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취소합니다.’ ‘XX 짜증난다.’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봄날, SNS에 올린 친구와의 사진 한 장이었다. 하지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진은 뜻밖의 파장을 몰고 왔다. 방송인 사유리가 올린 배현진과의 친분 인증샷을 두고 하는 말이다.
팔로우 취소부터 ‘욕설 퍼레이드’까지… 사유리는 대체 왜 뜻밖의 테러를 당해야 했을까.
사유리는 지난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날씨가 좋아서 오랜만에 현진이와 커피 타임’이라는 설명과 함께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비롯한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이어 ‘예전 방송에서 친해진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는데 오해가 생겨 힘들게 했다’며 배 전 아나운서에 대해 미안함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 평범한 사진은 뜻밖의 파장을 몰고 왔다. 사유리의 SNS에는 이후 ‘팔로우를 취소하겠다’ ‘실망했다’는 말부터 ‘XX 짜증난다’ ‘XX들 꼴보기 싫다’ 등의 욕설까지 줄을 이었다.
이같은 비난 세례는 배현진을 향한 사회적 평판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배현진은 2008년 MBC에 입사해 메인 뉴스인 ‘뉴스테스크’ 최장수 앵커 자리를 꿰찬 인물이다. 무려 8년이나 독주 체제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먼저 ‘공영 방송 정상화’를 외치는 동료를 향해 등을 돌리고 김재철 김장겸 등 MBC 사장단의 권력의 편에 섰다는 비난을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 2012년 MBC 노동조합 파업이다. 배현진은 당시 103일 간 파업 후 노조를 탈퇴해 방송에 복귀했다. 노조원들의 목소리가 되기로 했던 그는 돌연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해 동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 일로 MBC 경영진의 위세는 한층 더 강해졌고, 상대적으로 노조원들의 파업 의지는 꺾였다.
이 뿐만 아니라 배현진에게 “물을 아껴쓰라”고 했다가 좌천된 선배와 사내 체육 대회 과정에서 “배현진을 피구공을 맞혔다”는 이유 때문에 인사발령을 받았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결국 배현진은 지난 3월 MBC를 떠나,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방송인에서 정치인으로 행보의 폭을 넓힌 셈이다.
하지만 과거 전력에 대한 동료들의 줄이은 폭로 탓에 배현진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30대 신인 정치인이지만 호응 보다는 비난 세례를 받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이는 배현진과의 인증샷을 올렸다가 낭패를 본 사유리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한 친분 인증샷만으로 사유리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치관과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난하거나 욕설을 배출할 권리는 없다.
더욱이 사유리가 올린 SNS에는 어떤 정치적인 색깔도, 배현진을 향한 비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어진 비난과 욕설 세례… 우리 사회 특유의 폐쇄성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