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성범죄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을까?
‘미투 운동’이 사회적 파장을 연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또하나의 성범죄가 설현이란 여자 연예인을 울렸다. 19일 오전 설현의 나체 합성 사진 한장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면서 설현 본인은 물론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해당 사진은 ‘지코의 잃어버린 휴대 전화에서 나온 사진’이라는 자극적인 메시지와 함께 정교한 합성 기술이 더해져, “진짜 설현이냐”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현은 즉각 소속사를 통해 “최초 합성자와 유포자를 고소하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상황이라 법적 조치를 한다 한들, 범죄자를 처벌한다 한들 설현과 그의 가족, 팬들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과거 설현과 비슷한 사건은 수없이 되풀이 되어 왔다. 이효리, 현아, 김아중, 손예진, 유이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성 스타들이 저질스런 사진에 합성된 사진의 얼굴을 보며 울어야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선처를 했고, 일부는 강력 대응을 했지만 유포자 중 다수는 촉법소년인 미성년자였다. 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자, 회사원들이 많아서 대부분 사과받고 기소 유예 내지는 벌금형에서 마무리됐다.
가장 강한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현재 법망에서는 처벌이 그 죄질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유명인, 혹은 지인의 합성 사진을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상 명예훼손에 해당돼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벌금형도 대게 100만원 안팍 정도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연예인이나 소속사가 강력 처벌을 원한다 해도, 비슷한 범죄 사례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은 그동안 술과 성에 대해서 만큼은 관대해 왔다.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 섹슈얼한 농담과 신체적 터치 정도는 주위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미투 운동의 대대적 확산을 보고 있자면, 그동안 억눌리고 당한 여자라는 약자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온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술과 성에 관련된 약자는 대부분 여자기 때문이다.
이번 설현의 합성사진 사건에 대한 강경 대응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에 맞는 처벌 수위가 이제는 현실화됐으면 한다. 언제까지 비슷한 뉴스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와야 할까? IT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도덕적 성의식이 문제라면 법으로라도 엄중히 처벌하여야 할 때이다.
이인경 기자 lee@gioam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