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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준 CP
[*] 최지윤 에디터 = JTBC ‘싱어게인2’를 볼 때마다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가수 한동근, 리사, 리아, 김현성, 모세, 앤씨아를 비롯해 그룹 ‘울랄라세션’, ‘레인보우’ 출신 조현영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이들의 출연이 줄을 이었다. 단순히 부제가 ‘무명가수전’인데, ‘왜 유명가수가 나와?’라고 생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여러 기획사에 출연 문의가 잇따른다는 얘기도 들려 와 ‘시즌2부터 섭외 난관에 부딪친 게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었다.
“무명가수전은 중의적 의미가 있다. 진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뿐만 아니라 유명도와 상관없이 번호를 달고 공정하게 싸워 내 이름을 찾는 것을 포함한다. 앨범을 낸 가수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예심 보면서 ‘너는 유명하니까 감점이야’라고 탈락시킬 수는 없다. 무명가수에 초점을 맞춰 ‘계속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즌3를 해도 딜레마가 될 수 있겠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힘이 될 거다.”(윤현준 CP)
특히 한동근은 2018년 음주운전 후 3년 여 만에 싱어게인2로 얼굴을 드러내 논란이 일었다. 윤 CP는 “한동근씨가 지원했을 때 ‘음주운전해서 출연 안 돼요’라고 말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합당한 대가를 치렀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지원한 친구를 떨어트리는 게 맞는지부터 출발했다. 결국 ‘심사위원에게 맡겨보자’고 판단했다. 비판 혹은 응원하는 시청자가 있었는데 달게 받아야 하는 결과물”이라고 짚었다.
채성욱 PD(왼쪽), 윤현준 CP
싱어게인은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시즌1은 시청률 10%를 넘으며 막을 내렸고 톱3인 이승윤, 정홍일, 이무진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즌2 마지막 12회는 8.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청률이 낮지 않았지만, 화제성은 떨어졌다. 시즌1보다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재미가 덜했다’는 평도 있었다.
윤 CP는 “새로운 얼굴이 발굴되지 않았다는 건 일정 부분 동의하기 어렵다. 싱어게인은 SBS TV 오디션 ‘K팝스타’ 엠넷 ‘슈퍼스타K’가 아니다. 기존 가수들이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아주 무명이라서 새로운 얼굴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얼굴을 찾는 걸 표방하기보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걸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작년에는 톱3가 소위 말해서 ‘하드캐리’ 했다. 어느 지점부터는 이 사람들이 ‘톱3가 될 거야’라고 정해져 있었고 화제성도 높았다”며 “이번 시즌은 상향 평준화되면서 누가 뛰어나게 하드캐리하지 않았지만, 제작진도 톱3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좋은 측면과 아쉬운 측면이 공존했다”고 설명했다.
윤 CP는 싱어게인2를 만들 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다. 시즌1이 잘 되면 시청자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져 독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시즌1을 하면서 생긴 선입견, 고집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심사위원에게도 “시즌1은 잊어달라”고 부탁한 이유다. ‘시즌1 톱3가 머리 속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즌2에서 더 다양한 사람이 빛을 볼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
가장 고민한 지점은 ‘어떻게 뽑을까?’다. 싱어게인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파이널 시청자 투표 50% 반영을 제외하고 심사위원 판단에 의지했다. 윤 CP는 “시청자 투표를 섞어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많이 투표할수록 인기투표가 돼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는 가수들이 다음 라운드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심사위원 8명이 계속 뽑는 방식을 지속해 시청자 판단과 배치됐다는 평도 있었는데, ‘시청자 투표를 넣는다고 바람직하냐’를 두고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채성욱 PD
톱3는 김기태, 김소연, 윤성으로 결정됐다. 채성욱 PD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김소연의 4라운드 패자부활전을 꼽았다. “죽음의 조에 들어 있었다. 엄청 좋은 무대를 펼쳤는데도 패자부활전에 갔다”며 “김소연씨가 중간에 잠깐 멈췄다. 몇 초 안 됐지만 길게 느껴졌다. 가사를 까먹었는지, 감정이 올랐는지 등을 안 물었는데 딱 멈췄을 때 다들 ‘계속 이어서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겨내고 하이트라이트를 시작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노래를 끝까지 잘 불러서 4라운드에 올라가 남달랐다”고 돌아봤다.
밴드 ‘로맨틱펀치’ 배인혁도 예상 밖 활약을 보여줬다며 “이미 유명세가 있는데 경연에 나와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톱10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쭉 가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윤 CP 역시 “김소연씨가 이렇게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다. 패자부활전 거쳐서 올라가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싱어게인 재미”라며 “윤성씨도 파이널에서 톱6 중에 가장 밑에 있다가 톱3까지 올라왔다. 평소 각광 받지 못하고 20년간 음지에서 음악한 분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쓴 김소연씨 다음으로 윤성씨 ‘창밖의 여자’ 무대에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다. 윤성이라는 사람의 드라마 시작이었다”고 덧붙였다.
“(영상 조회수) 1000만뷰를 기록한 김기태씨가 김광석 (‘그날들’) 노래 부른 무대도 좋았다. 막판에 MC 이승기씨가 코로나19에 걸려 ‘시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사실 태씨도 코로나19에 걸렸다. 마지막 무대 이틀 정도 앞두고 격리해제 됐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목이 금방 돌아오지 않는다. 컨디션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를 했다. 심사위원이 영향 받으면 안 돼서 이런 상황을 모르고 평가했다. 안쓰러우면서 아쉬웠다.”
싱거에인2 톱3. 왼쪽부터 김소연, 김기태, 윤성.
싱어게인은 심사위원 구성도 특별하다. 총 8명을 주니어·시니어로 나눠 구성했다. 시즌1 때는 아이돌인 그룹 ‘슈퍼주니어’ 규현, ‘원더걸스’ 출신 선미, ‘위너’ 송민호가 심사하는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과 가수 유희열, 이선희, 윤도현, 작사가 김이나, 듀오 ‘다비치’ 이해리는 시즌1에 이어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시즌2에는 밴드 ‘YB’ 윤도현이 합류,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빈자리를 채웠다.
채 PD는 “이해리씨 리엑션이 모든 심사평보다 솔직하다”며 “심사평 대신 심사평을 해주는 리액션”이라고 평했다. “심사위원들이 한 번에 반짝 뜬 스타들이 아니”라며 “각자 분야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지금 위치에 있는 분들이다. 무명가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공감하고 심사평도 진정성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윤 CP 역시 “‘처음엔 이게 통할까?’ 싶었는데 심사위원을 참 잘 뽑았다”면서 “방송에는 다 담기지 않았지만, 다양한 시각으로 판단했다”며 만족했다. “김이나씨는 스스로도 ‘신기가 있나’라고 하더라. 가사를 쓰는 사람으로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왜 이렇게 부르고,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 등을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규현은 심사평처럼 말하지 않아 좋았다”고 했다.
윤 CP는 음악 예능물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이고 있다. 싱어게인에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시즌1·2(2015~2016·2018)를 기획·연출한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다음 달 박현규, 이주혁, 신유미까지 톱6가 함께하는 ‘유명가수전2’를 선보일 계획이다. 음악 예능물에 버라이어티 쇼를 가미, “유명가수전1과 다른 포맷일 것”이라며 “반가워할 만한 가수도 많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싱어게인 시즌3 계획은 아직 없다며 “언젠가 하겠지만 이후 계획 세워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싱어게인 시작이 슈가맨이다. 슈가맨에 모시기는 조금 유명도가 떨어지는데, 노래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분들을 더 ‘출연시킬 프로그램은 없을까?’ 생각했다. 슈가맨이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싱어게인이다. 항상 어떻게 하면 ‘절실한 사람들의 진정성을 잘 담을까?’ 고민했다. (시즌2는)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했지만 반짝 스타가 아닌, 평생 음악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싱어게인이 할 일이다. 뒤에 그분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떻게 하면 싱어게인을 더 많이 보고 시청률이 더 나오게 할 지 고민하겠다.”
◎지오아미 코리아 plai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