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 전 연인’ 에세이 ‘알코올 생존자’ 읽어보니…

by Idol Univ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고자 한다든지,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다. (중략) 지독하게 저격하려는 것도 아니다.”(‘알코올 생존자’ 프롤로그 中)

에세이 ‘알코올 생존자’가 우여곡절 끝에 이달 초 출판됐다. 2013년 9월, 백윤식과의 열애설이 불거졌을 당시, ‘K에디터’로 불리던 저자는 곽혜정이라는 실명으로 세상에 나왔다. 달라진 점은 이뿐만 아니다. ’66세 중년 배우와 36세의 여에디터의 열애’로 연일 기사 제목을 장식했던 두 사람은 더이상 연인도 아닌 75세와 45세의 ‘남남’이 됐다.

저자는 ‘저격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정작 백윤식 측은 ‘저격’이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 백윤식 측은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출판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알코올 생존자’는 2쇄를 찍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자는 백윤식을 ‘영화배우 T’라고 지칭하고, 그와의 첫 만남부터 헤어짐의 과정을 소상하게 다뤘다. 이미 연예기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졌던 내용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 곽에디터는 2012년 6월 백윤식을 ‘팬심’으로 처음 만난 뒤 사랑에 빠졌다. 나이차이만 빼고 보면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백윤식

나이차이를 때문에 두 사람은 조금 특별한 2세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고, 가족의 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모두 있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열애설이 터져나온 뒤에 벌어졌다. 백윤식의 오랜 여자관계가 튀어나왔고, 가족의 반대도 격렬해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났다. 이후 곽에디터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알코올 중독에도 빠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30세 나이차이나는 남녀의 관계는 스캔들로 비쳐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미디어에서 정작 ‘알코올 생존자’가 말하고자 했던 저자의 이야기는 쉽게 간과됐다. 1년이 지난 일기장도 잘 펴보지 않는데, 왜 저자는 끝난 지 9년이나 된 관계를 다시 올렸을까. 그가 책에 담아내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알코올 중독 치유를 한마디로 ‘단절’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맞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술을 끊는 것’ 외엔 없다고 의료진은 입을 모은다.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길인 ‘끊어내는 것’에 집중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난 8년 간 겪었던 온갖 괴로움과 고통을 이 책을 통해 쏟아내어 과거와 단절하고자 한 의지를 내비쳤다.

백윤식의 입장에선 전 연인의 치유하는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을 테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개인사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걸 ‘쿨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52년 간 배우라는 삶을 살아온 노배우에겐 날벼락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할 일이기도 할 텐다. 저자의 주장대로 본인이 자초한 일이었어도 말이다.

이 책으로 인해 적어도 저자가 원했던 과거와의 ‘단절’은 불가능해졌다.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백윤식 측은 저자가 ‘개인적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직접 서명을 했다고 증거를 제시하며 맞섰고, 저자는 사문서위조라며 백윤식을 고소했다. 백윤식 측은 무고혐의로 저자를 고소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났지만 악연은 끝나지 않은 것일까.

(연예뉴스 강경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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