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81일간의 ‘지옥’ –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이라는 부제로 지난해 일어난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조명했다.
지난해 3월 2일 이예람 중사는 같은 부대의 상급자들과 회식을 가졌다. 그런데 부대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선임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했던 것.
장 중사는 이 중사에게 손깍지를 낀 채 자신의 성기 위에 두거나,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는 등 추행을 했다. 이에 이 중사는 추행을 끝내고자 계속 그에게 말을 걸고 제지하였으나 추행의 정도는 점점 더 심해졌다.
이러한 상황에 이 중사는 장 중사에게 “그만하면 안 돼요 진심으로?”, “내일 얼굴 봐야 되지 않냐”라며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하지만 20여 분간 추행은 계속됐고, 참다못한 이 중사는 숙소에 도착하기 전 차를 세워달라며 차에서 내렸다.
이 중사는 즉시 직속 선임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다음 날 부대 내에 절차에 따라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다. 그런데 강제추행 81일 후 이 중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세상을 떠났다.
제작진은 이 중사의 휴대폰 메모에서 사건 다음 날 작성된 “모두가 절 죽였습니다”라는 글에 주목했다. 이 중사가 말하는 모두는 누구일까?
사건 당일 회식 자리에 모인 것은 가해자 장 중사, 그리고 노 상사, 노 상사의 지인. 그리고 문 하사였다. 추행이 일어났던 귀가 길의 차에는 회식에 참석한 모두가 타고 있었고, 특히 노 상사는 장 중사와 이중사 옆자리에 함께 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차 안에서 강제추행을 목격한 이들은 없었다.
보조석에 탔던 노 상사의 지인은 숙취로 당시 일이 기억나지 않았다고 했고, 노 상사는 자신의 지인을 신경 쓰느라 옆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 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날 장 중사는 이 중사가 차에서 내린 얼마 후 본인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이 중사가 내린 곳으로 향했다. 이후 그는 이 중사가 신고할 것을 우려해 그의 숙소 앞까지 찾아와 사과와 번복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 중사를 압박했고, 그 와중에도 이 중사에게 포옹을 하자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성폭력 피해 후 피해 사실을 즉시 알렸던 이 중사. 하지만 이후 돌아가는 상황은 이상했다. 다음 날 그의 선임은 장 중사를 불러 사실을 확인한 후 이 중사에게 “성추행 신고를 하면 코로나 방역수칙을 어기고 모인 모두가 곤란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믿고 의지했던 상사의 뜻밖의 반응에 이 중사는 피해당한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또한 이후 최고 선임 노 준위는 이 중사에게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신고를 하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라고 다시 강조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중사의 가족의 거센 항의로 사건 발생 24시간 후 겨우 신고 처리가 됐다.
이후에는 가해자 측의 협박 아닌 협박이 반복됐다. 특히 장 중사의 아버지까지 “못난 아들이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도와달라”라고 압박했고, 이 중사는 군부대 내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에 전문가는 “강간에 준하는 정도의 충격받기에 충분하다. 이 조직이 이 일을 덮고자 한다, 그래서 문제 제기한 나를 어떤 식으로든 제거 또는 억압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특히 아는 사람이 가해자일 때 피해자의 주관적 고통은 훨씬 크다”리고 분석했다.
이후 수사 방향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피해자 이 중사만 조사를 진행했고, 피의자 조사 없이 단 이틀 만에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결정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불구속 수사가 결정된 것이 의아하다고 했다.
사건 발생 2주 후 첫 조사받은 피의자. 그런데 이때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대장과 노 준위가 이 중사가 계속 머물기를 설득했던 것. 그리고 군수사관들은 피해자인 이 중사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했고, 사건의 정황이 기록된 차량 블랙박스는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차량 블랙박스는 추후 이 중사가 제출한 후에야 확인했다.
또한 노 상사는 이 중사의 예비신랑에게 가해자를 두둔하며 용서와 선처를 종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 중사는 동경했던 군의 이면을 확인했고, 가해자를 용서하지 못한 본인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사건 발생 70여 일 만에 전속 명령. 하지만 이 중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부대에서는 이 중사에게 이유 모를 시선을 보냈다. 사실 전속된 부대의 지휘관, 참모, 병사들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이 중사가 전입 신고를 하던 당시 냉담한 반응을 보냈고, 노골적으로 그에게 면박을 주는 등 2차 가해를 했다.
그렇게 조직의 걸림돌 취급을 받게 된 이 중사는 사건 발생 81일 만이자 본인의 혼인 신고를 올린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전문가는 “사건이 잘 해결되고 내 명예가 회복되고 가해자가 적절한 처벌을 받고 나는 아무런 문제 없이 군대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는 기대를 했을 거다. 하지만 군은 나를 죄인으로 주홍글씨를 새겨서 단절시키고 고립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꼈을 것. 그리고 그것은 곧 삶의 의미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였을 거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피해자 이 중사가 고통스러워했던 날 동안 가해자 장 중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도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았고, 불구속 상황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본인 구제를 위한 탄원서를 받으러 다녔다. 특히 그는 탄원서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 이 중사의 신상을 공개했고, 자신이 저지른 사실을 공개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공군은 이 중사의 사망사건에 대해 성추행 피해자라는 내용은 삭제할 것을 지시했고, 단순 변사로 보고했다.
이 중사가 사망한 후 이 중사의 억울한 상황이 언론에 알려지자 그제야 구속 수사를 받게 된 장 중사. 국방부 감사는 공군의 수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지체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중사가 세상을 떠난 날은 연기됐던 군검찰 조사가 또다시 미뤄진 날이기도 했다.
군법무관으로 10여 년 근무한 변호사는 “구속 사건은 처리 시한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불구속 사건은 그런 것이 없다”라며 “변호인 입장에서는 불구속에 포커스를 맞췄을 거다. 불구속 처리로 시간을 충분히 끌어서 사건을 식힌 다음에 합의를 노렸을 거다”라고 피해자를 지치게 만들어 가해자와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법조인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정도가 심한 성추행을 했음에도 범행의 상당 부분을 부인한 장 중사에 대해 전문가는 “구속 수사가 상식적이다. 범행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며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압박으로 피해자의 진술 번복시킬 가능성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 구속 수사가 당연하다”라고 했다.
현직 국방부 고위 군법무관은 “사건을 무마하려는 거다. 성범죄는 하루만 지나도 진술이 바뀐다. 그 정도로 성폭력 행위가 있었으면 당일 구속이 맞다. 블랙박스가 있는데도 거짓말을 하는데, 동료가 성추행을 당하는 상황에도 가만히 있는데 이걸 넘어가게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장 중사의 불구속 수사는 누가 결정한 것일까? 전문가는 신고 후 단 이틀 후 오전에 불구속 조사가 결정된 것이 의아하다고 했다. 그는 “피의자 조사 후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을 때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 경우는 피해자 조사만 진행했고, 피해자 조사 내용 중에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속 수사가 결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불구속 수사 결정은 수뇌부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군 검사와 군경찰 등 모두 본인들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
이 중사 사망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고 뒤늦게 대대적 수사가 진행됐는데 2차 가해를 가한 직속상관들을 포함해 15명이 기소되었고, 장 중사를 불구속 처리하고 이 중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를 만든 책임이 있는 공군 수사 관계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국방수 수사 결과, 누가 불구속 결정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군 검사와 통화했던 이 중사 아버지의 녹취에서 이중사의 아버지는 윗선의 압력이 있었음을 언급했고, 이에 군 검사는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한 군인권센터는 공군본부 법무실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녹취록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에서는 “실장님이 생각이 있으셨겠지 우리도 전관예우로 먹고살아야 된다. 직접 불구속 지휘하는데 어쩌라고”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유족은 사건의 수사 책임자와 장중사가 선임한 법무법인의 관계가 특수하다며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다. 현 공군본부 법무병과의 수장 전 모 법무실장은 이 중사 사건의 수사 책임자. 그리고 장 중사가 선임한 법무법인에는 그의 대학 동문이자 가까운 지인은 김 모 변호사가 소속되어 있었고, 공군 예비역 장 모 소장도 고문으로 해당 법무법인에 소속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군법무관 출신들의 전관예우, 카르텔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다”라며 공고한 카르텔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 모 실장은 피해자 법무법인과 통화한 적도 없고,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군인권센터의 녹취는 누군가가 의도한 조작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성범죄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받게 한 것을 성공 사례로 광고하고 있는 해당 법무법인은 전관예우 녹취록에 대해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답변을 거부했다.
공군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인 제보자는 “조직의 일원이었던 사람으로서 큰 죄책감을 가지고 사과드리고 싶다”라며 현재는 준장이 된 전 모 실장이 불구속 수사를 잘 몰랐다는 것에 의혹을 제기 헸다.
제보자는 “1년에 사건 15개 이렇게 하는 조직에서 몰랐다? 모르고 싶은 거다. 수사 기밀을 만지고 구체적인 보고를 다 받고 하는 법무실에서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무조건 인지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지휘를 실제로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공군 고위 군법무관도 전 모 실장이 불구속 수사에 대해 몰랐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또 다른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이 중사 사망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공군참모 총장 이성용이 구속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전 모 실장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내용. 이에 이성용 전 참모총장은 답변을 거절했고, 전 실장은 이 중사가 사망하기 전에는 본인도 참모총장도 전혀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보자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덧붙였다.
이 중사 사망사건의 책임을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전 준장은 “결과는 아쉽다. 그런데 아쉽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묻기에는 맞지 않는 것까지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후유증이 커진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이 중사의 사망에 대해 “군 내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다. 이 중사 자살의 원인이 100% 성추행으로 일어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라며 사망 원인 조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절대 봐주기 수사가 아니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중사가 사망한 후에야 피의자는 구속 수사가 시작됐고, 논란 이후 관련인들의 수사도 시작되었고 이 중사 사망 4개월 후에서야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 관련자 36명 중 기소까지 이뤄진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에 유족은 수사가 미진했다며 특검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
방송 또한 이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특히 장 중사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나라를 위해 일하다 딸을 잃은 부모에게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대답이며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여성이 더 큰 피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상식에 대한 대답이자 우리 군이 국민의 생명을 믿고 맡길만한 부끄럽지 않은 군대인지 묻는 것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연예뉴스 정은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