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과 10일, 배우 신은경이 느닷없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등장했다.
이번엔 무슨 문제를 일으킨 것일까 궁금해 검색을 해보았다. 이유는 9일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신은경의 풀스토리를 다뤘기 때문이었다. 세금 체납으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신은경에 대한 이슈에 대해, 연예관계자들이 출연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신은경의 인생 풀스토리가 낱낱이 파헤쳐졌다.
문제는 데뷔 20년이 넘는 신은경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산전수전을 많이 겪은 비운의 스타라는 점이다.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야 그의 수많은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지만 10대와 20대 시청자들은 ‘풍문으로 들었쇼’를 통해 처음으로 신은경의 충격적인 사건들을 알게 됐을 것이다. 그랬기에 방송을 보면서 신은경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았을 것이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접하게 돼 놀랐을 것이다.
좋은 소식, 기쁨은 나누면 서로의 행복이 배가된다. 하지만 안좋은 소식을 퍼뜨리고 나누는 것은 자칫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안길 수 있는 뒷담화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공익과 연결된 뉴스, 소식이라면 당연히 국민적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청률을 의식한 심심풀이 땅콩식, 씹고 버리고 마는 껌처럼 연예인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 연예쇼는 최악이다. 신상과 과거를 다 털어놓고 마지막에 “잘 되길 바란다. 응원한다”라는 것도, 소위 ‘면피’용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 지상파, 종편의 영향력이 아깝다. ‘전파 낭비’다.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는 “나를 지워줘”라는 메시지와 함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찾고 싶다는 운동이 한창이다. 과거 지우고 싶은 일들이 중차대한 범죄가 아니라면 인터넷에 검색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야기다. 일반인도 인터넷을 통해 고통받을지인데 하물며 전국민이 알아보는 연예인은 지우고 싶은 과거가 평생을 따라다닌다면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청소년과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유명인이자 셀럽이지만 공적인 일을 하는, 나랏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은 아니란 말이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한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춰내기 위해 전파를 동원하는 것은 어떤 명분에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수많은 연예인들을 ‘부관참시’하는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방송이 이제 지상파, 종편에 없었으면 한다. 또한 잊혀질 권리를 찾고 싶어하는 연예인만 더욱 괴롭히는 제작진이여, 쉽게 프로그램 만들고 시청률 올리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언젠가라도 방송에서 다뤘던 연예인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 그들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이고, 누군가의 부모로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당신 가족이라면 그렇게 다뤘겠는가 묻고 싶다.
사진 출처=’풍문쇼’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