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스크린에 ‘김소이’라는 이름을 올려요. 연기에 대한 절실함의 표현이자,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는 뜻에서죠. 이 영화가 부디 개봉까지 이어지길 응원해주세요.”
멀티테이너 소이가 2017년 배우 김소이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는 27일 개막하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 ‘폭력의 씨앗'(임태규 감독)을 들고 레드카펫을 밟는다. 1994년 VJ로 데뷔해 걸그룹 티티마, MC, 배우, 인디 밴드, 에세이 작가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지만 나날이 커져가는 연기에 대한 갈증에 올해 ‘배우 김소이’로 활동명을 정했다.
“사실 소이란 이름이 대중에겐 친숙하지만 아이돌 느낌이 강하고, 본명인 김소연은 다른 ‘동명이인’ 배우가 있어서요. 나름 고민하다 ‘김소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폭력의 씨앗’ 속 제 모습은 그간 대중이 알던 소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거예요. 대규모 상업영화가 아니어서 많은 분들이 제 연기를 보실 순 없겠지만 부디 개봉까지 이어졌음 좋겠어요. 다행히 해외 영화제 쪽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서, ‘김소이’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아요.”
나이보다 앳된 외모와 영어, 중국어에 능한 ‘엄친딸’ 이미지, 정려원 손담비 강승현 등 화려한 스타들의 절친으로 알려져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힐 거 같은 ‘셀럽’ 이미지지만 현실의 그는 누구보다 생활력 강하고 꿈에 대한 절박함을 갖고 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제는 ‘엄마’ ‘이혼녀’ 등 다양한 30대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데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독립 영화계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임태규 감독의 연락을 받았고 ‘주아’란 캐릭터를 만났다.
“임태규 감독이 제 전작인 ‘프랑스 영화처럼’과 ‘조류인간’을 인상깊게 봤다면서 직접 전화를 했어요. 저 또한 독립 영화쪽에 관심이 많아서 임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만나서 ‘폭력이란 주제를 다룬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인간의 폭력성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저 역시 영아유기 사건이나 친족살해 뉴스를 접하면서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느끼게 됐는데, 이 작품이 스스로에게 내제된 폭력의 씨앗을 발견하고, 그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음 좋겠어요.”
군폭력과 가정폭력을 주제로 하다보니 힘든 촬영이 많았다. 군폭력에 시달리던 남동생 주용(이가섭)이 휴가 나와 주아와 만나 다투는 장면이 있었는데, 6분짜리 원신 원테이크를 무려 34회나 찍기도 했다고.
“동생인 이가섭 군의 뺨을 때리는 신을 스무번 넘게 찍다 보니 나중엔 뺨이 빨갛게 부어서 카메라에 잡혔어요. 지난 몇년간 했던 연기 중 가장 어두운 캐릭터였고, 감정을 얼굴에 잘 드러내면 안돼서 힘들었어요. 고생한 만큼 ‘김소이’란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폭력의 씨앗’ 홍보를 위해 그는 레드카펫, GV(관객과의 대화)는 물론 온스타일 ‘매력TV’ 촬영팀과도 전주를 누빌 예정이다.
“엔터계에서는 나름 ‘영화제덕후’로 정평나 있는데요.(웃음) 혼자 바이크 타고 정동진영화제를 찾아간 적도 있어요.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영화를 영화제에서 찾아보는 맛이란, 모래알에서 진주를 만난 기분이랄까? 그중에서도 전주영화제가 단연 제일 재밌죠. 따뜻한 봄, 맛난 음식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축제. 뭘 더 바랄까요?”
실제로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소이와 한 방을 썼던 필자는 해운대 백사장 10m를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동안 각종 영화제에서 만난 배우, 제작진, 홍보마케팅 관계자, 기자들이 그에게 인사를 해와서다.
“큰 영화는 큰 영화대로, 작은 영화는 작은 영화대로의 의미가 있어요. 데뷔 초에 DJ 활동을 잠깐 하기도 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을 해보고 싶어요. 또 이제는 식구 같은 ‘드리머즈'(김소이-정려원-임수미-허남훈-김모아) 친구들과 ‘아트 프로젝트’를 꾸준히 만들어 나갈 거예요.”
작년 연말과 올해 ‘드리머즈’ 크루들과 유럽을 다녀온 그는 ‘포스트 잇’을 활용한 아트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가족이어도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싸우곤 하는데 우리 다섯은 전혀 그런 게 없어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가면서 응원해주기 때문이죠. 영국으로 예술 여행을 같이 했을 때에도, 제가 ‘오늘 하루는 혼자 걸어다닐게’ 하면 ‘그래 이따 어디서 합류하자’라고 하고 끝이에요. 서로에 대한 리스펙트 차원에서 더 묻지 않죠. 앞으로도 전시, 책, 방송 프로그램 같은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싶어요.”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겠지만, 30대 싱글녀로서 사랑을 기다리지는 않을까?
“2017년은 오로지 ‘선택과 집중’. 배우로서의 일에만 매달리고 싶어요. 그래서 10여년만에 개인매니저가 아닌 DN Brothers란 소속사와 전속 계약도 맺었어요. 부암동으로 이사간 것도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어요. 부암동의 한 세탁소에서 빨래 돌리는 동안 춤추고 있는 제 모습을 보셔도 웃지 마세요. 자연친화적이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부암동의 매력에 푹 빠져서 살아요. 앗, 필라테스 배우는 것도 요즘 꽂힌 일 중에 하나에요. 물론 배우면서 ‘제발 다시 태어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지만요.(웃음)”
김소이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폭력의 씨앗’은 군 폭력을 당해오던 주인공이 분대원들과 외박을 나와 일어나는 하루를 그린 작품. ‘조난자들’ 연출부 출신 임태규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27일부터 내달 6일까지 전주영화의거리에서 열리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해 관객을 만난다.