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지훈, 할리우드행 무산 “또 하나의 기회 생겼죠”

by Idol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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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 최지윤 에디터 = 정지훈(40)에게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는 어느새 무색해졌다. 가수 비로서 최고 위치에 올랐고,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2003) ‘풀하우스'(2004)가 연달아 성공해 큰 인기를 누렸다.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감독 제임스 맥티그·2009) 주연도 맡았지만, 스스로 “‘월드스타’라는 닉네임은 민망하다”고 했다. 이후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2019) 등 흥행 부진에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늘 좌우명으로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라고 얘기한다”며 “계속 무언가를 도전하는 게 삶의 목표”라고 짚었다.

“골프선수들이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고 하지 않느냐. 죽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대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의 숙명 같다. 태어났을 때부터 경쟁을 좋아하고 지는 걸 싫어했다. 계속 무엇인가 궁금했다. 마지막 도전이라고 하면 연에디터로서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고 싶다. 꾸준히 한국 작품에서 조·단역 가리지 않고 하는 게 목표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고스트 닥터’로 3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전작 ‘웰컴2라이프'(2019) 종방 후 할리우드 작품 출연을 논의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발목이 잡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17년 발표한 노래 ‘깡’은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조롱받았는데, 2년여 만에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현상이 일었다. 2020년 MBC TV 예능물 ‘놀면 뭐하니?’에서 MC 유재석(50), 가수 이효리(43)와 결성한 그룹 ‘싹쓰리’로 레트로 열풍을 일으켰고, 넷플릭스 예능물 ‘먹보와 털보'(2021)에도 출연했다.

정지훈은 “웰컴투라이프가 끝난 뒤 미국에서 오디션 본 작품이 많았다”며 “두 작품은 찍기로 했는데 팬데믹 때문에 못 갔다. ‘알려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지만, 또 하나의 기회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본의 아니게 깡, 싹쓰리로 사랑받고, 넷플릭스 프로그램도 하게 됐고 그 와중에 고스트 닥터 극본을 받았다”며 “보통 극본 1회가 쭉 읽어지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호기심이 생겨 3년 만에 하게 됐다. (오디션 합격한 할리우드 작품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걸 안 해서 또 좋은 드라마, 예능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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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닥터는 배경도 실력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몸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 들린 의술을 지닌 흉부의과 전문의 ‘차영민'(정지훈)은 사명감 없는 ‘황금수저’ 레지던트 ‘고승탁'(김범)에 빙의했다. 의학물에 판타지를 가미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야 할까?’라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의사 역이고 생과 사를 넘나들어서 너무 진지하지 않았으면 했다”며 “극본은 꽤 진지했지만, 김법과 애드리브를 많이 해 가벼우면서 재미있게 만들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서로 한 몸이 된 김범(33)과 호흡이 빛났다. “김범과 브로맨스는 현재진형행”이라며 “촬영하는 6개월 간 여자친구처럼 매일 같이 얼굴을 봤다. 당분간 안 보기로 했다. 애드리브를 해도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주고 자기 걸로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쩜 이렇게 잘 받아치지?’ 싶었다”고 칭찬했다.

정지훈에게 차영민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사실 “다시는 의사 역 하지 말자”고 할 정도로 부담스러웠다. 실제 흉부외과 의사와 상담하며 그들의 마음가짐, 고충 등을 이해했다. “손만 대면 (환자를) 살려내고, 조금 안 좋게 얘기하면 약았고 좋게 얘기하면 똑똑하다. 살릴 수 있는 환자만 손을 대 백전백승을 이뤘다”며 “도전해 볼 만하고 내 커리어에 남을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생각한 것보다 힘들었다”며 “의사 역은 ‘보통 연구를 해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다. 또다시 의사 역을 맡는다면, 차영민과 다른 호흡을 보여 줄 자신이 없다”고 했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몸에 빙의하고, 영혼 상태로 등장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설정”이라고 판단했다. ‘최대한 꾸밈 없이 자연스럽게 하자’고 마음먹고 “내 몸에 맡겼다”고 돌아봤다. “누워있는 환자 영민과 고스트가 된 영민 두 가지를 연기해야 해 힘들었다”며 “감정신을 한 뒤 쉴 수 없고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자면 숨소리가 틀리지 않느냐. 마이크에 다 들어가서 잘 수도 없었다. 누워있는 차영민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짚었다.

‘누군가의 몸을 빌리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까. 남자이기에 “여자 몸을 빌려서 또 다른 성으로 살고 싶다”며 “요리사, 운동선수 등 직업도 바꿔보고 싶다”고 바랐다. 부인인 탤런트 김태희(42)와 선배인 이효리 중에서는 “이효리를 선택하겠다”며 “두 분 다 화려한 삶을 살아서 한 번쯤 몸을 빌려서 살아보고 싶긴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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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닥터는 1회 4.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는 8%로 막을 내렸다. 정지훈은 댓글 등을 안 찾아본 지 오래 됐다며 “주위에서 ‘잘 봤어’라고 하면 ‘인기 있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김태희와 두 딸이 모니터링 해주지 않았을까. 특히 김태희가 ‘하이바이마마'(2020)에서 귀신 연기를 한 만큼 조언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가족들이 볼 때도 있고 안 볼 때도 있었다. 오후 10시30분에 늦게 방송해 아쉬웠다. 물론 (김태희가) 응원과 조언을 해줬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서 어떠한 말이든 허투루 듣지 않는다. 항상 조언해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실행한다. 집에서 굳이 일 얘기를 잘 안 한다. 각자 회사가 있어서 서로 작품 얘기는 안 물어본다. 어떤 작품 할 때 큰 의견은 묻지 않고 모니터는 해준다. 나도 그 작품(하이바이마마) 모니터를 했는데, 도움 받은 것보다 ‘잘하네. 재미있네’ 이 정도 반응을 보였다.”

정지훈은 고스트 닥터가 시청자들의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라지는 않는다.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는데 “마음에 남기보다, 언제든 OTT 등에서 봤을 때 ‘재미있네’라고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차영민을 연기하며 “캐릭터를 연구하는 끈을 놓지 않게끔 고통을 계속 줬다. 덕분에 차영민에 더 가깝게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데뷔한 지 20년이 됐다. 올해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말을 꺼내면 프로젝트가 잘 안 되는 징크스가 있다”며 “계약이 잘 되면 발표하겠다”고 했다. “도전은 계속한다. 배우로서 올해 한 작품 더 할 것 같다. 가수로서는 턱시도 하나 입고 시가나 위스키 하나만 놓고, 잔잔한 노래를 하는 모습을 흑백 화면으로 보여주고 싶다. 이효리씨와 만나면 ‘공연하자’ ‘남자 솔로 출신 모아서 춤 잘 추는 그룹 만들자’고 얘기하는데 팬데믹 때문에 못 하는 게 많다. 3년 전 아시아투어 계약했다가 아직도 묵혀있다. 팬데믹이 끝나면 공연하고 다른 가수와 협업하는 등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지오아미 코리아 plain@1.234.21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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