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데뷔 5년 차 솔로 가수 양송이… 아이유를 꿈꿨던 고3 여고생의 가요계 도전기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2014년 싱글 앨범 ‘파라다이스 (Paradise)’를 시작으로 ‘웃으며 안녕’ 나의 우주로‘ ’동화‘ 등 다섯 차례나 앨범을 발표하며 의욕적으로 활동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적 열정은 포기를 쉽게 허락치 않았다. 예명을 ‘보란’으로 바꾸며 의욕을 다졌고, 대학 생활의 낭만을 음악과 맞바꿀 정도로 작업에만 매진했다.
현실이란 높은 벽에 파이고 깎인 상처는 그의 소중한 경험이 됐다. 보란은 “평생 음악을 할 생각이다. 이제 막 시작 아닌가. 그간의 활동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래퍼 루다가 피처링에 나선 데뷔 5주년 앨범 ‘샌드위치 앤 소다(Sandwitch And a Soda)’를 발표하고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가수 보란을 만나봤다.
▶직접 만난 보란은…
다부지고 당찬 목소리에서 톡톡 튀는 개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음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현안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지금의 20대 청년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현실과 꿈에도 특히나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본인은 정작 “사실 음악 작업에만 매진하느라 주위에 친구가 많지 않다. 사실 음악 외적인 부분에는 자신감이 없는 편이다. 다양한 세상과 만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최근 휴학을 선택하고, 활발한 음악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는 사이 홍대 버스킹에도 자주 나서며 ‘홍대 여신’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는 “홍대 여신은 정말 과분한 평가다. 음악 작업에 주로 매진하다보니 정작 학교에선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본다”고 웃으면서 “홍대 여신이 아니라 ‘연대 찐따’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이하 일문일답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다?
“음악 작업의 반복이다. 작업→노래→작업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다. 고단한 일상이지만, 회사에서 제가 쓰는 곡들을 긍정적으로 써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편안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Q. 래퍼 루다와 화보 촬영에 나섰다. 생애 첫 화보 촬영이라 들었다.
“엄청나게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현장 분위기가 편해서 오히려 놀랐다. 스태프분들 덕분에 촬영에 무리 없이 임하고 있다. 래퍼 루다님과 함께 커플 화보를 찍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루다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프로페셔널하게 촬영에 임해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더라.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표정이라든지 표현 방식이 서투른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웃음)”
Q 신곡 ‘샌드위치 앤 소다’는 어떤 곡인가?
“내 나이 또래라면 공감할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싶다. 아직 돈을 버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이성과의 데이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곤 한다. 좋은 선물도 해주고 싶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곡이다. ‘우린 돈 없어도 좋다’ ‘너를 사랑하는게 꿈 같아서 같이 있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가사를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오시지 않을까(웃음).”
Q. 요즘 한창 민감한 남녀의 더치페이를 다룬 곡인가?
“그렇게 심오하고 민감한 내용을 담진 않았다.(웃음) 주제는 사랑이다. 실제로 내가 음악을 하는 학생이라 버는 돈이 많지 않다. 그래서 노래 가사가 더 쉽게 써졌던 것 같다. 경제적인 가치? 외적인 환경? 그 어떤 것도 우리 사랑을 흔들어 놓을 수 없다는 순수한 믿음으로 사랑을 노래했다.”
Q. 양송이로 데뷔했는데, 예명을 보란으로 바꿨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내 얼굴형이 동그란 편이여서 만들어진 예명이 양송이였다.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 데뷔하다보니 귀엽고 발랄한 콘셉트를 당시 회사에서 택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솔직히 싫었다(웃음). 여러 고민 끝에 보란이란 예명으로 바꾸게 됐다.”
Q. 홍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면서 ‘홍대 여신’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과분한 평가다. 홍대 여신이라니…(웃음) 사실 성격적으로는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매번 음악 작업만 하다보니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할 시간도 공감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너무 혼자 학식만 먹어서 외로울 지경이다. 오히려 주위에선 ‘학식 찐따’ ‘연대 진따’라 불린다.”
Q. 작업에만 매진한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나?
“다소 거창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예술은 자기 자신을 파괴할 때 탄생하는 것’이란 말을 믿는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객관화하고, 또 스스로를 시험대에 놓는다. 정말 한 곡을 만들면 미친 듯이 파는 스타일이다. ‘샌드위치 앤 소다’는 2000번도 넘게 들었을 정도다. 그렇데 듣다보면 차츰 콩깍지가 벗겨지고, 객관적으로 내 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더라.”
Q 음악 활동 외에 가지고 있는 취미가 있나?
“뭐든 혼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영화도, 여행도, 밥도 혼자 잘 챙겨 먹는 스타일이다. 요즘엔 오버워치란 게임에 푹 빠졌다. 레벨이 플래티넘 정도 수준인데, 메르시(캐릭터 이름)로 활약하고 있다.
Q. 데뷔 5년 차다. 그간 가요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나?
“5년 간 수 많은 곡을 작곡하고 발표했는데 저작권료가 50 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은 돈으로 환산하는게 아니지 않은가. 내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앞으로 더 이런 식의 행복을 계속 느꼈으면 좋겠다.”
Q. 향후 활동 계획과 각오가 있다면?
“일단은 신곡을 냈으니 당분간은 좀 바쁘고 싶다. 각오라고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이렇게 죽을 때까지 음악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장르를 접하고 또 도전해보고 싶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팬들과 만나겠다. 더 열심히 하겠다. 많이 지켜봐달라.”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