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인 여성 감독을 성폭행 해 논란을 빚은 이현주 감독의 사건을 자체 조사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내의 조직적 은폐 사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 고소 취하 종용 등 피해자의 2차 피해 주장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진위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한 결과,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은폐 사실을 확인하고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진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의 최초 인지자 책임교수 B씨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피해자는 수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받는 과정에서 B씨의 여러 부적절한 언사로 인해 고통을 겪었음을 호소했다.
B씨는 가해자인 이현주 감독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변호인이 의도한 바대로 피해자에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아카데미 직원에게 이현주 감독의 소송 관련 요청에 협조할 것을 부탁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사실도 있었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동기 여성 감독 C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피소됐다. 이후 3년 간의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이현주 감독은 유죄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고 했지만,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더 이상 영화일을 하지 않겠다”며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영화 아카데미측의 조직적 은폐 정황이 드러나며 영진위 측에서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위원회는 “아카데미 원장 △△△은 책임교수 B씨를 통해 성폭행 및 고소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상급자(사무국장 및 위원장) 및 동료 교수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면서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은 B씨의 독자적 사건 처리를 묵인하는 한편 이현주 감독의 졸업영화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지원 및 홍보를 적극 지속한 결과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되었다. 또한 아카데미 운영 책임자로서 피해자의 다수 저작물이 이현주 감독에 의해 법원에 제출되는 등의 저작물 유출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도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아카데미 행정직의 선임 직원은 원장의 요구에 동조하여 본 사건을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하급 행정직원은 상부 결재 없이 이현주 감독에게 법원에 제출될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고서도 사후보고도 하지 않는 등 보고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결과 사건이 장기간 은폐됐다”고 조직적 인폐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영진위 오석근 위원장은 “지난 17일 조사 결과를 피해자에게 전하며 사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영진위는 “조사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쳤으며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고,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 내부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