야 한다는 쪽이 뚜렷하게 갈렸던 것.
프랑스 재판부는 베로니크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는 보통 미성년자를 살해하면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는 프랑스 재판부가 임신 거부증에 대해 어느 정도 참작을 하고 내린 결정으로 추측됐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 천 형사는 아기 입장에서 봤을 때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가 너희 원한을 풀어줄게 했는데 엄마가 범인이다 보니까 내가 원한을 풀어준 게 맞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 후련한 마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안타까움이 컸다”라고 씁쓸해했다.
또한 천 형사의 아내는 “사람들은 사건만 보는데 조사 과정 동안 사체였던 아이들은 냉동고에 3년이나 갇혀 있었고 발견된 후에도 냉동고에만 있었다”라며 “그 영아들에 대해서 아무도 기억하거나 생각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던 거 같아서 조금 슬펐다”라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엄마의 마음을 알고 눈치 보고 살다가 태어나서도 부정당한 아이들, 제대로 된 세상을 만나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아이들의 삶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사건 종결 후 프랑스로 보내진 아이들. 쿠르조 부부는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고 무덤에 묻었다. 그리고 알렉상드르와 또마라는 이름도 주어졌다. 살아있었다면 열아홉, 스무 살이 되었을 아이들. 그 아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오늘의 이야기에 대해 별은 여전히 매일매일 일어나는 영유아 살인 유기 사건들을 안타까워하며 “확실한 것은 이 세상에 괜히 태어나고 잘못 태어나는 아이들은 절대 없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연예뉴스 정은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