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관계의 옹호였을까. 단순한 팩트 체크였을까.’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가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관련 화두를 다루면서부터다. 시사 & 교양 프로그램의 다크호스로 승승장구하던 ‘블랙하우스’는 왜 비난에 직면한걸까.
‘블랙하우스’는 지난 22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관련 내용을 방송했다. MC인 김어준은 이날 “2011년 12월 23일 정봉주 전 의원의 일정 사진 780장의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당시 정 전의원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나타난 A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A씨는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당시 정 의원의 보좌관 역할을 하던 민국파의 증언이 더해지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민국파는 “오후 1~2시쯤 정 전 의원을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줬다”고 주장했다. ‘블랙하우스’측의 단독 사진 공개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블랙하우스’가 찾은 사진 영상전문가는 감정을 통해 “오후 1~2시쯤 정 전 의원은 홍대 녹음실과 식당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사진들은 정 전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머물지 않았다는 증거로 쓰였다. 결과적으로 “성추행 무고”에 더 힘이 실렸다.
방송 이후 피해자 A씨와 이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을 향해 비난이 쏟아냈다. 허위 주장과 보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27일 A씨가 당시 렉싱턴 호텔에 머물렀던 사진을 공개했고, 이후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 경 문제 장소 방문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 전의원은 자신의 신용 카드 내역을 조회한 결과 해당 시간에 렉싱턴 호텔에서 돈을 쓴 내역이 나왔다.
이에 정 전의원은 해당 사안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를 상대로 진행한 고소를 취하했고, 내역 역시 경찰측에 넘겼다.
사실 관계가 명확해지자, 김어준과 ‘블랙하우스’ 제작진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어준이 정봉주 전 의원과 두터운 친분 관계가 있는데다, 결과론 적으로 그를 옹호하는 내용에 포커스가 맞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하우스’측은 민국파가 주장한 시간에 정봉주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없었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맞췄다. 하지만 해당 사진을 통해 정 전의원이 언급한 “1~2시 경에는 어머니 병원에 갔다”는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민국파의 주장은 영상 전문가까지 찾아가 검증한 반면, 정봉주 전 의원의 병원행 여부는 추적하지 않았다.
또한 780여장의 사진을 통해 정 전의원 주장에 힘이 실렸지만, 피해자를 자처하고 나선 A씨나 프레시안 측의 반론은 담지 않았다. 일방적인 주장이 담았다는 비난에 직면한 이유다. 이에 ‘블랙하우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에 대해 SBS측은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정봉주씨의 당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의 행적이었다”며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 팩트 확인을 했던 것이지, 절대 정봉주 씨를 옹호하거나 대변하려는 입장을 보인 건 아니다”고 했다.
SBS측은 또한 “김어준은 이 사건을 다루면서 자신을 ‘특수 관계인’이라고 하며 조심스러워했고, 노회찬 의원도 ‘이 부분은 맞고소된 상황이라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게 옳고 섣불리 예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립적인 입장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블랙하우스’가 편향성 논란으로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김어준과 제작진이 어떻게 이를 돌파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인경 기자 lee@gioam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