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사형 청원 X나 웃겨’ ‘화력 가즈아’ ‘홍기가 용서 받는 법’…
한 인터넷 방송을 스치듯 시청했다는 이유로 제기된 사형 청원… 청원에 동의한 이가 5000명이 넘었다는 점에서 소수 네티즌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치부하기도 어려웠다.
이처럼 믿기 힘든 일들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연예인 이홍기를 향한 사형 청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기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홍기에게 한국 남자가 아닌 다른 생명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란 글과 함께 청원을 진행했다.
이같은 청원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발단이 됐다. 한 네티즌은 ‘아프리카TV BJ 철구의 팬’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홍기는 BJ철구 방송 애청자”라며 “직접 방송 중 채팅을 친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철구는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는 10년 차 BJ다. 실시간 방송 시청자가 10만 명이 넘어서는 등 국내 인터넷 방송계 톱 BJ로 손꼽히지만, 방송 과정에서 수 많은 구설에 휘말리며 질타를 받았다.
방송 도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일컫거나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비하하는 식이었다.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이홍기를 향해 ‘어떻게 철구 방송을 볼 수 있느냐’ ‘철구와 똑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결국 이홍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니들이 지금 극혐하는 그런 짓을 할 때 본 거 아니고 우연히 아침에 이것저것 보다가 본거야. 뭐 나한테 이번 일로 정이 떨어졌네 어쩌네? 날 잘 알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텐데 무슨 해명을 하라고 난리네. 뭐 떨어진 정이야 어쩔수 없다만 난 그런거 아니야 더 이상 이 주제로 얘기하지 말자”라는 글로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이를 남녀 문제로 선을 그은 이들은 이홍기를 대상으로 청와대에 ‘홍기를 사형시켜주세요’란 청원을 넣은 것이다.
해당 청원은 한 때 5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에 나서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이홍기의 방송 시청을 ‘여성 혐오’로 단정 짓고 무차별 ‘동의’와 악플을 남겼다.
이와 같은 단체 행동은 세 가지 이유에서 향후에도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인터넷 방송 시청만으로 한 연예인의 사상을 단정 짓고 단체 공격에 나섰다는 점, 자신들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사법상 최고형인 ‘사형’을 논했다는 점 그리고 청와대 청원장을 이념의 놀이터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되자 청원자는 해당 청원을 삭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카페에서는 ‘의식’을 치르듯 승리에 도취돼 댓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이슈화 하려는 목적이 성공했다는 점에서였다.
과연 인터넷 방송을 스치듯 봤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사형까지 논의하는 행태가 바람직할까. 이같은 단체 행동이 용인된다면 제2, 제3의 이홍기와 같은 피해자가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남녀의 사회적 갈등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예인의 사상 검증과 함께 이전 사형 청원과 이어진 악플 테러… 단지 대중들의 스타라는 이유로 참아야만 할까. 보다 강경한 법적 대응을 통해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