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도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이나 영화관이라는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얼굴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휴지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이 수상 소감은 코로나19 시대의 영화와 극장의 의미 그리고 영화인의 사명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제언과 같았다.
국적과 언어는 달라도 영화를 향한 진심을 통하는 법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수상 소감에 감동해 눈시울을 붉혔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일각에서는 경쟁 부문에 동반 진출한 두 사람을 두고 ‘경쟁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동시기에 데뷔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고레에다는 현지에서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과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에디터들 입장에서는 흥미롭겠지만 창작자들은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유럽 영화제에 아시아 영화가 초청되는 것이 굉장히 제한되는 일이기 때문에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다면 서로 기뻐하고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분위기다. 어제(24일)도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박찬욱 감독과 친구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며 박찬욱 감독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 역시 고레에다 감독과의 인연을 밝혔다.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가 경쟁 부문에 함께 초청된 바 있다고 전했다. 당시 그 작품을 보고 너무 잘 만들어서 놀라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올해 칸영화제에 또 한번 경쟁 부문에 동반 진출했다. 다른 점이라면 두 작품 모두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한국 영화라는 점이다. CJ의 글로벌 협업의 결실이다.
박찬욱 감독은 수상 직후 에디터들과 만나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1960∼7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봤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서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거장이 만든 한국 영화는 오는 6월 8일(‘브로커’)과 29일(‘헤어질 결심’) 국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연예뉴스 정은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