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도 오해지만 없었던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느꼈다.”
배우 고현정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SBS 드라마 ‘리턴’ 논란 이후 2개월 만이다. ‘반성’이라는 먼저 말을 꺼냈지만, “없던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말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엇갈린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난 말이었다.
하지만 거듭되는 논란 속에서 명확해진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대배우 고현정이 가진 저력이었다.
고현정은 지난 12일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관객과의 대화(GV)에 주연 배우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리턴’ 논란 이후 2개월 만의 공식석상이었다.
관객과의 대화에 취재진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하지만 오랜 팬의 한 마디로 ‘리턴’ 논란 이후의 심경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 한 남성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부터 오랜 팬”이라면서 “올해 구설수가 많지 않았냐. 그런데 우리 동네 모든 사람들이 누나(고현정)가 잘해준 것을 기억한다. 힘내시길 바란다. 여기 많은 팬들이 있다. 그 말씀 드리고 싶어 왔다”고 했다.
이에 고현정은 “일련의 일을 겪고 나서 반성을 많이 했다. 오해도 오해지만 없었던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느꼈다. 또 나쁜 것만,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말숙이(‘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당시 역할) 시절을 기억해주는 팬을 여기서 만났다. 제가 잘 살아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감사하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고현정은 지난 2월 ‘리턴’의 주동민 PD와 갈등설에 휘말렸다. 폭행설, 욕설 증언 등 의혹이 난무한 가운데 그는 ‘전격 하차’했다. 제작진이 먼저 발표하고, 고현정측이 받아들이는 모양새였다.
이 과정에서 고현정이 대학 강의 도중 담배를 피웠던 사진이 공개되는가 하면, PD들에게 거친 행동과 막말을 했던 과거가 폭로되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SBS에서 언플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같은 폭로는 SBS와는 완전히 별개의 인물들에 의해 나온 것이었다.
여배우가 메인 PD와의 갈등으로 인한 하차는 그야말로 업계 초유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갖가지 폭로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다른 배우였다면 복귀가 애초에 불투명했을 일이다.
하지만 고현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곁을 지켜준 든든하고도 두터운 팬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9년 이후 SBS ‘모래시계’ MBC ‘선덕여왕’ 등의 히트작을 통해 오랜 기간 쌓아온 팬층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수 많은 의혹과 논란 속에서도 고현정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그를 격려했다. ‘리턴’ 논란 당시 제작진과 고현정을 대신해 대체 투입된 배우 박진희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유독 높았던 배경과도 맞닿아 있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현정에게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팬들… 고현정이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다시 설 수 있었던 이유다.
이진호 기자 caranian@1.234.219.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