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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2일 홍대 인근서 열린 ‘제10회 서울 레코드 페어’
오마이걸·이랑 한정반 구매 위해 새벽부터 줄
[*] 이재훈 에디터 = 22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라이즈호텔(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열린 ‘제10회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관객들이 LP를 고르고 있다. 2022.01.23. realpaper7@1.234.219.163
[*]이재훈 에디터 = “새벽 3시30분에 왔어요. 이미 앞에 70명이나 줄을 서고 있더라고요.”
22일 오전 ‘제10회 서울 레코드 페어’가 열린 홍대 인근 라이즈호텔 지하 1층에서 만난 모자(母子)는 손에 바이닐(LP)이 한가득 담긴 봉투를 든 채 이렇게 입을 모았다.
재작년과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했던 ‘서울 레코드 페어’가 3년 만에 음반 애호가들을 다시 만났다. 그 만큼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오전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했는데, 그 시각 이미 수백명이 줄을 늘어뜨렸다. 해당 줄은 라이즈호텔 입구에서 합정역 입구쪽으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삼계탕 집을 돌아, 다시 라이즈호텔 뒷편까지 수백미터가 이어졌다.
주최 측인 서울레코드페어 조직위·라운드앤라운드가 안전한 행사 진행을 위해 비대면(온라인) 판매도 동시에 추진했지만, 예상한 숫자 이상의 인파가 현장에 몰렸다. 다행히 주최 측이 빠르게 대응해 방역 지침을 준수했고, 혼란도 없었다.
예상대로 이번 서울레코드페어를 통해 발매·판매되는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의 인기가 높았다. 오마이걸의 ‘비밀정원’ 7인치 싱글(Single)(현장 판매분 2000장), 김사월·김해원의 ‘비밀’ EP(현장 판매분 1000장), 그리고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LP(현장 판매분 1000장) 등 총 3장이었다.
이랑의 팬이라는 공연계 관계자인 30대 관객은 “‘늑대가 나타났다’ 한정반을 구매하기 위해 나름 일찍 왔는데,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왔다. 이 LP는 아쉽지만 포기했다. 대신 양화 ‘화양연화’ OST LP를 샀다. 아마존보다 싸게 나왔더라”고 말했다.
[*] 이재훈 에디터 = 22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라이즈호텔(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열린 ‘제10회 서울 레코드 페어’에 입장하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2.01.23. realpaper7@1.234.219.163 *재판매 및 DB 금지
팬데믹 시대에 디지털과 비대면이 각광 받고 있지만, 최소한 음반 업계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의 반격’이 거세다.
미국의 음반판매를 집계하는 MRC 데이터(옛 닐슨 사운드스캔)의 2021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바이닐(LP) 판매량은 약 4172만장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51%나 성장했다. 전체 음반 판매에서도 50.4%의 비중을 차지, 제1의 음악 매체가 됐다.
총판매액으로는 이미 바이닐이 CD를 앞질렀으나, 미국에서 판매수량으로 바이닐이 시디를 누른 것은 1991년 MRC 데이터가 판매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바이닐의 강세는 비단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201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바이닐 레코드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고, 한국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LP 제작사와 유통사들도 함께 성장했다. 2017년 문을 열었고 국내에서 LP판 제작 공장을 운영 중인 마장뮤직앤픽처스도 그 중 하나다. 이번 레코드페어에도 참여했다. 현장에서 만난 마장앤뮤직픽처스 김성진 음악사업팀 실장은 “2020년 매출보다 2021년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음반 중심의 축제 ‘서울레코드페어’의 2011년 첫 회 관객은 2000명이었다. 2019년 제9회 페어에는 약 2만5000명이 몰렸다. 10년이 안 돼 관객이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 이재훈 에디터 = 22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라이즈호텔(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열린 ‘제10회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LP판들. 나훈아뿐만 아니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가수로 활약하던 시절 발매한 LP 등이 눈길을 끈다. 2022.01.23. realpaper7@1.234.219.163
2011년 서울레코드페어 당시에는 페어기간에 맞춰 제작된 국내 대중음악 바이닐 레코드가 단 한 장도 없었다. 2019년에는 40여종이 넘는 바이닐 레코드들이 서울레코드페어 기간에 맞춰 처음 공개·판매됐다.
이번 10회 페어에도 오마이걸, 김사월·김해원, 이랑 외에 강아솔 ‘사랑의 시절’ LP 등 총 24종의 바이닐 레코드가 이번 레코드페어를 통해 최초 공개·판매됐다.
다만 LP시장이 커지고 한정반 종류가 늘어나면서, LP를 비싸게 되파는 일부 ‘리셀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들은 음악 마니아가 아닐 뿐만 아니라 건전한 시장 유통 구조를 망치는 주범이다.
싱어송라이터 백예린는 자신의 LP가 고가의 ‘플미'(프리미엄(premium)의 준말)가 붙여 시장에서 팔린다는 소식을 들은 뒤 소셜 미디어에 “‘플미’ 사지도 팔지도 말라”고 적기도 했다.
다행히 ‘서울 레코드 페어’를 찾는 이들은 음반 애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친구와 함께 현장은 찾은 MZ세대 회사원인 20대 여성도 그랬다. 그녀는 “작년 LP를 처음 들어봤는데 포근한 소리에 깜짝 놀랐다. 굿즈가 아닌 청취용으로 LP들을 사 모았고 그런 관심 덕분에 이번 페어도 찾았다”면서 “LP 판은 한번 듣기 시작하면, 쭉 들어야 하는 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오마이걸 멤버들도 이번에 처음으로 제작된 서울레코드페어의 매거진 창간준비호(Vol.0)와 인터뷰에서 LP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아는 이번 ‘비밀정원’ 외에 또 하나의 싱글을 바이닐 레코드로 공개한다면 오마이걸 노래 중 무엇이 적당하겠냐는 물음에 ‘클로저’를 꼽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유아는 “‘클로저’처럼 서사가 있는 노래를 바이닐로 들으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재훈 에디터 = 22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무신사테라스 라운지(AK& 17층)에서 열린 ‘제10회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관객들이 LP를 고르고 있다. 2022.01.23. realpaper7@1.234.219.16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레코드페어’는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레코드페어를 기획하고 이끈 주역 중 한명인 레코드숍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는 “10회는 원래 작년 열어야 했던 거다. ‘2020 도쿄 올림픽’이 2021년에 열린 격”이라면서 “11월께 좀 더 넓은 공간에서 11회 페어를 여는 것을 계획 중이다. 더 안전하게 관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레코드페어의 매거진 창간준비호가 알려주는 바이닐 관련 팁.
보통 LP(Long Play)라 부르는 바이닐 레코드는 직경 12인치(30㎝)다. 크기는 바이닐을 가장 직관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대개 LP는 12인치, EP(Extended Play)는 10인치, 싱글은 7인치 바이닐에 담긴다. DJ를 위해 혹은 프로모션 목적으로 활용도도 높이고 음압도 높여 제작된 싱글은 12인치 크기여돟 LP가 아닌 12인치가 적절한 용어다.
◎지오아미 코리아 realpaper7@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