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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티빙 ‘얼라이브’, 전설의 가수 부활 프로젝트 주목
‘팝 발라드 시초’ 유재하도 복원
[*] ‘얼라이브’ 임윤택. 2022.02.01. (사진 =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훈 에디터 = “아픔이 있어 희망이 생기고, 슬픔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는 거야.”
‘긍정의 아이콘’으로 통한 그룹 ‘울랄라세션’ 단장 임윤택(1980~2013)이 남긴 명언들은 10년 가까이 지나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울랄라세션 멤버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중이 그를 기리워하는 이유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 참여 당시 위암 투병 중이었던 임윤택은 고군부투하며 이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TVING)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 ‘얼라이브’를 통해 임윤택이 부활했다.
이날 선보인 1회에서는 임윤택의 인공지능(AI) 복원 과정과 함께 다시 그를 만나게 된 선후배 동료들의 인터뷰 등이 이어졌다. 훌륭한 무대 연출가였던 임윤택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재조명됐다.
특히 딸 리단(10) 양은 영상 등을 통해 아버지의 활약을 지켜본 뒤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저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임윤택은 자신의 코를 빼닮은 리단 양이 한국 나이로 두 살일 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이날 하이라이트 장면은 복원된 임윤택이 울랄라세션 멤버들, 자신의 스승과도 같은 ‘슈퍼스타K’ 심사위원 이승철과 함께 꾸민 ‘서쪽하늘’ 버스킹 무대였다. 임윤택처럼 위암 투병을 하다 세상과 작별한 배우 장진영(1972~2009)이 출연한 영화 ‘청연'(2005)의 OST다.
[*] ‘얼라이브’ 임윤택. 2022.02.01. (사진 =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음성 및 페이스 복원, 셰도우 액터(본체)를 사용한 딥페이크 기법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복원된 임윤택이 울랄라세션, 이승철과 화음을 이루고 함께 노래하는 모습에 임윤택의 모친, 그의 아내 등은 놀라워했다.
티빙 이용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진짜, 기술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임윤택의 목소리를 다시 듣다니, 뭉클하고 눈물 난다” 등이라고 반응했다.
오는 4일 공개되는 ‘얼라이브’ 2회에서는 확장현실(XR) 뮤직스테이지를 통해 새롭게 탄생된 임윤택의 신곡 ‘낡은 테잎’ 무대가 처음 공개된다. 임윤택이 살아생전 세상에 남겨진 딸을 위해 직접 작사한 곡이다. 마마무 휘인이 임윤택과 듀엣한다. 또 울랄라세션의 완전체 무대도 선보인다.
11일 ‘얼라이브’ 3회에서는 한국 팝 발라드의 시초로 통하는 유재하(1962~1987)가 AI로 복원되는 과정이 공개된다.
임윤택과 유재하에 앞서 전설적인 가수들도 이미 AI 기술 등으로 연이어 부활했다. ‘가객’ 김현식(1958~1990)과 김광석(1964~1996) 그리고 ‘마왕’ 신해철(1968~2014), ‘거북이’의 터틀맨(1970~2008·임성훈),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태관(1962~2018) 등이다.
아티스트는 세상을 떠나도, 노래는 영원하다. 끊임없이 회자되는 곡의 주인공인 전설의 아티스트가 계속 소환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의 향수와 계속 발전하는 AI기술이 만나 ‘전설의 가수’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가 계속되는 이유다.
[*] ‘얼라이브’ 임윤택. 2022.02.01. (사진 =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디지털과 홀로그램, 아바타 등에 익숙한 MZ세대와 여전히 과거의 노래를 추억하는 기성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도 AI기술을 각광 받고 있다.
‘얼라이브’ 이선우 PD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항상 상상한다. 그분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어떤 무대와 노래를 들려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다. 영화 ‘첨밀밀’ OST로 유명한 대만의 국민가수 덩리쥔(1953~1995·등려군·鄧麗君)이 최근 중국 장쑤TV가 기획한 신년 특집 가요제에 디지털 가상 인간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감독 드니 빌뇌브)의 장면 중 하나가 실제로 재현될 날이 머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K(라이언 고슬링)와 다투던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가 흘러나오자 순간 멈춘다.
호텔의 라이브클럽에서 영화 속 시대 배경으로는 이미 70년 전 사망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가 3차원 영상으로 된 입체 사진, 즉 홀로그램 형태로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떠나간 자에의 향수가 더욱 짙어진다.
최근 가수들의 부활 프로젝트는 로지 같은 가상 인간이 주목 받고 있는 흐름과 다르다. 원래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이 복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2020.12.03. (사진 = 워너 브라더스 제공)
다만 한편에서는 일부 거부감도 나온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가수로 불리는 미소라 히바리(1926∼1989·美空ひばり)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AI 기술로 부활한 이후 현지에서 불거진 갑론을박이 예다.
고인의 사망 3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2019년 12월31일 방송된 NHK의 연말 음악 방송 ‘홍백가합전’에서 미소라 히바리는 AI 기술로 등장, 신곡을 불렀다. 그녀의 모습에 일부 팬들은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낯설다는 반응도 나왔다. “딥러닝 기술로 재현된 미소라 히바리로부터 리얼리티를 느끼기 힘들었고, 과연 기술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가요계는 새로운 기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이돌 음악으로 편중된 국내 가요계에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위주의 K팝이 한류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다른 장르의 뮤지션은 소외되거나 각광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전설을 소환함으로써, 그 가수가 몸 담았던 장르가 환기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얼라이브를 통해 아이돌과 다른 결의 그룹 문화를 보여준 울라라세션의 행보가 주목 받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오아미 코리아 realpaper7@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