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경의 스토커] 누가 육지담을 분노케했나

by Idol Univ

 

한때 촉망받았던 여성 래퍼가 이제는 ‘문제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고 있다. 워너원 강다니엘과 CJ를 저격한 육지담 이야기다.

육지담은 지난 2월 강다니엘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일을 누군가 ‘팬픽’으로 썼고, 이에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며 강다니엘과 CJ쪽으로부터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다니엘과 CJ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되려 육지담은 워너원 팬들의 집중 포화을 받으며 ‘정신이상자’처럼 낙인찍혔다. 한달여간 잠잠하던 그는 최근 다시 한번 강다니엘과 CJ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사과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고 강경하게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강다니엘과 CJ, 그리고 워너원의 소속사 YMC도 “뭘 요구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육지담의 분노는 이렇듯 공허한 울림이 되었고, 자신 스스로만 공공의 적을 만드는 모양새다. 무엇이 육지담을 이토록 분노케 만들었으며 대중은 왜 그렇게 그에게 차가운 걸까?

 

 

필자는 2016년 가을~겨울 육지담과 세번의 행사 및 화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브랜드 페스티벌에 홍보대사로 참석하는 것이었고, 두번은 패션 브랜드 및 헤어 브랜드 관련 화보를 찍는 일이었다. 세번의 만남을 겪으면서 느낀 육지담의 실제 모습은 “참으로 솔직하고 요즘 애들답다”는 인상이었다. 자신의 스타일이 확고해서 “이런 건 좋고, 이런 건 별로다”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자신이 마음에 드는 컨셉트를 만나면 브랜다 담당자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열심히 일했다. 감정을 숨기기 싫어했으며, 칭찬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그 나이대의 철없고 순수한 아이 같았다. 다만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연예계에서 그의 단면이 크게 부풀려져, 악동처럼 비쳐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들었다. 결과적으로 육지담의 여러 좋은 매력과 개성 중, 저돌적이고 직선적이고 호불호가 갈리는 그의 성격이 대중 앞에 부각되면서 ‘악동’이 되었다.

육지담의 행보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육지담만의 잘못일까? 육지담은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경쟁 지상주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된 연예인이다. 주목받아야 살아남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가 배우고 겪은 연예계는 무엇일까? 또한 육지담은 CJ E&M이라는 거대한 기업에 속한 매지니먼트에 있었다. 매출, 수익이 가장 큰 미덕인 대기업의 성과주의 속에서, 아무리 매니지먼트 파트라 해도 다른 여러 아티스트들과 비교당하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경직된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을 것이다. 영혼이 자유로운 아티스트가 대기업 소속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겉으로는 화려한 혜택만 있을 것 같아보이지만 실상 그렇지만도 않다. 마지막으로 누구보다 팬덤이 강한 워너원 강다니엘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을 때, 일부 팬들이 보낼 막말과 괴롭힘은 본인 아니면 상상도 못할 고통이었을 것이다.

육지담은 지난 1년여간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해왔다. 주위에서 조언해주거나 이끌어주는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없이 혼자 1년을 버텼다. 그리고 여러가지 문제로 힘에 부쳤을 것이다. 자기가 처한 힘든 상황에서 여러 고충을 털어놓을 방법이 블로그 같은 SNS밖에 없었을 것이다. 혈혈단신 절박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어필하는 한 아티스트를 그의 글만 읽고 ‘정신이상자’ 취급하며 ‘마녀사냥’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옳은 말을 하든, 그른 말을 하든, 나름의 절박함이 있을 것이다. CJ와 강다니엘, YMC은 육지담과, 그리고 대중들이 그의 말에 한번 귀 기울여주는 것은 어떨까? 한때 친구였던 강다니엘, 한때 함께 일했던 전 소속사 CJ E&M이 육지담이 열겠다는 ‘막장’ 기자회견까지 가서 다시 서로 안볼 상처남 남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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