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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윤 에디터 = 이재익 PD가 SBS 라디오 ‘시사특공대’에서 물러났다. SBS는 더불어민주당 항의가 있었다면서도 “이 때문에 진행자를 교체한 것은 아니”라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놨다.
SBS는 7일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며 “이재익 PD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내용 관련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앞으로도 SBS 라디오센터는 공정한 방송을 실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특공대 청취자 게시판에는 이 PD 하차를 항의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잭디(이재익 PD)를 돌려주세요” “민주당만 무섭고 국민은 안 무섭느냐”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다” “이제 SBS 라디오는 안 듣겠다” 등이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성명을 내고 “매일 정오에 청취자를 찾아가던 진행자가 민주당 항의 한마디에 교체됐다”며 “항의와 교체 사유는 황당함을 넘어 낯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해야 한다면 누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라며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금지하던 그 시절로 퇴행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집권 여당의 방송 자유 침해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진석 에디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시-도당 위원장단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07.
전날 이 PD는 블로그에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하차한다고 밝혔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정치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하길래 아차 싶었다. 며칠 동안 국민의 힘 관련해서 강경한 표현으로 비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며 “곽상도 의원을 영창에 보내야 한다는 청취자 문자도 읽고 윤석열 후보에 관해서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장모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혐의가 없다고 먼저 말하는 건 국민을 졸로 보고 있는 태도’라고 내가 직접 비난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의외로 항의가 들어온 쪽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지난 금요일 첫 곡으로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를 틀었다. 가사 중 일부를 소개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이 부분이다. 내가 의도했던 방향은 ‘내로남불’ 비판이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PD는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라며 “내로남불은 내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노래를 틀고 선곡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방식도 수없이 했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생방송 중에 들어온 수백개 문자와 메시지 중에는 항의하는 댓글이 없었는데, 주말 사이 민주당 항의가 들어온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항의였다. 내 의도와 달리 가사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다”고 짚었다. “말과 선곡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리 살피고 조심하지 못했다. 사과드린다”며 “항의와 함께 전해준 요구도 들어드린다. 진행자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걸로 회사 조치를 받았다.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알렸다.
특히 이 PD는 “방송하는 사람으로서 작은 바람을 말해본다. 그날 그 노래를 틀었을 때도 그런 가사를 소개했을 때도 난 청취자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며 “내 생각이 틀렸을까요? 난 물러나지만 2022년 민주주의 국가 방송에서 그 정도 여유와 자유는 보장되기를 바란다. 이 글 역시 각자 다르게 해석할거다. 누군가는 이 글을 진심 어린 설명으로 읽고, 누군가는 구차한 변명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래야 한다. 늘 해석의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썼다.
“이재명 후보님 나와 이름도 비슷하고! (같은 경주 이씨로 알고 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그 자리까지 온 불굴의 의지를 본받고 싶다고 내가 직접 말씀드린 적도 있죠? 꼭 다시 뵙고 인터뷰하고 싶었는데……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한다”며 “윤석열 후보 역시 최선을 다해 좋은 경쟁을 보여줬으면 한다. ‘왕운’을 빌겠다! 혹시 국민의 힘에서도 항의하고 싶다면, 미리 사과드리겠다”고 전했다. “심상정 후보님도 안철수 후보님도 극적인 역전 레이스를 응원하겠다”며 “어떤 분이 당선되더라도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오늘까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언론인으로서 원론적인 부탁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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